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확실히 마음에 여유가 없다.
남보다는 나를, 내가 잘 사는 게 나한테도, 남한테도 최선이라는 생각이 점점 마음을 잠식한다. 내가 잘 살고 봐야 한다는 이기심이 남을 생각하고, 연락하고, 돌보거나 하는 일들을 내 삶에서 몰아내버렸다. 생각해보면, 모두가 그런 것 같다. 자기 한 몸 건사하는 것, 자기 가족이나 잘 건사하는 것 조차 힘든 세상이므로. 모두가 자신만 보며 살아간다. 지하철에서도 다들 무엇이 그리 할말이 많은지 스마트폰 모니터만 들여다보고 있다. 걸으면서도, 운동을 하면서도, 커피를 마시면서도, 손에서 놓지를 않는다. 중독이다. 나 역시 빠른 인터넷과 효율적이고 편리한 스마트폰의 기능에 중독된 부분이 있다. 하지만 나는 의식적으로 그러지 않으려 노력한다. 일부러 주변을 조금 더 살피려고 노력한다. 안드로메다에서 온 외계인이 우리네 지하철이나 버스의 풍경을 본다면, 저 스마트폰 속에 돈 버는 비법, 사랑을 찾는 비법, 더 잘 사는 방법이 숨겨져 있다고 생각할지도..
많은 이들이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한다. 그리고 아주 많은 이들이 이어폰을 귀에 꽂고 있다. 스마트폰 없을 때는 다들 어떻게 살았을지. 그 때는 신문을 펴서 읽지 말고 반의 반으로 접어서 읽자는 공익 광고도 있었고, 책을 읽는 이들도 자주 볼 수 있었다. 아니면 풍경을 바라보거나, 자신의 생각에 빠져 멍하게 있는 사람들도 있었다. 나는 이런 시간을 잃어가는 게 아쉽고 아깝다. 수많은 정보가 넘쳐나서, 진짜 귀중한 정보들이 손가락 한 번에 휙 넘어가버리는 게 슬프다. 그런데 나도 이 흐름에 참여할 수 밖에 없다. 흐름이라는 것은 무섭다. 내가 동의하지 않아도, 그 흐름이 오랫동안 있으면 나도 그 흐름의 일부가 된다. 그 일부가 되어 그 흐름이 정상적이고 일반적이고 '옳은' 것이라 생각하게 된다. 그 흐름을 거스르는 것은 의식적인 노력과 얼마 간의 희생이 필요하다. 2013년 초부터 2014년 중반까지 내가 스마트폰 없이 살았던 그 시절 (물론 아프리카라서 가능했..), 내 컴퓨터 하드 드라이브에는 하루하루 열심히 적었던 일기와 잡글, 에세이들이 들어차 있다. 대신 친구들이나 가족과의 연락은 자주할 수 없었다. 최신 경향이나 트렌드도 거의 모르고 살았다. 그게 스마트폰이 없이 살았던 그 기간의 장단이다. 더 많은 사색과 글 쓸 시간, 책 읽을 시간을 얻은 대신 구식 인간으로 살았다.
그런데 스마트폰을 끼고 살면서 내가 최신식 인간이 되었다는 생각은 없다. 더 얕은 인간이 되어가고 있다는 생각만 들 뿐이다. 조만간 구식 인간으로 돌아가야 겠다고 생각한다. 작년에는 카카오톡을 스마트폰에서 지우고, 밤에는 인터넷 기능을 아예 다 종료해놓기도 했었다. 페이스북을 한두달 정지시켜 놓았을 때도 있었다. 그런데 그 때문에, 내가 일련의 서비스를 통해 가능한 네트워킹과 기회를 차단시켰다. 그래서 다 복구했다. 그리고 항시, 실시간으로 접속된 인간으로 다시 돌아왔다. (그런지 꽤 되었다.. 익숙하다) 스마트폰이 우리 일상으로 들어온 그 순간, 우리 현대 인류의 삶은 그와 떼어 놓고는 살 수 없는 성질의 것으로 변모된 것일지도. 나는 순진하게도 나만큼은 그것 없이도 잘 살 수 있다고 감히 생각하기도 했었는데, 아니었나보다. 그것이 없이 살아가려면 내가 요즘 즐겨보는 tv의 '자연인들'로 변신해야 한다. 그런데 나는 그럴 의향이 없으니, 좋으나 싫으나 이리 살아야 한다.
요즘 어떻게 하면 스마트 폰 서비스에 집착을 줄이고, 나만의 시간을 늘릴 수 있을지 고민한다. 운동이 하나다. 나는 운동 할 때 두 손에 물통과 땀 닦을 수건만 들고 피트니스 센터로 들어간다. 근육 운동을 하면서도 스마트폰에서 뭔가를 열심히 하는 이들이 눈에 띈다. DMB 시청을 하며 자전거를 타고, 짬이 나면 열심히 카톡을 하고 있다. 그런데 나에게는 운동하는 시간 만큼은 온전하게 내 몸과 내 호흡에 집중할 수 있는 순간이다. 어떤 순간부터 내 등허리에서 땀이 흐르기 시작하는지, 웨이트를 하면 몇 번부터 근육이 아려 오는지, 어느 정도 운동을 하면 숨이 바닥나는지, 땀이 나고 인상을 찡그리며 가쁜 숨을 몰아쉬고, 후, 후 하면서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고 늘리고 하는 게 즐겁다. 옛날에는 혼자 헬스장에서 운동하는 게 무슨 재미냐고 물었었는데.. 인간은 변한다. 자의반 타의반으로. 타의의 영역이 큰 변화 속에서는, 결국 자기가 자기 공간 찾아 가야한다. 끊어지지 않는 지점토 인형처럼 여기서 누르면, 저기서 튀어나가고, 저기서 누르면, 요기로 들어와버리면 된다. 처세는 아니고, 그냥 정상적으로 살아가기 위한 방안이다. 처세를 하는 이들은 누르면 누르는 데로 푸욱 안으로 들어 삼켜야 한다고들 한다. 나는 그게 싫어. 누르면 튀어나갈래. 여러모로 조용히 분노가 쌓이는데 (주로 사회적인 일에서) 그걸 해결하는 방안은, 진짜 자신만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그건 내 지론이다. 튀어나간다. 몰래 혹은 대놓고. 상관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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