2014년 노벨상을 받은 작품이라하여 도서 정가제 시행 전 샀던 작품.
음, 뭐랄까. 굉장히 단정하고 꾸밈없이 간결한 소설이면서 탐정소설의 흡입력을 가졌다.
그래서 아침에 읽기 시작하여 점심 즈음까지 손에서 책을 놓지 못하고 다 읽어버렸다.
우중중한 안개를 걷어가면서 자신의 과거를 찾아가는 한 인간.
그의 여정 앞에, 나는 주저리 주저리 할 말이 생각나질 않았다.
그가 자신의 과거를 찾아가면서 얻은 것이라곤,
존재했는지도 확실하지 않은 바스라진 그림자 조각들 뿐이었던
그 황량함에 대하여..그 황망함에 대하여..
기이한 사람들. 지나가면서 기껏해야 쉬 지워져버리는 연기밖에 남기지 못하는 그 사람들. 위트와 나는 종종 흔적마저 사라져버린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를 서로 나누곤 했었다. 그들은 어느 날 무(無)로부터 문득 나타났다가 반짝 빛을 발한 다음 다시 무로 돌아가버린다. 미(美)의 여왕들, 멋쟁이 바람둥이들, 나비들. 그들 대부분은 심지어 살아있는 동안에도 결코 단단해지지 못할 수증기만큼의 밀도조차 지니지 못했다.
나는 프레디에게 보여주려고 했던 우리들의 사진들을 무의식적으로 주머니에서 꺼냈다. [...] 잠시 동안 나의 생각은 함수호로부터 멀리, 세계의 다른 끝, 오랜 옛날에 그 사진을 찍었던 러시아의 남쪽 어느 휴양지로 나를 실어갔다. 한 어린 소녀가 황혼녘에 그녀의 어머니와 함께 해변에서 돌아온다. 그 아이는 아무것도 아닌 일로, 계속해서 더 놀고 싶었기 때문에, 울고있다. 소녀가 멀어져간다. 그녀는 벌써 길모퉁이를 돌아갔다. 그런데 우리들의 삶 또한 그 어린아이의 슬픔만큼이나 빨리 저녁 빛 속으로 지워져 버리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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