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학 속을 걷다80

버마 시절 - 조지 오웰 2021년 3월 말에 경황없이 양곤을 떠나 서울에 도착했다. 다행히 코로나 음성확인서는 미얀마에서 귀국하는 모든 국민들에게 특별면제사항이었다. 머리가 산란스러웠고, 알 수 없는 죄책감이 들었다. 3월 내내 내가 살던 도시 양곤에서는 사람들이 군경의 총에 픽픽 쓰러졌다. 그들은 몸을 쏘는게 아니라 머리를 조준사격했다, shot to kill. 이게 내가 2년동안 살았던 나라란 말인가..? 마치 인지부조화의 늪에 빠진 듯 했다. 어떻게 이런일이 있을 수가... 이 아름다운 나라에 이런 일이 있어야 한단 말인가. 또? 그렇다. 미얀마는 쿠데타가 낯설지 않은 나라다. 영국으로부터 독립 후 60년 이상을 군부 지배하에 있었고, 그 사이에 크고 작은 쿠데타는 몇 번 일어났다. 1987년 한국의 광주 민주화 운동, .. 2021. 5. 3.
인상적인 책들 - 문학 2018년 7월, 간만에 블로그를 보니 오랫동안 책 리뷰를 너무 안 해서 여기다 대충 stock-taking. 문학달콤한 내세 - 러셀 뱅크스 예상하지 못했던 스쿨버스 사고로 동네에 사는 20여 명의 아이들이 죽은 후 그 마을에 일어나는 이런저런 이야기. 그 사건에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인물들의 심리와 상태가 서술된다. 아이들이 한꺼번에 갑자기 죽는 사건이라는 것이 한국에서 너무나 깊은 함의를 가지기에... 조용한 마을에 불어닥치는 일련의 일들을 집중해서 탐독했다. 시대의 소음 - 줄리안 반스 구 소련 공산체제의 천재 작곡가 쇼스타코비치의 생을 생생하게 소설로 되살려 낸 줄리언 반스. 줄리언 반스는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가 너무 소름돋는 독서체험을 하게 해줘서 좋아하게 된 작가인데, 사실 소설이나 에세이.. 2018. 7. 14.
몸의 일기 - 다니엘 페나크 아버지의 놀라운 선물. 이 책은 장편소설로 분류되어 있지만, 내용은 현실 기록물에 가깝다. 사회적으로 명망이 높고, 평소에는 몸에 대해 관심도 없는 듯이 행동하던 아버지가 13세부터 죽을 때까지 적은 자신의 '몸'에 대한 일기를 딸에게 남긴 것이다. 특히 일상 생활에서는 금기로 분류되는 배설이나, 성, 질병, 노화, 이상한 몸의 징후 등 - 자신이 감지한 몸의 모든 것을 기록했는데 마치 누군가의 일기를 몰래 읽는 듯이 흥미롭다. 그리고 일기의 년도에 따라 이 13살의 소년도 성장하고 늙어가고, 유럽에서 일어난 다양한 사건들 - 특히 세계대전 -이 한 인간의 몸에 미치는 영향을 간접적으로나마 느끼게 된다. 우리가 사는 세계는 몸에 대한 담론은 저열하고, 정신과 이상에 대한 담론은 고상하다고 느끼게 한다. .. 2017. 5. 22.
채식주의자 - 한강 한국인 최초로 맨부커 상을 수상했다고 독서 커뮤니티가 떠들썩 했던 기억이 난다.맨부커 상이라면 노벨문학상과 콩쿠르 상과 더불어 세계 3대 문학상일 뿐더러,맨부커 상을 받은 소설이라면, 혹은 최종심까지 오른 작품이라면 걍 '닥치고 읽는'게 인지상정. - 한강 소설은 많이 읽어보진 않았는데, '희랍어 시간'은 부분부분 읽었고, '소년이 온다'는 읽으려고 시도만 하고 있었다.'소년이 온다'같은 경우는 읽고 나서 너무 마음에 타격이 클까봐 감히 못 읽고 있었던 것인데.. 아직도 못 읽고 있다.그래서 한국에 있을 때, 이 때다 싶어서 채식주의자를 사와서 읽기 시작했다. 3개의 이야기가 하나의 작품을 구성한다. 교보문고에서 책을 사서 지하철에서 읽기 시작하는데첫번째 이야기를 읽으면서 심장이 엄청나게 빨리 뛰기 시작.. 2017. 4. 22.
블링크 - 말콤 글래드웰 뭔가 이유없이 경영전략 서적이나 자기계발서를 읽으면 '진다는 기분'이 들어서 그렇게 유명한 말콤 그래드웰을 이제야 읽어보게 되었다. 말콤 글래드웰 저작 중 가장 유명한 건 Tipping Point인 듯하다. 서점가를 살펴보니 Outliers, What the Dog Saw나 David and Goliath 등 꾸준히 책을 쓰고 있으시다. 말콤 글래드웰의 첫 챕터를 읽으면서 느낀 건, 이 사람 글 진짜 잘 쓴다는 거였다. 글을 잘 쓴다는 기준은 여러가지다. 문체의 유려함, 구조의 짜임새, 주제의식, 시의성, 문장의 정확성, 기타 등등. 내가 왜 이 사람이 글을 잘 쓴다고 느꼈냐면, 나 (즉 독자)를 아주 궁금하게 만들었다. 책의 첫 장에서 뭔가 연관이 없을 것 같은 에피소드를 소개하면서 독자를 자기 주장 .. 2017. 1. 9.
폭풍의 언덕 - 에밀리 브론테 # 소설 구조 구조가 특이하다. 화자는 록우드라는 인물인데 사실 이야기에서 이야기를 서술하는 것 말고는 그 어떤 역할도 담당하지 않는다. 그리고 록우드가 화자라는 것도 애매하다. 록우드가 가정부에게 이야기를 듣고 다시 독자에게 전달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실제 이야기를 해주는 것은 가정부 딘 부인이다. 그러므로 독자가 듣는 이야기의 관점은 록우드 그리고 딘 부인, 이렇게 2명의 인물을 거쳐 전달된다. 특히 딘 부인을 그냥 제 3의 관찰자로만 보기는 어렵다. 이야기 중간에 캐서린 - 히스클리프 사이에 중요한 메신져가 되기도 하기 때문에. # 히스클리프 히스클리프. 현대의 다양한 문학이나 영화의 모티프가 된 인물인 만큼 굉장히 복잡다단한 인물인 것 같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나는 히스클리프가 지금 현대를 살고 .. 2017. 1. 8.
죄와 벌 - 도스토예프스키 - 범인(凡人)과 비(非)범인. 평범한 인간과 천재적인 인간의 두 종류. 범인은 기존의 도덕과 법률에 복종해야 하지만, 비범인은 그것들을 초월할 수 있다. 죄의 상대성. 수 천의 인간을 죽여도 영웅으로 칭송받는 부류 (나폴레옹)가 있는가 하면 빵 하나 훔쳐도 감옥에 가야하는 부류가 있다. 라스콜니코프는 자신을 비범인이라 여기고, 사회의 기생충이라고 생각하던 노파를 살해한다. - 양심의 가책과 정신적 착란. 고민과 과대망상증.. - 소냐. 기독교적 감화? 종교. - 스비드리가일로프. 선한 인간과 악한 인간의 경계는 없을지도. - 도스토예스키의 소설에는 정말 다양하고 입체적인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인간성을 통찰하는 주제의식. tbc.. - 7월, 2016년 2016. 8. 2.
마음 - 나쓰메 소세키 나쓰메 소세키가 사망하기 2년 전 발표했던 소설. 얼마 전에 소세키의 데뷔작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읽고, 이번에는 거의 마지막 작품을 읽었다. 젊었을 때의 유머와 치기, 세상에 대한 날선 비판보다는 내면과 자아 성찰, 인간의 본성에 대한 연구가 돋보인다. 구정 전후로 읽었는데, 흡입력이 매우 높다. 한 번 읽기 시작하면 결국 마지막까지 읽어내야 한다는 말이다. 게다가 나는 대학 때 이 소설을 이미 읽어서 결말이나 진행구조를 알고 있어서 그랬는지, 나와 선생님의 대화, 그리고 죽음을 테마로 한 나와 아버지의 관계, 나와 사회의 관계에 대해 더 치중해서 읽었다. 첫번째 장 '선생님과 나'에서는 화자인 나와 선생님의 관계에 주력하고 있다. 동성애적 코드가 있다고 하면 좀 망발일지 모르나, '나'가 선생님에.. 2016. 2. 14.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 나쓰메 소세키 이 소설은 고양이의 입에서 나오는 이야기다. 동물이나 식물, 사물이 화자로 등장하는 소설은 현대에 와서는 그리 어색하진 않다. 서술의 관점을 바꿔본다는 것은 이야기를 180도 뒤집는 방식이기도 하고, 독자들에게 참신한 충격을 안겨주기도 한다. 하지만 이 소설이 나왔을 시기 즉, 근대의 언저리인 1905년에 고양이가 화자로 전면에 등장하는 소설은 큰 대전환을 이루는 일본 문학사의 '사건'이었음은 틀림없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는 2016년 한국땅을 딛고 살아가는 나에게도 큰 즐거움을 주었다. 먼저 이 이름도 없는 길거리 나부랭이 고양이가 한 선생의 집에 얹혀 살게 되면서 선생과 그의 친구들과 가족, 등장인물들, 주변에 일어나는 사건을 관찰하고 그에 대해 나름으로 논하기 시작한다. 고양이가 말한다는 것 자.. 2016. 2.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