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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렬한 오후/영화, 매체14

드라마 '미생' 마지막 회.. 드라마의 시작에 나는 공감했고, 그 중간에 나는 눈물흘렸고, 마지막엔 헛웃음이 나왔다. 사회 초년생이 커다란 조직에 들어가서 얼마든지 겪을 수 있는 일이고, 기본 '미생'이라는 작품을 토대로 가지고 가는 드라마였으므로 그 전개와 몰입도는 정말 뛰어났다. 종편이라 그런지 회가 거듭할 수록 심해지는 PPL도 그러려니 했다. 드라마 속에서 장그래 뿐만 아니라, 신입사원들, 대리들, 과장급, 부장급 그리고 상무급에 까지 이르는 그 조직 속의 군상을 자세히 그려내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미생'을 보면서 생각한 그 수많은 이야깃거리들, 삶, 일, 조직, 생존, 육아, 견딤, 버팀, 그리고 그 속에서의 작은 눈물과 작은 웃음들에 대하여.. 그 잔잔하고 중요한 이야깃거리들에 20회는 한 마디로 '초쳤다'. 큰 조직에.. 2015. 1. 29.
드라마 '미생', 그리운 사람 ‪미생‬ 만화를 정주행하고, 이제 드라마를 정주행 중인데. 정말 느끼는 게 많다. '발리에서 생긴 일' 이후로 눈에 핏줄 튀겨가면서 본 드라마는 오랫만이다. 특히 대사 잘쓰기로 유명한 윤태호 작가님의 주옥같은 말풍선들이 드라마로 현실화 되는데.. 뒤에 음악도 안 깔고 담담하게 소주 한잔 마시며 얘기하는 오차장님 눈빛에 심금이 찌르릉 울림.. 젊음은 취해있어야 된다는 자기계발서나, 젊음이 취하면 아프다는 담론이나, 아프니까 젊음이라는 dog소리나, 젊음은 열정을 가지고 도전하라는 모험자적 멘토링이나, 그 어떤 것도 그렇게 큰 울림을 가지지 못 한다. 다 누가 어떻고 이래야 한다는 말말말 아닌가? 일상에서 자기 옆의 사람을 눈 여겨 봐주고, 본질을 바라봐주는, 그래서 한 마디 그냥 내뱉어주는, 그런 사람이 .. 2015. 1. 29.
[영화] 내일을 위한 시간 (원제 Deux jours, une nuit) 1. 나는 이 영화를 보면서 엉뚱하게도 (?) 경제학의 정의가 생각났다. 유한한 자원을 가지고 무한한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선택을 연구하는 학문. 수식과 각종 그래프에 가려져 있지만 경제학은 '선택의 학문'인 셈이다. 그리고 다양한 개인과 다변하는 상황을 통제하기 위한 경제학의 마법의 주문은 바로 쎄떼리스 빠리부스 (Ceteris Paribus)! 다른 모든 조건이 동일하다면! 호잇! 이 영화의 쎄데리스 빠리부스는 바로 회사에는 딱 16자리 밖에 없다는 것이다. 17명 중 3-4 명을 해고시켜야 하거나, 사장이 대인배라서 사정을 봐주고 17명 다 쓰기로 했다던가, 혹은 경기가 활황이라서 산드라가 짤려도 딴 데가서 쉽게 일 구할 수 있다거나 하는 여러가지 상황은 배제된다. 2.먼저 영화적 상황에 대하여... 2015. 1. 14.
[영화] Les chevaux de dieu 어제 Francophone movie festival 가서 본 영화. 이슬람 근본주의의 맨 얼굴을 직시할 수 있는 영화이나, 역시 폭력과 생존과 하루하루의 모욕이 일상인 Slum의 아이들과 젊은이들을 바로 옆에서 지켜보는 것 같아 불편하고 보기 힘들었다. 우리는 보기 불편하고, 알면 힘든 현실이나 현상을 애써 외면하고 이 세상에 일어나지 않는 양 살아가는 것에 익숙해져있다. 여기 아크라에서도 매일매일 보는 거리의 가난과 생존은 일상이고, 옛 서울에서도 밤 늦은 영등포 역의 노숙자들과 비행청소년들의 정글 역시 애써 종종걸음으로 피해버렸던 일상이다. 누군가는 웃고 신나는 영화에 시간을 써도 모자랄 이 인생에서 뭐하러 불편하고 보기 힘든 영화를 보러가냐고 물을 수도 있다.. 그리고 동의한다. 사실 그런 영화는.. 2014. 4. 11.
[영화] A serious man - Coen brothers 코헨형제의 'A serious man'이란 영화를 저번 주에 프랑스 더빙으로 봤다가, 너무 답답해서 결국 영어로 한 번 더 봤다. 그리고 이해 안 가는 건 별 차이 없었다. 처음 오프닝에서 고개를 갸우뚱 하고, 영화 마지막 씬에서는 결국 그 갸우뚱이 더 큰 물음표로 관객에게 말을 잃게 만드는 이 이해할 수 없는 코미디 영화... 이 세상에는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이 그냥 일상적으로 일어나고, 그런 randomness는 복잡한 수학 수식으로 우주의 certainty를 설명하는 주인공의 뒷통수를 매일매일 후려친다. 신도, 랍비도 아무도 설명해 주지 않는다. 슈뢰딩거의 고양이는 죽은 것인가, 산 것인가? 실제로 그렇다. 말레이시아 비행기가 추락했고, 어디선가는 여전히 전쟁을 준비하고, 또 누군가는 21세기에 1.. 2014. 4.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