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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적인 생각/가나, 가나?

가나(Ghana)로의 출사표 [!?]

by 주말의늦잠 2013. 1. 18.



나는 곧 먼 대륙으로 떠난다.


   이렇게 블로그의 첫 글의 첫 문장을 시작하게 되었다. 구조적 특성 상 교실에 갇혀, 책에 둘러쌓여 그리고 암기에 집착하며 지내는 시간이 많은 일반 고등학생 시절을 보낸 한 사람으로서 나에게 "떠난다"는 느낌은 언제나 특별했다. 왠지 떠나면 여행자의 자유와 불확실성 속에 떠다니는 낭만이 가득차 있을 것만 같은 느낌. 그래서 항상 기회가 생기면, 기회가 생기지 않으면 내가 만들어서라도 나는 자주 떠나왔던 것 같다. 


   그런데 이제 와서 돌아보면, 그 '떠남' 조차도 뭔가에 쫓겼던 것이 아닌가 싶다. 더 많은 걸 보고 싶고, 더 다양한 사건을 경험하고 싶고, 되도록 유명한 것들은 모두 내 눈으로 확인하고 싶어서. 그리고 나서 내가 얻은 가장 큰 것은 무엇이었는가. 정작 여행지에 가면 볼 것 없다는 - 소위,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 - 내 눈으로 확인하기도 했고, 혹은 소문난 잔치가서 배부르게 먹고오기도 했던 것? 세계는 넓고 갈 곳은 많다는 것? 


   몇 년전, 기자를 꿈꾸던 - 이제 기자가 된 자랑스러운 - 친구와 대학생 기자단을 하며 나에게 영국에서의 1년 교환학생 생활에 대한 짧은 기사를 위해 서면인터뷰를 한 적이 있었다. 서면 인터뷰의 마지막에 나는 놀랍게도 그 1년, 수많은 경험과 기쁨, 분노가 응축된 그 1년동안 내가 얻은 가장 큰 것이 '여유'라는 것을 깨달았었다. 그리고 그것은 여전히 유효하다. 짧고 긴 '떠남'의 시간동안 나는 더 느린 호흡을 배웠고, 무엇에 쫓겨서 살지 않겠다는 생각을 견지하게 되었다. 한국에서의 하나의 미션을 달성하면, 또 새로운 퀘스트가 진행되어가는 그런 정형화된 삶만이 이 세상에 존재하는 삶의 방식은 아니라는 것. 


   그래서 나는 떠난다, 먼 대륙 아프리카로. 여자나이 중후반에 '그런' 곳으로 가는 것은 마치 다시 건너오기 힘든 강을 건너는 것과 같다는 얘기도 어디선가 들었다. 결혼과 출산, 집 마련 아이교육, 노후대책 마련이 마치 지금 이 시대 정신인양 닦달하는 것이 이 사회의 중론인 것도 알고있다. (그리고 시대정신이라는 것이 있다면, 그것을 대표할 만큼의 중요한 삶의 요소들인 것을 절대 부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 무엇도 잘못 된 것은 없다. 나는 내가 믿는 가치를 따라 걸어갈 것이고..  어제 본 'Life of Pi'의 마지막에서처럼: Which story do you prefer? 나의 '선호'는 나의 '믿음'에 기반하는 것이다. 믿고 보는 리안감독 영화처럼, 믿고 가보는 나의 길을 만들(어보)기 위해 나는 떠난다, 아프리카 서안의 작은 나라 Ghana로.







p.s. 그리고 반드시 돌아온다. I'll be back. 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