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242 손가락의 수난 몇 일 전 계란 후라이를 하다가 손을 데였다. 스테인리스로 된 주방집기가 있었는데, 그게 옆에서 끓는 냄비에 닿아 뜨겁게 예열되어 있는 것을 모르고 잡아버렸다. 일상적으로 하던 일에서 큰 충격을 받은 양, 얼얼한 손을 보고 있다가 마치 데인 부근이 팔팔 끓는 고통이 느껴졌다. 그래서 흐르는 물에 넣고, 고통이 심해서 얼음물에 한참 손을 넣고 있었다. 이래저래 응급처치를 하고 약국에서 산 패치를 붙이고 다니던 어느 날.. 또 데인 손가락 끝이 문에 찧였다. 손톱 옆에 피가 까맣게 응고되었는데 데인 자국은 샛노란 고름이 차있고, 그 위에는 꺼먼 피가 맺혀 있는 모습을 보자니, '이제 나는 손모델 하기는 글렀구나..' 생각했다. 2015. 7. 13. 스토너 - 존 윌리엄스 스토너저자존 윌리엄스 지음출판사알에이치코리아 | 2015-01-02 출간카테고리소설책소개"사는 모습은 달라도, 우리는 누구나 스토너다." 조용하고 절망... 지난 세기에 잊혀진 소설이 다시 되살아나다. 우연한 기회에 한 편집자에 의해 21세기에 부활한 이 소설은 놀랍게도 지난 세기의 소설 같지가 않다. 마치 현재 살아있는 존 윌리엄스라는 작가가 막 펴낸 신작같다. 이게 놀라운 일은 아니다. 사실 스토너의 인물들은 뭐랄까, 고정된 시공간에 박제된 인간형들은 아니다. 언제 어디에서라도 스토너의 그 구부린듯한 등과 어깨의 실루엣을 발견할 수 있을 것 같다... 스토너는 스토리 텔링의 관점에서 보면 아주 단순하다. 단순할 뿐만 아니라, 거대한 사건이 일어나지 않는 굉장히 정적인 소설이다. 그런데도.. 나는 첫장.. 2015. 7. 13. JPO 합격수기: 2. 시험 당일 시험 첫 번째 날: Essay writing and group debate 2015년 JPO 시험 전형은 6월 초에 3일간 치뤄졌다. 제 2외국어를 선택하지 않으면 2일간 치루게 된다. 첫째 날이 사실 가장 압박이 크다. 아침에는 Essay writing 후 점심 먹고 그룹 Debate를 한다. 심지어 아침 일찍 양재 (국립외교원) 까지 가야하기 때문에, 설마.. 늦잠 자는 거 아니겠지, 하는 엄한 두려움까지-_-... 거의 몇 년만에 느껴보는 수능스러운 압박감이랄까. 암튼 요지는 첫째 날이 제일 압박이라는 점이다. 첫 날 아침. 약 50명의 지원자들이 아침에 속속들이 도착하는 모습. 나는 시험 당일날 간편하게 보려고 ppt에 요점을 정리해갔는데, 당최 머리에 들어오질 않고 어떤 지원자들이 도착했는지 더.. 2015. 7. 7. A Short History of Everything - Bill Bryson A Short History of Nearly Everything저자Bryson, Bill 지음출판사Transworld Publ | 2012-01-26 출간카테고리A Short History of Nearly Everything책소개- 내가 좋아하는 에세이스트 빌 브라이슨. 그 동안 여행 에세이만 읽었는데 그의 대표작인 '거의 모든 것들의 역사'를 읽어보기로 했다. 옛날에 친구가 선물로 원서를 줬던 게 기억나서 들고 읽었는데, 이게 웬일. 에세이라기 보다는 과학 입문서가 아닌가! 원서 574 페이지 분량의 얇지 않은 분량에, 지리학, 생물학, 화학, 물리학, 지구과학을 넘나들며 과거에서 현재를 통과하는 기술적인 용어로 가득한 이 책을.. 나는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하루에 한 3~4개 챕터씩 읽었는데, .. 2015. 7. 7. 눈먼 자들의 도시 - 주제 사라마구 눈먼 자들의 도시저자주제 사라마구 지음출판사해냄출판사 | 2015-04-15 출간카테고리소설책소개한 도시에 갑자기 눈앞이 뿌옇게 안 보이는 `실명` 전염병이 퍼... 전염병을 대하는 사회의 태도,라는게 있다면 주제 사라마구의 세계는 까뮈가 페스트에서 보여주는 모습과 정 반대의 대척점에 서있는 듯 하다. 페스트에서 오랑의 시민들은 조직화, 역할분배로 대표되는 '질서'로 전염병과 싸운다. 반면 눈먼자들의 도시에서는 식욕과 성욕에 끝없이 굴복하는 홉스적인 '투쟁'의 양상을 보인다. 전염병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빌 브라이슨의 거의 모든 것들의 역사에 따르면, 우리가 소유권을 주장하는 지구는 언제나, 지금도, 앞으로도 미생물과 박테리아의 것이다. 우리는 그들이 '허락하는 한' 머물다 가는 고차원 변종에 불.. 2015. 7. 7. JPO 합격수기: 1. 시험준비 내가 처음 JPO를 준비하면서, 가장 애를 먹은 부분이 관련 자료가 부족하다는 점이었다. 인터넷에 나와있는 JPO 수기도 이제 오래된 것들 (2001~2008년)이 많아, 최신 경향이나 정보를 찾는 것이 어려웠다. 나는 다행히 현재 JPO로 활동 중인 지인이 3명이나 있어 당해연도의 JPO 시험에 대해 도움을 받았다. 그래서 당시 내가 만약 JPO에 합격한다면, 꼭 수기를 남겨 후배들에게 도움을 주리라... 생각했었다. 그래서 이 글은 국제개발이나 UN에 대한 이야기라기 보다는, JPO 라는 외교부 프로그램의 준비와 시험에 관련한 기술적인 후기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다. 경험 나눔 정도로.. - JPO 준비를 처음 시작할 때 얼마의시간을 투자해야 하는지 많이 궁금해 한다. 나도 그 중 한 명이었다. 정.. 2015. 7. 5. [영화]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 아무래도 영화 제목 짓는 것에도 트렌드가 있는 모양이다. 몇 년전까지만 해도 번역가의 상상력과 유연함이 풍부하게 표현된 (-_-;) 영화 번역 제목이 눈에 띄곤 했었다. 예를 들어, '비키 크리스티나 바르셀로나'라는 영화의 제목은 '내 남자의 여자도 좋아'라고 번역되어, 3류 스페인영화스러운 향기와 함께 제목이 스포일러 폭탄을 던지는 사태를 발생시켰다. 뭐 '브라질'이라는 테리길리엄의 영화가 '여인의 음모'(ㅋㅋㅋ)로 번역되어 결국 명작을 삼류에로물 정도로 전락시키는 일도... 영화 제목에 대한 이야기는 영화평론을 하거나, 영화를 좀 본 사람들이라면 재미있는 글을 하나 쓸 수 있는 싱싱한 횟감인 듯 하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은 수입업자들이 영화 원제를 그대로 한글로 옮겨서 개봉하는 게 추세인가 보다. .. 2015. 6. 9. 다다를 수 없는 나라 - 크리스토프 바타유 다다를 수 없는 나라저자크리스토프 바타유 지음출판사문학동네 | 2015-03-18 출간카테고리소설책소개잊혀짐으로써 죽어간 이들과 잊음으로써 자유로워진 이들의 기나긴 ... 소설 전체가 150페이지가 안 된다. 게다가 줄 간격, 쪽 여백이 넓고 가끔 한 페이지에 한 문장이 적혀있을 때도 있다. 소설이 끝난 줄도 모르고 있다가, 마지막의 몇 십장은 그나마도 김화영 선생님의 해설인 걸 보고 다시 돌아가서 마지막 장을 읽었다. 마지막 장이라 해봤자 한 페이지에 문장 하나 덩그러니 놓여있다. 그만큼 간결한 소설이다. - 김화영 선생님이 말씀하신 것 처럼, 이 소설의 핵심은 '여행'이다. 원래 살던 곳을 떠나 신을 찾아, 혹은 무언가를 찾아 떠나는 구도의 여정. 프랑스의 혁명사와 인도차이나 반도의 휘몰아치는 역사의.. 2015. 6. 6. 해뜨기 전이 가장 어둡다 - 에밀 시오랑 해뜨기 전이 가장 어둡다저자에밀 시오랑 지음출판사챕터하우스 | 2013-05-27 출간카테고리인문책소개육신이 없는 정신이란 대체 무엇인가? 가장 완벽하고 우아한 문체... 폐허의 철학자라는 별명을 가진 에밀 시오랑의 에세이집.한국어 제목은 '해뜨기 전이 가장 어둡다'로폐허와 무의미로 점철된 풍경에 아스라히 떠오르는 태양을 연상케 한다. 일말의 긍정이 실려 있는 제목이랄까..그런데 원제는 'Sur les cimes du désespoir d'Emil Cioran'. 즉, '절망의 꼭대기에서'. 사실 이 책을 산 것은 재작년 이었다. 2013년 중순정도.그 당시 한국에 잠깐 들어왔다가 다시 아프리카로 나가야 했기에,여러가지 재미있을 것 같은 책을 싸갔다. 결론적으로, 아프리카 적도지방 가나의 뜨거운 태양 아.. 2015. 6. 6. 이전 1 ··· 4 5 6 7 8 9 10 ··· 2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