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쪽 지방 여행기 1 +
5월, 2013
아침 비행기다. 언제나 비행기는 어딘가로 떠난다는 느낌을 배가시켜준다.
비행기를 타러 가는 그 순간, 드디어 여정을 나선다는 기분이 든다.
처음 타보는 Starbow - 짐 안의 액체수화물이고 뭐고 검색이 허술한 편이다.
하지만 기내 내부는 꽤나 넓고, 또 타말레까지 1시간이 채 안 걸린다-
타말레 공항에서 내리니, 허허벌판이다.
공항 한 복판에 에어포스가 있어서 놀라고, 시내까지의 택시가격 (22 Ghc)에 놀란다.
나중에 깨닫게 된 것이지만 북쪽은 승용차보다는 오토바이를 더 많이 사용한다.
이것도 북쪽과 남쪽의 부와 생활수준 격차를 첨예하게 보여주는 예 중의 하나일 듯.
그렇게 개인 오토바이나 자전거 사용이 많고, 택시나 트로트로는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그 이동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은 오히려 아크라보다 더 비싼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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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바로 트로트로를 타고 라라방가 (Lalabanga)로 떠났다.
거의 9시에 STC 버스역에 도착했으나 버스가 2시에나 출발한다는 것을 깨닫고,
치히로와 백팔번뇌 끝에 트로트로를 선택했다.
▲ 트로트로가 조금 멈출때마다 달려드는 행상들.
이것은 옳은 선택이었나, 지금 생각해보면 참 힘들고도 즐거운 여정이 아니었나 싶다-
캔에 든 정어리처럼 빼곡하게 앉아서, 그렇게 불어오는 먼지바람을 온 몸으로 맞으며
트로트로가 들리는 마을도 구경하고, 또 내가 봐온 가나와는 사뭇다른 북쪽의 풍경을
처음으로 눈에 새겨보았던 시간.
▲ 아크라와는 확연하게 다른 북쪽의 풍경
트로트로 안에서 치히로의 선글라스 안경알 한 쪽이 부숴지는 사고(!)가 발생해서
또 다같이 배꼽잡고 웃었던 기억도 잊을 수 없는 추억이다.
그리고 이 트로트로를 탄 순간부터 북쪽의 이슬람적인 색채를 느끼기 시작한 것 같다-
▲ 소금으로 절여, 짜디짠 생선구이를 먹으라고 건네주는 푸근한 아저씨
트로트로의 꼭대기에 각종 잡다구니와 심지어 염소 두 마리에 거대한 철물점 판자까지 싣고
마침내 도착한 곳은 다몽고라는 곳이다. 트로트로는 라라방가에 서지 않기 때문에
여기서도 눈물을 머금고 라라방가까지 약 30 Ghc라는 거금을 내야했다.
아쉬운건 우리고, 협상력을 가진 건 그 살리아 브로의 형제라고 주장하는 사나이였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나갈 돈은 나간다 - 생각하고 여행해야 마음이 편한 것이다.
▲ 다몽고 트로트로 주차장, 염소를 끌어내리는 사람들
그렇게 몇 시간의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작은 마을, 라라방가는 참으로 '시골마을' 이었다.
지나는 사람들이 씨익 웃으며 'Welcome'하고 인사를 건낸다.
Salia Brothers guesthouse의 하싼도 만나자마자 특유의 사람 좋은 미소와 인사를 건넨다.
그때만 해도 어서 진짜 여정을 시작하고 싶은 마음이 커서, 지체없이 바로 마을구경을 시작했다.
그리고 그때까지만 해도 이 마을이 이 여행의, 혹은 지금까지의 가나 경험의 최고의 하루를
만들어 줄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었다. 결국은 원래 묵으려고 했던 몰레 국립공원 내의 호텔이
가득 차서 차선책으로 선택한 숙박이었기 때문이다.
▲ 고대 모스크로 향하는 길. 마을이 아주 작아, 2분이면 도착한다.
처음으로 수단 스타일의 고대 모스크를 둘러보았다.
마침 모스크 앞에서 소를 도살하는 현장이 한참 진행중이라, 호기심 있게 쳐다보았더니
사람들이 뭐라뭐라 소리를 지른다. 아마도 사진찍지말라, 거나 쳐다보지말라, 거나 그런 말이었을게다.
나중에 들어보니 아크라에서 사업이 잘 진행이 안되는 사업가 한 명이
이 신성한 모스크 앞에서 소를 도살하고, 이 소를 마을 전체와 나누어 먹으면
사업이 잘 된다는 전설/미신/신앙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어쨋든 모스크는 참 독특한 분위기를 풍겼다.
마치 Lonely Planet Ghana 편이 있다면 그 표지를 장식할만한 특출나게 눈에 띄는 건축양식이 아니었나 싶다.
▲ 말리에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은 특유의 모스크 양식, 아이들이 사진 찍어달라고 성화다.
▲ 모스크의 전설과 관계가 깊다고 하는 바오밥 나무, 신비했다.
▲ 남자와 여자가 들어가는 기도실이 모스크의 양 옆, 앞 뒤로 따로 존재한다.
그리고 마을을 돌아보다가 Muni라는 초등학교 선생을 만났다.
선생이라고는 하지만 꽤 어린 티를 벗지 못한 남자라는 느낌을 받았다.
이래저래 이야기를 하다가 마을도 구경시켜주고, 설명도 자세히 해주고,
Muni 덕분에 라라방가 사람들의 삶을 깊숙히 들여다보는 기회를 가졌던 것 같다.
▲ 저녁 준비하는 흔한 풍경
▲ '그린 그린'이라고 부르는 소스, 푸푸나 반쿠, 티젯 등으로 찍어먹는다-
▲ 우리나라 절구공이 같은 것들. 정말 우리나라 전통 떡 메치는 방법이랑 똑같이 음식을 만든다.
▲ 작은 마을의 평화로운 오후 풍경.
▲ 오후 내내 마을을 구경시켜준 무니와 이름 기억 안나는 아저씨.
▲ 라라방가에서는 여러 나라에서 온 단체들이 학교 프로젝트, 문화 사업등을 진행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외부인에 호의적이고 낯설어 하지 않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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