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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적인 생각/현재, 다레살람5

시간 시간은 참 잘 간다. 얼마 전에 친구랑 얘기하면서, 시간이 정말 가속페달을 밟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일정한 속도의 등속도 운동이 아니라, 시간은 마치 가속도 운동을 하는 모양새다. 2013년의 가나에서의 6개월이 마치 2016년 탄자니아에서의 1년 같다. 하루하루를 응축해 경험하는 것인지, 경험의 양이 쌓여 새로울 것도 없는 나날이 더 많아지는 건지..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아득하기도 하다. 몇 달 전에 고민하고, 머리를 싸매고, 불평하던 것들이 별 것 아닌 것으로 판명됨은 필히 시간이 장기를 부린 것이리라. - 이번 해는 내가 기록을 남기는 데에 매우 게을렀다. 시간이 없었던 것은 아니고. 글쓰기에의 관성이 옅어진 한 해였다고 해두자. 이상하게도 글쓰기는 내 마음의 짐과 같다. 한 달에 일기를 .. 2016. 12. 6.
불평의 마음 상태에 대하여 블로그의 지난 포스트를 보니 3월 20일이 마지막 작성일이다. 일기장을 들춰보니 4월 21일이 마지막 작성일이다. 에버노트 노트를 보니 2주 전에 마지막 메모를 적었다. 오늘은 5월 22일이다. 아주 오랫동안 깊게 생각을 하지 않고, 그 생각을 글로 풀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그 이유는 뭘까. 바빴을까? 물론 바빴다. 일에서도 점점 적응을 해가고, 생활도 안정권에 들어서면서 하루하루가 짧아져갔다. 그런데 앉아서 생각 한 줄 못 내놓을 정도로 바쁘진 않았다. 물리적으로는 언제나 저녁이나 주말에 시간이 있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집과 월세 선금에 관련한 자질구레한 행정절차가 계속 나를 괴롭혔다. 일에서는 내가 원하는 대로 첫 몇달이 흘러가질 않아 이래저래 고군분투했다 (아직도 하고 .. 2016. 5. 22.
이사 어제 이사했다. - 3주 정도 사무실 주변에 있는 아파트를 돌아본 결과 제일 마음에 드는 곳으로 결정했다. 내 이름으로 처음 계약이라는 것을 해보아서 싸인하기 전까지 막연한 두려움에 휩싸여 있었다. 이렇게 혼자 나와 살면서 - 그게 서울이든 아프리카의 어떤 도시든 - 혼자 모든 것을 결정해 보면서 진짜 어른이 되어간다. 서울에서는 가족들과 함께 살고, 가나에서는 약식 계약처럼 하루만에 집 정착을 끝내버렸었다. 그래서 이렇게 어떤 법적인 효력이 있는 여러 장의 계약서를 읽고, 네고하고, 마지막으로 싸인을 해서 이사까지 마친 건 내 인생에 처음 있는 일이다. 책임감이 이렇게 현실성 있는 실체로 다가온 것도 처음이다. 아프리카의 모든 도시가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여기서는 월세 계약을 해도 보통 6개월에서 1년 .. 2016. 3. 20.
삶은 이어진다 삶은 이어져야 한다. 일은 해야하고, 글은 써야하며, 삶은 살아야한다. 그래서 이어져간다. - 다레살람에 도착한지 2주가 되었다. 그 동안 정말 많은 일들이 일어나서 마치 2달이라도 된 느낌이다. 재미있는 것은 이렇게 아프리카 대륙에 나와 사는 게 두 번째이다 보니, 계속 여기서 겪는 경험을 아크라에 비추어 생각한다. 예를 들어, 아- 여기는 아크라보다 맥주가 조금 더 비싸네, 여기는 아크라보다 치안이 더 안 좋네, 아크라에서는 이랬었는데 여기는 저러네, yada yada.. 그렇다. 이 곳은 아주 다른 곳이다, 아크라와는. 왠지 모르게 아크라가 조금 어리숙한 모습으로 내게 다가왔었다면, 다레살람은 더 닳아 빠지고 스케일이 크다는 느낌을 준다. 우선 인도양에 접해있어 여름 휴양지로 인기가 있는 곳이고, .. 2016. 3. 11.
탄자니아 도착 어제 탄자니아 다레살람에 도착했다. 공항에 짐을 낑낑대며 끌고 나오니 사무소에서 드라이버가 픽업을 와있다. 우리나라로 치면 성 김씨와 같이 흔한 이름인 모하메드라고 자신을 소개한다. 공항의 아스팔트 길에서 푹푹 찌는 열기가 올라온다. 아프리카에 또 왔구나, 더운 공기가 정신을 들게한다. 공항에서 호텔로 가는 길은 교통정체가 심했다. 트래픽은 아크라보다 심한 것 같다. 아크라도 장난 아닌데... 중소득국의 전형적인 도로 모습인지도. 길은 이차선인데 너도 나도 자동차를 모느라 도로가 차로 가득하다. 차를 운전하려던 생각이 싹 가신다. 호텔에서는 registration form 에 내가 North Korean 으로 적혀있다. 난 분명 Korean이라 하고 내 여권도 보여줬는데... 뭐 Chinese라고 안 적.. 2016. 2.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