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 표지만 보고 달달한 연애소설인가 해서,
또 '김애란'이라는 작가를 각종 매채 (뉴스, 잡지 그리고 지인들)를 통해 전해들어서
한국에서 한 권 샀다가 여기서 다시 전자책으로 사서 읽어보았다-
아주 어린 부모와, 아주 늙은 아들의 이야기라고 읽히기도 하고 ..
불치병을 앓는 소년의 일기장을 엿보는 느낌이기도 하고 ..
누구나가 시기만 다를 뿐 일종의 끝을 향해 달려가는 인생에 대한 성찰이 보이기도 했다.
그리고 마치 초보작가의 견습일기를 읽는 것 같기도 했다.
소설 중 주인공이 실제로 '글' 시작해보는 장면이 나오고,
말과 글 그리고 사물 그리고 감정, 그 모든 것들에 대해 어떻게 시작하면 좋을지 막막한
'하얀 스크린 앞의 먹먹한 감정' 같은 것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었을까?
고작 열일곱살 밖에 안 먹었지만, 내가 이만큼 살면서 깨달은 게 하나 있다면, 세상에 육체적인 고통만큼 철저하게 독자적인 것도 없다는 거였다. 그것은 누군가 이해할 수 있는 것도, 누구와 나눠가질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터무니없단 걸 알면서도, 또 번번이 저항하면서도, 우리는 이해라는 단어의 모서리에 가까스로 매달려 살 수밖에 없는 존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어쩌자고 인간은 이렇게 이해를 바라는 존재로 태어나버리게 된 걸까? 그리고 왜 그토록 자기가 느낀 무언가를 전하려 애쓰는 걸까?
어른이란 단어에서 어쩐지 지독한 냄새가 난다는 건 알았다. 그건 단순히 피로나 권력, 또는 타락의 냄새가 아니었다. [...] 아버지가 어른이란 말 속에서 본능적으로 감지한 것, 그것은 다름아닌 외로움의 냄새였다.
'문학 속을 걷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긍정의 배신 - 바버라 에런라이크 (0) | 2013.06.04 |
---|---|
고래 - 천명관 (0) | 2013.05.21 |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 오스카 와일드 (0) | 2013.05.21 |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 박민규 (0) | 2013.03.22 |
그리스인 조르바 - 니코스 카찬차키스 (0) | 2013.03.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