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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속을 걷다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 박민규

by 주말의늦잠 2013. 3. 22.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저자
박민규 지음
출판사
예담 | 2009-07-20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세상 옆에 들러리 선 우리의 자화상!새로운 상상력과 실험정신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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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규님의 소설은 여러권 읽어봤다.

처음에 시도했을 때는 뭐, 이렇게 실험적이야 하고 그만 뒀었고-

두번째 책을 들었을 때 부터 꽤 재미있다고 느끼며 읽었던 것 같다.

아마 '카스테라'와 '핑퐁'이라는 제목의 소설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리고,


아크라에 와서 문득 섬세한 감각으로 씌여진 한국어 소설 텍스트가 그리워졌다.


그 연유로, 집어든 것이 (a.k.a. 사실은 클릭이다, 이북이기 때문에!)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 라는 소설이었다.





이야기 구조는 간단하다, 아주 못생긴 여자를 사랑한 한 남자 이야기.


한국 사회가 막 경제적 도약을 졸업하고, 자본의 부흥으로 흥청거리기 시작한 시절에

서울로 상경해 일하기 시작한 한 젊은 청년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 소설은 아련한 로맨스 소설로도 훌륭하게 읽힌다. 하지만 -



'못생긴 여성'과의 사랑 그 이면에는 아름다움과 자본이 '옳게' 인식되기 시작한 사회,

옳은 것 보다는 '좋은' 것이 '옳게' 인식되기 시작한 사회에 대한 사유를 엿볼 수 있어서

참 느끼는 바가 많았다.



또한, 호흡이 짧고 간결한 문장 그리고 박민규 특유의 독특한 단락 배치 속에서

밑줄을 그을 수 밖에 없게 만드는 멋진 문장들도 많이 발견했다.




소설이 후반부를 향해가며 문득 깨달은 것은,

이 소설이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를 많이 닮아있다는 것이었다.

주제의식이나, 주요 캐릭터의 관계 - 특히 두 주인공 사이의 요한이라는 존재가

상실의 시대 주인공들의 삼각구도를 떠올리게 한다.

역시나, 웹을 검색해보니 이미 이런저런 이야기가 회자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은 박민규 특유의 감각이 지배적이다.


하루키를 닮았든, 상실의 시대를 연상하게 하든 이 소설은 박민규의 것이고, 

한국 사회의 한 켠에 살았던 한 청년과, 못생긴 여자 그리고 우리 사회를 반추해보게 한다-


멋진 소설이다.

첫 장을 읽으면서 마지막 장 까지 쉬지 않고 단숨에 읽어나가는 흡입력이 강한 소설!

소설을 읽고 '죽은 왕녀의 파반느'와 '스트로베리 필드 포에버'를 다운받아 밤새 듣게한 그 흡입력!





외모는 돈보다 더 절대적이야. 

인간에게, 또 인간이 만든 이 보잘것 없는 세계에서 말이야.

아름다움과 추함의 차이는 그만큼 커, 왠지 알아?

아름다움이 그만큼 대단해서가 아니라 인간이 그만큼 보잘것없기 때문이야.

보잘것없는 인간이므로 보이는 것에만 의존할 수 밖에 없는거야.

보잘것없는 인간일수록


보이기 위해, 보여지기 위해 세상을 사는 거라구.





인간은 참 우매해. 그 빛이 실은 자신에게서 비롯되었다는 걸 모르니까.

하나의 전구를 터질 듯 밝히면 세상이 밝아진다고 생각하지.

실은 골고루 무수한 전구를 밝혀야만 세상이 밝아진다는 걸 몰라.






성공한 인생이란 무엇일까?

적어도 변기에 앉아서 보낸 시간보다는, 사랑한 시간이 더 많은 인생이다.

적어도 인간이라면 변기에 앉은 자신의 엉덩이가 낸 소리보다는,

더 크게... 더 많이 <사랑해>를 외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