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가 쓴 대중 심리과학서.
미국의 출판계에서 부러운 것 중 하나가, 과학자나 의사, 변호사 등 전문직 종사자들이
인문학자의 감성과 글솜씨로 그 세계를 풀어주는 대중서들이 참 많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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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심리과학 혹은 심리학 혹은 뇌과학 등 전문 과학의 영역을 다루고 있다.
그러나 글의 시작과 끝, 그리고 소재를 다루는 방식이나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향이 감성적으로 느껴질 정도로 가볍고 쉽게 설명되어 있다. 20세기의 유명한 (혹은 위대한) 심리실험 10선을 소개해주는데, 그 심리실험을 하게 된 과학자의 생애와 인생을 소개해주고, 심리실험을 시작하는 사람의 뒷모습을 훔쳐보는 듯 생생한 묘사가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 10개의 심리실험 장면들을 보며, 실험실 속의 피실험자와 넓은 세계속의 개인으로서의 '나'를 병치시켜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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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키너의 행동주의 이론은 인간의 자유의지에 의문을 품게 만든다.
아니, 10개의 실험 모두가 과연 인간이 자유의지로 행동하고 사고하는가?에 대해 의심하게 한다.
특히 스키너의 행동주의 실험과 밀그램의 권위 실험. 우리의 행동과 사고를 이끌어내는 것은 도대체 무엇일까...
밀그램의 실험에서 복종하지 않은 피실험자는 몇 십년 후 사회의 순응자로 자라게 되고,
복종해서 전기충격을 마지막까지 올렸던 피실험자는 몇 십년 후 반전과 사회의 명령에 반문을 제기하는 인물로 성장하고..
인간의 본성을 찾아내려는 과학자들의 심리실험은 역시나, 외적 타당성의 문제에 부딪힌다.
실험실의 유효한 결과가 외적 세계에서도 역시 타당한가? 잘 모르겠다.. 하지만 이 실험들은 인간의 본성에 대한 흥미로운 실마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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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에도 인지부조화 이론이나 정신 진단 타당성에 대한 실험,
마약중독 실험과 기억 매커니즘에 대한 실험과 수술 이야기들.
10개의 실험들을 읽어나가면서 나는 그 뒤가 참 궁금했다. 그래서 인간은 어떤 동물이란 말인가?
그런데 이 책은 답을 주지 않는다. 그 답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던져줄 뿐이다.
아니, 인간의 심리 혹은 본성 혹은 사랑의 본질에 대해 탐구하는 과학에 '답'이 있을까?
답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학자들의 이야기를 읽고, 나는 역설적으로 답이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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