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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적인 생각/가나, 가나?

아름다운 해변과 노예무역의 역설적 공존: 케이프 코스트 (Cape Coast)

by 주말의늦잠 2013. 4. 19.



몇 주 전 주말에는 Cape Coast로 주말여행을 다녀왔다.

금요일 오후에 출발해서, 일요일 밤 늦게 아크라에 도착했으니

아주 꽉찬 주말여행이었음에는 틀림없다.


케이프코스트가 위치한 이 기니만의 해변가에는 노예무역의 증거로

수 많은 성들이 자리해 있는데, 케이프 코스트는 그 성들 중 유명한 축에 속한다-

그 셀 수 없는 사람들이 찬란하게 빛나는 태양과 아름다운 해변을 등지고

그 어둡고 축축하고 동물 이하의 취급을 받는 지하 감옥에서

살았고, 어딘가로 팔려갔고, 병들어 갔고, 아주 많은 사람들이 죽어갔다고 한다.



그래서 아름다운 해변마을과 비참한 역사의 역설적 공존,

그런 것이 느껴진 여행이었다.






역시 아크라와는 사뭇 다른 도시의 풍경이다.






야외 이발소.

내 눈으로 직접 보지는 못한 우리나라의 옛날 옛적 이발소의 풍경이

그대로 재현되고 있는 것이 참 신기했다.





어부들이 쉬고, 고기잡이배들도 쉬고가는 선착장의 모습.

이 곳에서는 사진 찍는 것이 좀 조심스러웠다.

왜인가 하니, 어부들도 그렇고 케이프 코스트 주민들이 전체적으로

사진기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 것 같다.






바다가 보이는 풍경.






케이프 코스트 성.

금이 많이 나서 Gold Coast라 불렸던 가나. 

이곳에서는 수많은 무역과 더불어 사람도 무역되던 시절이 있었다..


그리고 서구열강들은 그 동시에 알력다툼을 하느라 바빳는지

성벽마다 대포와 대포구멍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이 아름다운 성 아래에 그 비참한 노예감옥을 만들어 놓고,

사람을 주고 팔고, 유린하고 죽이기 일쑤였다는 그 생각에 

그 푸르르던 하늘마저 약간은 비극적인 느낌이었다.








지하 감옥의 입구.

오바마와 미셸 오바마가 2009년에 방문한 흔적-








지하 감옥을 돌아보며 성의 역사를 설명해준 가이드.

빛도 잘 들지 않고, 화장실이나 목욕시설도 없고, 음식도 형편없고

무엇보다도 그 더위에 수백명을 한 방에 밀어놓고 동물처럼 방치해두었던... 그런 장소.


실제로 노예로 팔려간 사람들만큼이나 이 지하감옥에서 죽은 사람도 많다고 하니.


생각만 해도 덜덜 떨리는 일이다...
















'다시 돌아올 수 없는 문'  Door of No Return.

이 문이 열리고 노예로 팔려가는 순간

자신이 태어난 가나, 그 땅에서의 정체성과 가족, 자신의 역사 모든 것을 잃게 될 뿐 아니라

인간의 존엄성도 송두리째 빼앗기던 .. 그런 상징적인 이름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이 문을 나가서 다시 올려다 보면 

Door of Return 이라고 문 이름이 적힌 것을 볼 수 있다.








지하 감옥에서 나와 성 주인, 즉 이 성을 통치했던 사람들이 살던 방.

우리는 이 곳이 케이프코스트에서 가장 전망이 좋은 곳이라는 것을 실감했다.

햇살도 잘들고, 통풍도 잘 되 선선하고, 아름다운 해변에 ...

마치 천국같지 않은가?


바로 아래에는 비극적이고 처참하도록 비참한 지옥을 만들어 놓고

그 바로 위에 교회를 짓고, 천국의 삶을 누린 사람들이 역사의 주인공이던 시대.


지금 현재에 감사해야 하는 이유다.








바람이 부는 성의 한 켠.







성위로 나는 새 한 쌍.

뭔가 의미심장한 장면이었다 -



그 당시에는 친구들과 재미있게 놀고, 떠들고 그러느라 깨닫지 못했는데,



다시 여행을 곱씹어볼 수록 이 아름다운 해변마을에서 일어난

인간사의 최악의 참상이 머리에 계속 남아있는 것 같다.





케이프 코스트, 그 곳에서 재미있게 웃고, 논 것이 마치 굉장히 부적절한 것처럼 느껴진다.

물론 이미 지나간 과거이고, 우리 모두가 미래를 보고 걸어간다지만,

다시는 그런 참극을 반복하지 않는 것이 Cape Coast에서 얻은 귀중한 교훈일 것이다.










p.s. 아크라에서 케이프코스트를 가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우리는 아크라의 Kaneshie 버스정류장에서 케이프코스트 가는 트로트로를 이용했다.

8-9 가나 쎄디에 에어컨 달린 트로트로를 탈 수 있다. 만약 운이 좋다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