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s in Love
- 저자
- 알랭 드 보통, Alain de Botton 지음
- 출판사
- Picador USA | 2006-01-20 출간
- 카테고리
- 문학/만화
- 책소개
- A revised edition of a classic book...
알랭 드 보통의 에세이 집, Essays in love.
한국에서는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로 번역되었다.
'사랑에 대하여'나 '사랑에 대한 에세이' 이런 제목보다는 더 센스있게 의역하신 듯...
드 보통은 내가 좋아하는 에세이스트 중 하나인데, 내가 그를 처음 만난 것은 영국에서 공부할 때였다.1년 정도 공부를 하면서 드 보통이 영국인들도 좋아하는 에세이스트라는 걸 알았고, 읽어보니 왜인지 알 것 같았다. 처음 산 보통의 책이 'Essays in love' 였고, 그 후에 여행의 기술, Kiss & Tell, 불안 등을 읽었다. 2009년에 산 후 이번 해에 간만에 읽어보니, 내가 그 당시 이 에세이집을 왜 좋아했는지 알 것 같았다.
이 책은 런던의 건축사무소에서 근무하는 건축가로 상정되는 '나'와 'Chloe'라는 여성의 연애담(말하자면..)이다. 그들이 대화하고 산책하고 돌아다니고 사색하는 공간들이 런던에 산다면 정말 친숙한 곳들이다. 하이드 파크, 켄싱턴 스퀘어, 다양한 갤러리와 거리 이름들, 역 이름들... 새삼스레 런던에는 이렇게도 멋진 데이트 장소가 많구나, 하는 생각이 들며 한국에는 광화문 광장, 경복궁, 남산, 국립현대미술관, 강남대로, 서촌 등등을 돌아다니며 연애하는 소설이나 에세이가 없을지 궁금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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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랭 드 보통이 건축 관련 공부를 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배경지식도 안 찾아보고 리뷰하기..-_-;;) 그런데 그의 사고 방식이나 글을 축조하는 방식이 마치 철학하는 건축가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 연애 속에서 '나'는 연애가 끝난 후 자살을 미숙하게 시도하고 실패할 정도로, 이 연애에 푹 빠져 사랑, 사랑의 시작, 밀당 (?), 사랑의 진행, 사람, 관계, 삶, 나, 성격 등등을 사색한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과거를 돌아보며 철학적으로 사고하는 '나'의 뒷모습이 떠오르는...초연함이 엿보인다.
이 책은 철학적인 연애소설이라 불러도 무방하다.
사실 나는 이 책을 에세이라고 생각하지만, 보통 자신이 얼마나 그 속에 투영되었느냐에 따라 달라질 듯. 즉, 보통 자신의 이야기가 많이 들어갔으면 에세이, 그게 아니라 허구의 이야기로 재구성된 것이면 소설. (물론 일본의 사소설들을 보면... 이 구분점이 점점 더 모호해 지는 것 같지만. 그래서 사소설류는 별로 안 좋아한다.-_-)
처음 누군가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그 사람과 나에 대해 생각하고, 연애하고, 사랑이 진행되고, 그 연애 속에서 다양한 감정의 스펙트럼을 맛보고, 사랑이 삐긋대기 시작하고, 끝나고.... 이 모든 순간을 드 보통은 마치 조심스럽게 오페라 케잌을 칼로 잘라 내부를 들여다보는 것처럼,능숙하게 사랑을 해체하여, 철학적으로 설명하고 해석해낸다.
2015년에 다시 읽으니 조금 닳아빠진 부분도 있긴 한데.. 여전히 뛰어난 통찰과 머릿 속이 탁 트이는 경구들이 여기저기 산재해있다. 문장 하나도 허투루 쓰지 않는 뛰어난 문장가이면서도 (물론 도치와 생략이 일상이라 나같은 non-native는 힘들때도 있다ㅠ),그 문장과 짧은 호흡의 문단, 그리고 많지 않은 문단으로 이루어진 짧은 장마다 어찌나 반짝반짝하는 성찰들이 담겨져 있는지 모른다!
나는 나도 모르게 사랑얘기, 신파극, 연애얘기는 그냥 통속적인거라 생각해온 것 같다. 하지만.. 사랑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는지.우리가 영어를 배우려고 하는 만큼이나, 연애와 관계에 대해서는 얼마나 배우려 하지 않는지.
사랑을 하고 나서도, 거기에서 교훈을 찾아내 책을 써내는 드 보통은 역시 뼛속까지 글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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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s in love를 읽으며 마지막에 역시나.... '500 days of Summer'가 생각났고, 몇 년 전 나왔던 공효진, 하정우 주연의 '러브픽션'이라는 영화도 떠올랐다. 분명 두 영화 모두 이 에세이에 영향을 받은 것이 틀림없다. 특히 '러브픽션'에서는 연인이 서로 '사랑한다'라는 닳아빠진 말을 대체하고 싶어 방울 토마노를 보며 '방울방울해'한다는 장면이 나오는데, 여기서 첫 번째 단서를 찾았었다.
(실제로 궁금해져서 찾아보니 신형철님이 또 아주 수술대에 이 주제를 올려서 잘근잘근 설명해 주셨다^^
역시....신형철님 쨔응.... http://www.cine21.com/news/view/mag_id/7168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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