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창 국내뉴스를 들썩이게 만드는 THAAD 한국배치 논의와 AIIB, 그리고 오래 이어져온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 및 우크라이나 내전 등등의 뉴스를 읽고 있자면, 과연 저편에서는 어떻게 보도될까, 궁금할 때가 많다. 크림반도 합병에 대하여, 러시아 언론은 어떻게 보도하고 있으며 (물론 언론의 자유가 심각하게 제한된 상태로 보아 유추하기 어렵진 않다), 언제나 Pessimism과 wariness가 섞인 CNN이나 미국 언론들의 AIIB 관련 뉴스를 중국이나 인도에서는 어떻게 보도하고 있을까. 우리나라 국제뉴스 자체가 상당 부분 외부매체에 의존하고 있고, 그 외부매체란 대부분이 서방, 콕 찝어 말하면 미국언론매체이다. 나 스스로도 CNN이나 TIME등 미국언론의 시각으로 세상을 읽어왔으므로, 요즘 스멀스멀 기어나오는 이 뉴스의 단면성이 더 분명하게 느껴진다.
UN도, World Bank도, IMF도, ADB도 현재 국제정치체제의 근간을 이루는 제도는 과거 서방 승전국, 특히 미국의 입김이 너무나 강하다. 세계 제2 경제대국의 지위에 올라선 중국이, 근데 이전에는 전 세계를 호령했던 과거를 다시 굴기하고자 나선 이 중화민족이, 현재 체제에 만족하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AIIB에 대한 회의론자들은 AIIB Governance, 특히 인프라 사업에 대한 현재 적용되는 높은 국제 기준을 맞출 것인지에 대해 걱정하는 듯이 보인다. 그런데 사실은 그냥 미국인 관점에서 배 아픈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대놓고 한국이나 호주, 유럽 몇몇 국가들에게 AIIB 가입을 하지 말라는 압력을 넣기도 했고, 처음으로 아시아 바깥에서 Founding member로 참여 의사를 밝힌 영국에게는 대놓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Governance라기 보다는 Power politics, 힘의 정치 속에서 상대적 위상 하락이 미국인들에게는 얼마나 보기 싫은 일을 것인가.
프랜시스 후쿠야마 (헉, 후쿠시마로 썼다가 수정했다.ㄷㄷ)가 '역사의 종말'을 논했던가. 자유시장주의와 민주주의의 최종적이고 궁극적인 승리는 없었다. 혹은 '아직은' 없다. 승전포고가 '섣불렀다'고 하겠다. 21세기에도 냉전의 모멘텀을 판박이로 옮겨온 듯한 이 미-서방 대 중러 대립은 논하기 부끄러울 정도로 뚜렷하고 도식적이고, 신흥강대국의 도약 역시 Power politics의 논리를 그대로 따르고 있다. 재밌는 세상이다. 눈부시게 발전하고 성장하고 바뀐 것 같으면서도, 가만히 들여다 보면 크게 바뀐건 없다. 내가 오늘 한 뉴스 스크랩 중에는 현재 THAAD논의를 구한말 정세에 비교한 기사도 있었다. 진짜 크게 바뀐건 없다.
A world of caution) 절대적 삶의 질과 경제적 부와 놀라운 과학/기술발전을 부정하는게 아니고 fact로서 인정하되, 그 속에 담긴 개인간, 나라간, 지역간, 혹은 파워세력간의 관계가 크게 바뀐게 없는 듯 하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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