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도 아니고 굉장히 딱딱한 철학 텍스트인데도,
지겹다는 생각 보다는 굉장히 흥미롭다는 생각으로 읽어나간 책이다.
근대에서 탈근대로 넘어가는 어떤 역사의 흐름을 짚어내면서
저자는 우리가 '자유'와 '긍정'과 '자아 의식'으로 대변되는 현 시대와 현시대를 살아가는 (혹은 살아내는) 사람들에
대해 굉장히 신선하고 파격적이기까지 한 주장을 펼친다.
그리고 나는 책 전체에 밑줄을 긋고 싶은 마음이었다.
지금까지 서양 근대사회를 지배해온 부정성의 패러다임이
긍정성의 패러다임으로 전환되어 가고있고, 그 패러다임을 자양분으로 자라는 사회는 바로 '성과사회'다.
'성과사회'에서 한 개인은 활동하고, 성장하고 끝없이 '뭔가를 하며' 자유로운 주체로 인식된다.
하지만 그 자유에서 새로운 강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능력, 성과, 과잉으로 대표되는 이 긍정성의 과잉이 이 '성과주체'들을 새로운 궁지로 몰아간다.
끝없이 자신이 자기 자신을 착취하고, 그 속에서 자아는 소진된다.
피로해진다. 피로사회다.
끝없이 활동하느라, '무엇을 하지 않을' 힘을 잃어가고, '분노'하고 '연대'할 여지는 사라진다.
삶이 아니라 생존이 문제가 된다. 삶의 질이 아니라 돈과 힘이 생존을 이끌어가는 동력이다.
성과주체는 규율에 단련된 상태를 유지한다. 규율단계는 이미 졸업한 상태다.
이러한 맥락에서 우울증이라는 병은
무엇에 대한 명령이 아니라 '성과'를 향한 압박에 의한 탈진의 결과이다.
실제로 인간을 병들게 하는 것은 후기근대적 노동사회의 새로운 계율이 된 성과주의인 것이다.
저자는 성과사회와 성공을 향한 열망이 현재 세계를 지배하는 자본주의의 요구와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다.
성공적 인간이라는 이상에 유혹당한 사람들의 과도한 활동과 열망과, 실천이
자본주의의 확대 재생산에 기여하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이 맥락에서 섬뜩한 것은 그러면서도 우리는 모두 '자유롭고' 우리 뭔가 '할 수 있는' 주체로
믿으며 끝없이 자아를 소진해갈 뿐이라는 것이 아닐까?
그렇기에 우리 사회를 대표하는 질병은
콜레라나 말라리아 등의 바이러스적 질병이 아니고 신경성 질환, 즉 우울증이다.
내가 개인적으로, 사회적으로 그리고 어쩌면 영적으로 (?) 받고있는
스트레스와 간헐적인 좌절감, 약간의 실망과 점점 더 커지는 열망에 대해
다시 한 번 돌아보고 또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였다.
하, 철학이라는 것이 얼마나 삶을 윤택하게 만드는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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