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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 올리버 색스 정신병, 질환, 마비, 결손, ~증 등의 단어를 들으면 흔히 우리는 부정적인 느낌을 가진다. '정상'이라는 범주에 있는 '대부분'의 인간들과 그 범주를 벗어난 '이상'하고 '비정상'적인 사람들. 현대의학은 그들을 환자로 규정해왔고, 우리 역시 뭔가가 모자라거나 고쳐야 할 부분이 있는 사람들, 부족하고 같이 살기엔 어려움이 많은 사람들이라는 느낌을 가지게 되었다. 나는 정신질환을 가진 사람이 주위에 없기도 하고, 평소에 심리학에는 관심이 있지만 이런 병리학적인 접근은 접해보지 않아서 그런지 올리버 색스의 시각이 참신하게 다가왔다. 그리고 정말 뇌와 신경 쪽의 부분적인 이상으로 부인을 모자로 착각하거나, 얼굴을 전혀 인지하지 못 하거나, 혹은 자신의 한 부분이 없어졌다고 느끼는, 말하자면 완벽한 인지 오류가.. 2016. 1. 19.
리디북스 페이퍼 라이트 가벼운 후기 가나에 있을 때 아이패드로 한국 책 좀 읽었던 게 나의 이북 경험 전부였다. 이번에 기회가 좋아서 이북리더기를 처음 사서 2권정도 읽어봤는데, 확실히 장단점이 뚜렷하다. 하지만 나는 장점에 더 가중치를 둬서 아주 만족스러워 하고 있다. 한국도 이제 이북시장이 막 활성화되고, 다양한 이북리더기들이 출시되는 역사적 순간을 맞이하고 있. 호모 노마드로서 누릴 수 있는 기술의 첨단을 내가 소유하고 있구나!하는 생각에 뿌듯. 뿌우우'ㅅ' 마지막에 결론 3줄 요약 있다. + 장점 1. 눈이 편하다. 아이패드로 책 조금 읽고 나면 눈이 시큰거리는데, 이북리더기는 역시 '독서'를 위해 만들어진 기기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 리디북스 앱에서도 편하게 사용했던 '상하 스크롤로 밝기 변화시키기' 기능이 굉장히 유용하다. 밤늦.. 2016. 1. 17.
페스트 - 알베르 카뮈 까뮈의 '페스트'는 기록물처럼 읽힌다. 실제로 까뮈도 페스트가 소설보다는 '기록'으로 분류되길 선호했다고 한다. 알제의 '오랑'이라는 도시에 어느 날 갑자기 페스트라는 전염병이 확산되고, 도시를 참극으로 몰아갈 때 그 고립된 도시의 생활 양상이 어떠할 것인가, 그 속의 인간들은, 그 인간들의 총합인 사회는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에 대한 까뮈의 상상실험 같기도 하다. 지나온지 얼마 되지 않은 2015년에, 나는 '에볼라'나 '메르스'와 같은 급성 전염병에 대해 직간접적인 공포를 느꼈었다. 에볼라 바이러스가 기니에서 발생해 시에라리온, 라이베리아 이 3국을 집어 삼키고 있을 때, 나는 같은 서아프리카 지역인 가나에 거주하고 있었다. 그리고 한국으로 돌아와서 얼마 되지 않아 '메르스 사태'도 경험했다. 그리고.. 2016. 1. 17.
생활의 발견 (아벤느 미스트) 아벤느 대용량 2통이 두 개다 노즐이 고장나서 사용을 못 하고 있었는데.대충 검색을 해보니, 미스트를 흔들어서 사용하면 내부의 미네랄 등 기타 성분이 노즐을 막을 수 있기 때문에 흔들어서 사용하면 안 된단다. 촌스럽게 그동안 열심히 흔들어 사용하다보니 미스트 노즐이 반란을 일으킨 것이었군. 아벤느 수입업체에서 a/s 받았다고 해서 전화 3번 했는데 안 받는다. 그럼 내가 해결해야지. 정수기에서 물 뜨뜻하게 받아서 노즐을 안에 넣어놓는다. 노즐에 막힌 것들이 녹길(?) 바라며.그리고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 입구에 바람을 불어보면 바람이 미세하게 나간다. 다시 미스트에 장착. 완료. 성공적. 2015. 12. 10.
JPO와 더 현실적인 이야기 1. 요즘 블로그가 뜸해졌는데, admin에 들어가보니 놀랍게도 방문자는 꾸준히 늘었다. 그 이유로는 JPO에 관련한 포스팅 후 관련 검색어로 많이 들어오시기 때문인 듯. 많은 분들이 (심지어 고등학생 분들이나, 그 분들의 부모님까지!) JPO 관련한 질문을 주셨다. 그 질문들에 답을 하면서 느낀 점이 있었다. 보통 JPO를 취업을 위한 하나의 시험으로 생각하시는 듯 하고, 그렇기 때문에 '어떻게 공부해야 하나요?', '어떤 책으로 공부해야 하나요?', '기출 문제는 뭔가요?'. '영어 얼만큼 잘해야 하나요?' ,'~~학과,~~전공이 괜찮을까요?' 등등, 되게 대답하기 힘든 질문이 많이 들어온다고 본다. 그런데 JPO는 한국 맥락에서의 정규직 취업을 위한 시험이 아니다. 그 이유라면, JPO는 결국 대한.. 2015. 12. 9.
독서 요즘 시간이 부족한 것은 아니니, 단연코 의지의 부족 혹은 습관의 부재로 독서량이 많이 줄었다. 차라리 해외 체류 할 때 한국 책은 더 많이 봤다. 희소성이 높아져야 관심을 갖는 나란 인간이여. 그런데 나는 독서에 대해 강박증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책을 하나 잡으면 우선 끝까지 읽고, 저자의 생각을 이해해야 한다는 생각을 해서. 재미없는 책은 오래도록 들고 찔끔찔끔 읽다가 죄책감을 느끼며 다시 책장에 꽂곤 한다. 하지만 소설은 아주 좋아해서 어떤 소설이든 재미있게 읽을 자신이 있다. 그 결과로 나의 독서습관은 심하게 소설에 편향된 왜곡 구조를 지니게 되었다. 그래서 지난 주에 다짐했다. 매달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기로. 특히 요즘 내가 관심을 가지게 된 생물학과 물리학, 심리학 책들, 그리고 영화/예.. 2015. 12. 6.
개인주의자 선언 - 문유석 이 책의 띠지에서 손석희 앵커는 말한다. "그의 성향의 상당 부분이 나와 겹친다는 데에 경이로움까지 느끼면서 이 책을 읽었다"고. 나는 안도감을 느끼며 읽었다. 소위 '높은 분'이 된 사람 중에도 이렇게 합리적 개인주의로 무장한 분이 계시는구나.. 하면서 말이다. 이 책의 제목인 '개인주의자 선언'은 또 '공산당 선언'을 비튼 제목이라, 센스있는 제목에 이 책을 든 이도 적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나처럼 손석희 앵커님의 감식안을 믿고 집어든 이가 더 많았으리라. 책에서 가장 공감이 갔던 부분은 우리 사회의 '집단주의' 문화가 우리 스스로를 더 불행하게 만드는 전근대적인 양상으로 몰아가고 있고, 이 부분에서 우리에게 부족한 것은 '근대적 의미의 개인주의'라는 주장이다. 물론 판사님이 밝히신 것 처럼 이 .. 2015. 12. 6.
서른즈음에 - 김광석 김광석 - 서른즈음에 또 하루 멀어져 간다 내뿜은 담배 연기처럼 작기 만한 내 기억 속에 무얼 채워 살고 있는지 점점 더 멀어져 간다 머물러 있는 청춘인 줄 알았는데 비어가는 내 가슴 속엔 더 아무 것도 찾을 수 없네 계절은 다시 돌아 오지만 떠나간 내 사랑은 어디에 내가 떠나 보낸 것도 아닌데 내가 떠나 온 것도 아닌데 조금씩 잊혀져 간다 머물러 있는 사랑인 줄 알았는데 또 하루 멀어져 간다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 2015. 11. 26.
라면을 끓이며 - 김훈 김훈 선생님의 산문, 라면을 끓이며. 드디어 다 읽었다. 한 편의 산문마다 참 깊어서 읽기 어려운 책은 아니나, 빨리 읽어내는 책도 또한 아니다. 역시 김훈 선생님은 아날로그적인 사람인 듯 하다. 아직도 원고지에 글을 쓴다는 것이나, 실제로 산문 중에 도구로서의 연필에 대한 사색도 담겨져 있다. 또한 김훈 선생님은 땅에 발을 붙이고 살아가는 사람 같다. 그럴듯한 이론이나 -이즘,보다는 목수의 연장을, 자신의 손에 쥔 연필을, 그리고 길거리를 돌아다니는 연인들의 웃음소리에 더 큰 믿음을 가지신 것 같다. 그러면서도 '먹고 산다는 것'의 굴레를 진 인간을 비애로서 바라보는 전반적인 분위기가 산문에 녹아있다. 돈을 벌어 쌀을 사서 밥을 해 입으로 넘겨야 한다는 것. 그 입이 여러 개라면 더 많은 돈을 벌어와야.. 2015. 11.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