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배스킨라빈스 31의 유명한 캐치프레이즈, '골라먹는 재미가 있다!', 사실 살면서 선택지가 많다고 해서 그게 좋은 것일까?라고 반문하기도 한다. 사실 선택지가 많다는 말은 곧 나 스스로의 주관이 명확하지 않다는 것을 방증하기도... 흔한 점심 메뉴를 고를 때에도, 내가 선호하는 음식이나, 절대적으로 싫어하는 것들, 혹은 그날 그날의 선호가 명확하다면, 점심 메뉴 고르기가 그렇게 어렵진 않을 것이다.. 그런데 보통은 '뭐 아무거나 괜찮아요' 정도의 선호를 가지고 있으므로, 3-4명의 그룹만 모여도 그렇게 점심 메뉴 고르기가 힘든 것이다! 그래서 나는 보통 '오늘은 면류', '오늘은 국 종류', '순대국은 노노', '건강한 샌드위치' 정도의 선호는 항상 12시 정도에 생각해 놓고 (-_-;;;) 내 의견을 피력하는 편이다. 선호가 분명하다는 것은 까다롭다는 것이기도 하리라. 나는 내가 먹기 싫은 걸 먹기 보다는, 까다로운 인간이 되는 편을 택하겠다.
2.
그렇게 나의 주관과 선호를 믿으며 사는 나란 인간이, 요즘 고민에 빠진 것 같다. 물론 선택지가 많아서 내가 '행복한'이라는 형용사를 앞에 덧붙이는 그런 고민이다.
쉽게 말하면 JPO 파견희망 직위를 결정하는 작업이다. CV를 만들고, 여러가지 직업이나 일에 도전하다 보면 느끼는 점이 있다. 과거가 나를 만들기도 하지만, 또한 미래가 나를 만들기도 한다는 점. 즉 나의 전공, 경력, 지금까지 삶의 방향성이 미래라는 연속선으로 이어질 수도 있겠지만, 내가 미래에 무엇을 하고 싶고, 어떤 도전을 하고 싶은가에 따라 나의 과거를 - 쉽게 말해 - 포장하는 성향도 있다는 말이다.
나는 공부는 사회과학을 했고, 일도 주로 개발 정책이나 코디네이션, 사업평가 등을 해 왔다. 그런데 앞으로도 그 방향으로 나갈 생각은 없다. 관심사의 방향이 바뀐 것이다. Output과 Outcome을 내가 볼 수 있는 분야, 인도주의적 지원에 더 큰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특히 그 지원에 있어서 Programming도 중요하지만, 전체 cycle을 조망하고 기록하고 분석하는 M&E 부문에 내 비교우위가 있지 않은가,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그러다 보니, 전통적인 개발정책이나 개발 프로그램, 사업을 하는 기구가 아니라 인도주의적 지원을 하며 field-work이 주가 되는 기구들에 자꾸 눈이 돌아간다. 그리고 그 곳에서 내가 좋은 성과를 내고, 필요한 인력일까, 하는 질문도..
3.
하지만 나는 개인주의적인 인간이라, 기본적으로 고려하는 건 내가 즐거워야 한다는 점이다. 열심히 하는 놈은 똑똑한 놈 못 이기고, 똑똑한 놈은 즐거운 놈 못 이긴다는 류의 마음가짐. (물론 즐거운 놈은 빽 없는 놈 못 이긴다. 이건 도덕적인 성토가 아니라 그냥 엄연한 현실이라고 느낀다.) 그래서 일 자체는 필드 중심형 기구로 가면 아주 즐겁고 보람있게 (힘든 일들도 정신승리로 이겨내는 나의 주 특기 멘탈로^0^) 일할 수 있을거라 95% 확신한다. 그런데 삶과 일의 균형에 있어서, 좀 힘들 거라는 생각이 강하게 뒷통수를 후려치고 있다. 특히 냉온탕 개념이 확실하고, 필드 경험이 없으면 그냥 커리어의 기회 자체가 옅어지는 기구들만 자꾸 눈에 띈다. 고생을 쫓아다니는 나란 인간은.. 그냥 그렇게 살아야 되나보다..
그런데 내 님은 무슨 잘못인가. 사랑만으로는 살 수 있겠으나, 출산과 육아가 이 의사결정에 고려되기 시작하는 순간, 거기서 바로 생각이 정지된다. (물론 새벽에 생각을 많이 하기 때문에 불필요하게 상상하는 부분...-_-;;;이 있다. 나는 시방 감성적인 동물이다.)
4.
그래서 결론은. 고민 continues... forever. 이런 류의 고민은 humanitarian workers라고 부르는 특수한 직업군에 몸담은 이들이 평생 하는 고민일지도. 인도주의 지원 업무가 아니라 개발이나 국가재건 업무를 하는 이들 역시도. 언제나 요리조리 내 성향과, 직업과, 삶과, 일과, 행복의 균형추를 정상 궤도에 맞추려는 노력을 해야한다. 어쨋든. Anyways, 지금은 나에게 이제 다시는 오지 않을 전후무후의 행복한 고민의 시간이다. 내가 언제 일이나 근무지를 내 뜻대로 골라서 가 보겠는가!
즐기자. 결국은 즐기는 놈이 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