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규님의 소설은 여러권 읽어봤다.
처음에 시도했을 때는 뭐, 이렇게 실험적이야 하고 그만 뒀었고-
두번째 책을 들었을 때 부터 꽤 재미있다고 느끼며 읽었던 것 같다.
아마 '카스테라'와 '핑퐁'이라는 제목의 소설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리고,
아크라에 와서 문득 섬세한 감각으로 씌여진 한국어 소설 텍스트가 그리워졌다.
그 연유로, 집어든 것이 (a.k.a. 사실은 클릭이다, 이북이기 때문에!)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 라는 소설이었다.
이야기 구조는 간단하다, 아주 못생긴 여자를 사랑한 한 남자 이야기.
한국 사회가 막 경제적 도약을 졸업하고, 자본의 부흥으로 흥청거리기 시작한 시절에
서울로 상경해 일하기 시작한 한 젊은 청년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 소설은 아련한 로맨스 소설로도 훌륭하게 읽힌다. 하지만 -
'못생긴 여성'과의 사랑 그 이면에는 아름다움과 자본이 '옳게' 인식되기 시작한 사회,
옳은 것 보다는 '좋은' 것이 '옳게' 인식되기 시작한 사회에 대한 사유를 엿볼 수 있어서
참 느끼는 바가 많았다.
또한, 호흡이 짧고 간결한 문장 그리고 박민규 특유의 독특한 단락 배치 속에서
밑줄을 그을 수 밖에 없게 만드는 멋진 문장들도 많이 발견했다.
소설이 후반부를 향해가며 문득 깨달은 것은,
이 소설이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를 많이 닮아있다는 것이었다.
주제의식이나, 주요 캐릭터의 관계 - 특히 두 주인공 사이의 요한이라는 존재가
상실의 시대 주인공들의 삼각구도를 떠올리게 한다.
역시나, 웹을 검색해보니 이미 이런저런 이야기가 회자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은 박민규 특유의 감각이 지배적이다.
하루키를 닮았든, 상실의 시대를 연상하게 하든 이 소설은 박민규의 것이고,
한국 사회의 한 켠에 살았던 한 청년과, 못생긴 여자 그리고 우리 사회를 반추해보게 한다-
멋진 소설이다.
첫 장을 읽으면서 마지막 장 까지 쉬지 않고 단숨에 읽어나가는 흡입력이 강한 소설!
소설을 읽고 '죽은 왕녀의 파반느'와 '스트로베리 필드 포에버'를 다운받아 밤새 듣게한 그 흡입력!
외모는 돈보다 더 절대적이야.
인간에게, 또 인간이 만든 이 보잘것 없는 세계에서 말이야.
아름다움과 추함의 차이는 그만큼 커, 왠지 알아?
아름다움이 그만큼 대단해서가 아니라 인간이 그만큼 보잘것없기 때문이야.
보잘것없는 인간이므로 보이는 것에만 의존할 수 밖에 없는거야.
보잘것없는 인간일수록
보이기 위해, 보여지기 위해 세상을 사는 거라구.
인간은 참 우매해. 그 빛이 실은 자신에게서 비롯되었다는 걸 모르니까.
하나의 전구를 터질 듯 밝히면 세상이 밝아진다고 생각하지.
실은 골고루 무수한 전구를 밝혀야만 세상이 밝아진다는 걸 몰라.
성공한 인생이란 무엇일까?
적어도 변기에 앉아서 보낸 시간보다는, 사랑한 시간이 더 많은 인생이다.
적어도 인간이라면 변기에 앉은 자신의 엉덩이가 낸 소리보다는,
더 크게... 더 많이 <사랑해>를 외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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