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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속을 걷다

포트노이의 불평 - 필립 로스

by 주말의늦잠 2015. 5. 1.



포트노이의 불평

저자
필립 로스 지음
출판사
문학동네 | 2014-02-28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이게 내 인생입니다, 내 하나뿐인 인생이라고요. 나는 유대인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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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립 로스에 한 번더 당했다. 


  나는 사전지식이나 preview를 전혀 하지 않고 책이나 영화를 보는 걸 아주 즐기는데, 포트노이의 불평 역시 필립 로스의 이름만 보고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렇게 음란하고 대담하면서도 - 사실 책 전체가 포트노이의 자위와 섹스 상상...에 대한 이야기라고 해도 무방하다 - 차가운 이야기를 쓸 수 있다니.. 라고 생각할 법도 하지만. 솔직히 처음에는 필립 로스가 소위 '약 빨고' 소설 쓴거라고 느꼈다. 소설의 처음부터 끝가지 상스러운 단어들과 음담패설이 난무하고 (책 한 페이지마다 '씹'이라는 단어가 몇 번 나오는지 평균을 내 볼 필요가 있다-_-;), 필립 로스다운 블랙 코미디가 섞인 충격과 공포의 문제작임엔 분명하다.


  필립 로스의 다른 작품에서와 같이 주인공인 포트노이 역시 유대인계 미국인이다. 학벌도 좋고, 사회적 지위도 높으며, 외모도 잘 생겼으며, 재능, 사회의식, 그 무엇하나 빠질 것 없는 엘리트 변호사이다. 그런데 이 엘리트 변호사가 늘어놓는 이야기가 마치 그의 이드(id)의 바닥을 끌어 모은듯한 찌질함의 잔치같다. 분명 마마보이 컴플렉스와 감상적인 자기연민과 자기비판에 빠져드는 이 남자, 청소년때 부터 엄청난 열정과 빈도(!)로 자위를 하며, 길에서든 일을 하면서든 뭘 하든 여자와 '한 번 해볼' 생각으로 가득찬 이 남자. 과히 '포트노이 증'이라고 불릴만한 정신질환 급의 이야기다..


  실제로 소설은 포트노이가 정신과의사에게 날 것 그대로 털어놓는 불평, 분노, 원망, 성적 충동, 섹스편력, 자아비판, 빈정거림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 소설이 음란하거나 상스럽게 느껴지지 않고 오히려 굉장히 차갑게 느껴지는 이유는, 주인공 자아의식 속에 정체성 혼란이라는 테마가 있기 때문일지 모른다. 미국이라는 나라에 속한 이방인으로서의 정체성과, 유대인 정체성의 거부. 그러나 거부할 수 없이 그의 매부리코에, 그의 부모님에, 그의 가정에, 그의 의식 속에 세뇌된 그 의식.


  사춘기 소년의 자위에 대한 세부적인 묘사와 그 양적 광활함 (!) 대문에 1969년 출간 당시 미국 도서관들의 금서목록에 올랐다고 한다. 게다가 호주에서는 금수조치까지 내려졌다고 하니..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던 작품이었던 듯. 유대인의 깊은 자아의식에서 발로하는 소설이다 보니, 유대어 및 히브리어에 바탕한 다양한 어휘들도 등장하고, 게다가 단어나 말을 꼬는 pun이나 유머도 소설 전반에 퍼져있어 번역이 굉장히 까다로웠을 듯 하다. 마치 한 남자의 내밀한 사생활을 겪고 나온 양 뭔가 얼떨떨해지는 소설이었다.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