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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소소함, 독서, 행복 오늘은 잠을 정말 늘어지게 잤다. 지난 주말에도, 지지난 주말에도 늦잠을 일부러라도 자면서 잠을 보충하려고 했지만 오늘은 신기록을 수립했다. 오후 2시. 솔직히 어제는 몇 시에 잠이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일부러 잠을 보충하려고 늦잠을 계획하는 날은 명확한 꿈을 꾼다. 오늘도 눈을 뜨고 꿈에 취해 몇 분간 헤롱거렸다. 나는 잠이 많은 것 같다. 그런데 잠이 없기도 하다. 편안한 분위기 (내 침대, 밤 시간, 따뜻한 차 한잔과 책 혹은 라디오)에서는 오랫동안 잠을 잘 수 있는데, 불편한 분위기에서는 잠을 못 잔다. 20대 후반으로 들면서 공간적 불편함에의 반응도가 민감해졌다. 그래서 저번에 에티오피아에서 한국으로 오는 14시간이 넘는 비행 시간동안 뜬 눈으로 고된 비행을 하기도 했고, 버스, 지하철에.. 2015. 9. 5.
행복한(?) 고민 1. 배스킨라빈스 31의 유명한 캐치프레이즈, '골라먹는 재미가 있다!', 사실 살면서 선택지가 많다고 해서 그게 좋은 것일까?라고 반문하기도 한다. 사실 선택지가 많다는 말은 곧 나 스스로의 주관이 명확하지 않다는 것을 방증하기도... 흔한 점심 메뉴를 고를 때에도, 내가 선호하는 음식이나, 절대적으로 싫어하는 것들, 혹은 그날 그날의 선호가 명확하다면, 점심 메뉴 고르기가 그렇게 어렵진 않을 것이다.. 그런데 보통은 '뭐 아무거나 괜찮아요' 정도의 선호를 가지고 있으므로, 3-4명의 그룹만 모여도 그렇게 점심 메뉴 고르기가 힘든 것이다! 그래서 나는 보통 '오늘은 면류', '오늘은 국 종류', '순대국은 노노', '건강한 샌드위치' 정도의 선호는 항상 12시 정도에 생각해 놓고 (-_-;;;) 내 의.. 2015. 8. 29.
JPO와 더 현실적인 이야기 1. 요즘 블로그가 뜸해졌는데, admin에 들어가보니 놀랍게도 방문자는 꾸준히 늘었다. 그 이유로는 JPO에 관련한 포스팅 후 관련 검색어로 많이 들어오시기 때문인 듯. 많은 분들이 (심지어 고등학생 분들이나, 그 분들의 부모님까지!) JPO 관련한 질문을 주셨다. 그 질문들에 답을 하면서 느낀 점이 있었다. 보통 JPO를 취업을 위한 하나의 시험으로 생각하시는 듯 하고, 그렇기 때문에 '어떻게 공부해야 하나요?', '어떤 책으로 공부해야 하나요?', '기출 문제는 뭔가요?'. '영어 얼만큼 잘해야 하나요?' 등등, 되게 대답하기 힘든 질문이 많이 들어온다고 본다. 그런데 JPO는 취업을 위한 시험이 아니다. 그 이유라면, JPO는 결국 대한민국 정부가 국제기구에 기여를 하는 큰 부분에서 '인력'을 대.. 2015. 8. 26.
궤도에 오른 일상 얼마 전 부터 회사에 다니기 시작했다. 집에서 멀지 않은 곳이라 아침에 심적으로 서둘지 않다 보니, 실제로는 약 5분 정도 늦는 경우가 많다. 지하철에서 내려 종종 걸음으로 발길을 재촉하다가 어느 순간 시원한 바람이 훅 불었다. 그리고 내 주변에는 모두 회사로, 자신의 일자리로 걸어가는 사람으로 가득했다. 어쩌면 나는 이번 상반기에, 이런 생활을 얼마나 꿈꾸었던가.. 생각했다. 아침에 일어나 아침 먹고, 회사 가고, 점심 먹고, 일 하고, 다시 집에 돌아오고. 이렇게 안정적인 궤도에 오른 생활은 한지 꽤 오래 되었다. 그래서 그렇게 훅 부는 바람 한 줄기에 나의 더웠던 출근 길이 이상하게 감상적이었던가 보다. 하지만 또, 다른 생각도 해 봤다. 현재 생활의 궤도는 기한이 있는 것이다. 내년에는 또 다른 .. 2015. 8. 15.
설국 - 가와바타 야스나리 설국저자가와바타 야스나리 지음출판사문예출판사 | 1999-09-10 출간카테고리소설책소개▶ 2005년 서울대학교 권장도서 ▶ [서울대 권장도서 100권... 더운 여름, 책이라도 시원하게 읽어야 겠다는 생각에 책장에 집어든 설국. 첫 문장들부터 뭔가 나를 잡아끄는 부분이 있었다. 현 접경의 긴 터널을 빠져 나오자 눈(雪) 고장이었다. 밤의 밑바닥이 하얘졌다. 소설의 첫 장에 이렇게 기차여행을 하며 눈고장으로 들어가는 시마무라의 나레이션이 시작된다. 물론 시마무라 보다는 시마무라의 눈으로 보는 눈으로 덮인 마을, 눈 속에 희미하게 빛나는 불빛, 건너편에 누군가를 간호하고 있는 여성 (요코), 그리고 기차 창에 반영된 그녀의 모습.. 그런 이미지들이 더 강하다. 나는 '설국'을 읽으며 '무진기행'을 떠올리지.. 2015. 8. 15.
제5도살장 - 커트 보네거트 제5도살장저자커트 보네거트 지음출판사아이필드 | 2005-01-20 출간카테고리소설책소개제2차 세계대전에 참여했던 주인공 빌리가 검안사로 안정된 생활을... 말.말.말.말이 많아지고 들어야 할 말이 말이 늘어날수록 커트 보네거트같은 작가가 그립다.. - 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과 미국 연합군 폭격기들의 드레스덴 공습으로 135,000명이 죽었다.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투하되었을 때 죽은 사람은 71,379명이다.사망한 연합군 집계는 5,000,000 명이 넘는다. - 이 소설은 커트 보네거트가 엽한군의 독일 드레스덴 폭격 당시 미군 포로가 되어 지하 고기 저장고에서 '우연이 원하여' 자다가 생존한.. 아주 작가스러운 경험을 하고 20년이 지나서야 쓴 소설이다.나폴레옹의 러시아 원정에서 가까스로 생존한 후,.. 2015. 7. 30.
나는 공산주의자와 결혼했다 - 필립 로스 나는 공산주의자와 결혼했다저자필립 로스 지음출판사문학동네 | 2013-04-30 출간카테고리소설책소개도덕이 대중의 오락으로 떨어진 시대 '레드 콤플렉스'와 '매카시... '나는 공산주의자와 결혼했다'는 분명 강렬한 제목의 책임이 분명하다. 요즘 날씨도 덥고, 시절도 하수상하여.. 450페이지 넘는 무거워보이는 소설을 집게 해준 것은 구할이 '필립 로스'라는 작가 덕분이다. 소설의 화자인 '네이선 주커먼'은 사실 필립 로스의 소설의 화자로 자주 등장한다. 주커먼이라는 화자가 미국의 목가, 나는 공산주의자와 결혼했다, 휴먼스테인, 가장 최근의 네메시스까지 거의 10권의 소설에 등장하기 때문에, 보통 '주커먼 시리즈'라고 부른다. '나는 공산주의자와 결혼했다'는 1998년 작으로 한국에서는 2010년에 처음 .. 2015. 7. 29.
야만적인 앨리스씨 - 황정은 야만적인 앨리스씨저자황정은 지음출판사문학동네 | 2013-10-30 출간카테고리소설책소개재작년 가을에 오사카를 방문했다가 한신백화점 지하보도에서 여장을... 황정은 작가의 소설에는 뭐랄까, 구조적으로 갇혀버리거나 영원히 하강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많은 것 같다. 파씨의 입문이라는 단편소설집을 읽었을 때에도, 하수구가 없는 싱크대나 끝없이 하강하는 이의 이미지가 그려졌었다.역시 야만적인 앨리스씨에도 그러한 이미지가 포착된다.지하방에 빼곡히 차들어있는 아이들의 머리통과 벌린 입이라던가,끝없이 토끼굴로 하강하는 앨리스, 죽은 개의 뼈와 장기가 언덕을 이루어 그 양분으로 자라는 느티나무, 등등 - 야만적인 앨리스씨에서 나에게 가장 강력하게 다가온 이미지를 뽑으라면,하나는 가죽인지 눌러붙은 쓰레기인지 분간할 수 .. 2015. 7. 17.
Essays In Love - Alain De Botton Essays in Love저자알랭 드 보통, Alain de Botton 지음출판사Picador USA | 2006-01-20 출간카테고리문학/만화책소개A revised edition of a classic book... 알랭 드 보통의 에세이 집, Essays in love. 한국에서는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로 번역되었다. '사랑에 대하여'나 '사랑에 대한 에세이' 이런 제목보다는 더 센스있게 의역하신 듯... 드 보통은 내가 좋아하는 에세이스트 중 하나인데, 내가 그를 처음 만난 것은 영국에서 공부할 때였다.1년 정도 공부를 하면서 드 보통이 영국인들도 좋아하는 에세이스트라는 걸 알았고, 읽어보니 왜인지 알 것 같았다. 처음 산 보통의 책이 'Essays in love' 였고, 그 후에 여행의 .. 2015. 7.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