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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퇴장 - 필립 로스 유령 퇴장저자필립 로스 지음출판사문학동네 | 2014-08-01 출간카테고리소설책소개"책을 읽는/글을 쓰는 사람들인 우린 끝났어. 우린 문학의 시대... 원서 Exit Ghost 표지. 필립 로스라 역시 재미있지만, '에브리맨'이나 '울분' 처럼 술술 읽히진 않았다. 우선 화자가 꽤 이름이 난 노작가로 설정되어 있는데, 거의 죽음에 다다른 늙은 화자가 이야기하는 소설이라는 점에서 '에브리맨'과 유사하다. 하지만, '유령퇴장'에는 뭐랄까, 이야기로서의 소설 뿐 아니라 소설 작법이나 작가의 '소설관'도 엿볼 수 있다. 세상과, 사람과 단절된 채 몇십년을 살아온 노작가의 은둔. 그 은둔의 저변에는 테러리즘, 유다이즘, 미국정치 및 참여 등의 굵직한 키워드들이 포진해 있다. 어느 날, 노작가는 아주 즉흥적인 감.. 2015. 3. 13.
저번에 응급실 갔을 때 이젠 꽤 오래된 얘기지만, 몇 주전 동생이 계단에서 굴러떨어져 응급실에 실려갔었다. 새벽에 거의 닿아있던 그 시각. 응급실에는 잠에서 막 깨서 달려온 듯한 초췌하고 걱정스러운 얼굴들이 여기저기 보였다. 다들 가만히 몸을 놔두지 못했다. 다리를 떨고, 앞뒤로 걸어다니고, 병원 의자를 손으로 툭툭 치고, 자신들을 응급실으로 오게 만든 그 병실의 문만 하릴없이 바라볼 뿐. 폭발적으로 뜨거운 눈물이 흐른다. 나와 피로 연결된 존재가 피로 뒤덮인 모습을 볼 때. 그 피와, 눈을 감은 옆모습과, 그리고 추워서인지 충격인지 몰라 덜덜 떠는 손가락을 보고 주체할 수 없이 눈물이 흘렀다. 머릿 속에서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그려지고, 아 설마 그건 아니겠지, 그렇게 까지는 아닐꺼야, 하는 무언의 실랑이가 시작된다. 마치 응.. 2015. 3. 9.
오토바이 사고 요즘 동네 구립 도서관에 다닌다. 집에 있으면서 처지고, 부유하는 기운을 조금 차린다. 필립 로스를 조금 읽다가 어두워지기 전에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도서관을 나오니 칼바람이 불었다. 발을 동동 구르며 - 어제 따뜻해서 얇게 입고 나온 탓으로 - 첫번째 횡단보도를 기다려서 건넜다. 두번째 횡단보도를 건너려는 순간이었다. 뚝방길 위로 지하철이 지나는 세번째 횡단보도 주변에 경찰차와 엠뷸런스가 요란하게 등장했다. 무슨 일이었을까. 옷깃을 여미고 종종걸음으로 가던 내 눈에, 도로 한 복판에 쓰러진 청년 한 명과 앞부분이 부숴진 오토바이가 보인다. '사고가 났구나!' 나는 사람이 다치거나, 피가 나는 상황은 잘 보지 못하는 터라 일부러 외면하려 애쓰지만, 저절로 호기심이 나의 고개를 그 방향으로 돌린다. 보.. 2015. 3. 9.
사랑에 대해서 말할 때 우리들이 하는 이야기 - 레이먼드 카버 사랑에 대해서 말할때 우리들이 하는 이야기(신판)저자레이먼드 카버 지음출판사집사재 | 2009-03-30 출간카테고리소설책소개일상을 섬세하게 그려낸 레이먼드 카버의 작품들! 현대 미국 단... 레이먼드 카버의 단편집들Will you please be quiet, please?What we talk about when we talk about love, Beginners (original writer's version)CathedralElephantWhere I'm calling from *앞의 네 권은 '단편집'이고 Where I'm calling from 은 그의 대표 단편 37편의 컴필레이션이다. 두번째 단편집인 '사랑에 대해서 말할 때 우리들이 하는 이야기'는 영화 '버드맨'을 보고바로 꽂혀서 읽어.. 2015. 3. 8.
[영화] Birdman: 슈퍼히어로의 시대에 날아오르다 슈퍼히어로의 시대에 날아오른 버드맨 슈퍼히어로의 시대. 또다른 ~맨이 극장가에 나타났다. 버드맨. 영화에서 버드맨은 현재 할리우드 슈퍼히어로의 전 세대쯤 되는 위치를 차지한다. 버드맨3까지 찍고 리건 톰슨은 거의 퇴물이 된 상태. 그래서 레이먼드 카버의 소설을 각색한 연극으로 브로드웨이에서 재기를 꿈꾼다. 감독이 영화를 long take으로 찍기도 했고, 사실 영화 자체가 극 중 리건 톰슨의 내적 고뇌 (다중인격을 갖고 있는 것 같다..)를 다루고 있어서 마치 영화가 끝난 후에는 연극인의 머릿속을 다녀온 느낌이다. 카메라가 집요하게 등장인물과, 그들 사이의 만남 및 갈등을 쫓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알아봤더니, 알레한드로 감독이 일부러 그렇게 찍은 것이란다. 그래서 영화를 찍을 때 마치 연극을 하는 것 .. 2015. 3. 5.
휴전 - 마리오 베네데띠 휴전저자마리오 베네데띠 지음출판사창비 | 2015-01-23 출간카테고리소설책소개언론인이자 시인, 소설가로 활동한 우루과이를 대표하는 좌파 지식... 창비의 '책읽는당'에 또 당첨되어 생애 처음으로 우루과이 소설을 읽어보게 되었다. 우선 책표지 질감과 낡은 듯한 스크래치가 마음에 든다. 사람이 기는 것 같기도 하고, 산세를 표현한 것인지 혹은 의미없는 선과 점의 나열일 뿐인지 모를 그림 (?)도 소설에 대한 궁금즘을 증폭시킨다. 우루과이라면, 우루과이 라운드가 제일 먼저 떠오른다. 내가 잘 모르는 라틴아메리카의 한 나라. 옛날에 일하면서 라틴계 나라들의 GDP를 조사하면서, '어? 우루과이는 좀 사네?' 했던 기억도 난다. 그래서 우루과이의 소설,이라는 정보만 가지고 소설을 펼치며 잘 감이 오지 않았다... 2015. 2. 28.
1984 - 조지 오웰 1984(한글판 영문판)저자조지 오웰 지음출판사온스토리 | 2013-05-30 출간카테고리소설책소개온스토리 세계문학 시리즈, 그 열 번째 작품 《1984》 《동물... 간만에 고전을 읽으려고 책장을 살펴보다가 눈에 띈 1984.게다가 한글판, 영어판이 함께 있다. 그래서 이왕 읽는거 원문으로 읽었다. 1984라고 하면 보통 빅 브라더를 떠올릴 것이다. cctv나 intelligence agency 논란이 일면반드시 나오는 유명한 구절. "빅 브라더가 당신을 지켜보고 있다". BIG BROTHER IS WATCHING YOU. ▲깨알같은 펭귄의 1984 표지.ㅋㅋㅋㅋ 주인공 윈스턴이 살고 있는 오세아니아 Oceania는 완벽한 전체주의 세계이다.개인성의 몰살과 빅 브라더 및 당에 대한 완벽한 복종이 최고의.. 2015. 2. 27.
정체성 - 밀란 쿤데라 정체성저자밀란쿤데라 지음출판사민음사 | 1998-03-14 출간카테고리소설책소개광고회사의 커리어우먼 샹탈은 이혼 후 4살 연하의 장 마르크와 ... 나는 밀란 쿤데라 소설이 참 좋다.이유를 따지라면, 쉽게 읽히는 연애소설 같으면서도 중후한 안개가 깔린 느낌때문일까?혹은 전 작품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주제의식이나 분위기 때문이려나..정체성은 1997년도 작으로 쿤데라의 전집에서 아홉번째에 해당하는 경장편. - '정체성'. 샹탈과 장-마르크의 이야기. 자신이 A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A가 아닌 것 같을 때, 나는 내가 B라고 생각하는데 사실은 B가 아닐 때,현대인의 정체성은 어떤 형식으로 규정되는 것일까?남이 나를 규정짓는 것은 먼 해변에서 바라본 검은 실루엣처럼 단면에 지나지 않는다.장-마르크는 소설 서두.. 2015. 2. 22.
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 - 로렌 슬레이터 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저자로렌 슬레이터 지음출판사에코의서재 | 2005-07-12 출간카테고리인문책소개강간 살인을 목격한 38명의 증인들은 왜 신고조차 하지 않았나?... 과학자가 쓴 대중 심리과학서.미국의 출판계에서 부러운 것 중 하나가, 과학자나 의사, 변호사 등 전문직 종사자들이인문학자의 감성과 글솜씨로 그 세계를 풀어주는 대중서들이 참 많다는 점이다. - 이 책은 심리과학 혹은 심리학 혹은 뇌과학 등 전문 과학의 영역을 다루고 있다.그러나 글의 시작과 끝, 그리고 소재를 다루는 방식이나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향이 감성적으로 느껴질 정도로 가볍고 쉽게 설명되어 있다. 20세기의 유명한 (혹은 위대한) 심리실험 10선을 소개해주는데, 그 심리실험을 하게 된 과학자의 생애와 인생을 소개해주고, 심리실험을.. 2015. 2.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