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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적인 생각

독서

by 주말의늦잠 2015. 12. 6.






  요즘 시간이 부족한 것은 아니니, 단연코 의지의 부족 혹은 습관의 부재로 독서량이 많이 줄었다. 차라리 해외 체류 할 때 한국 책은 더 많이 봤다. 희소성이 높아져야 관심을 갖는 나란 인간이여. 


  그런데 나는 독서에 대해 강박증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책을 하나 잡으면 우선 끝까지 읽고, 저자의 생각을 이해해야 한다는 생각을 해서. 재미없는 책은 오래도록 들고 찔끔찔끔 읽다가 죄책감을 느끼며 다시 책장에 꽂곤 한다. 하지만 소설은 아주 좋아해서 어떤 소설이든 재미있게 읽을 자신이 있다. 그 결과로 나의 독서습관은 심하게 소설에 편향된 왜곡 구조를 지니게 되었다. 그래서 지난 주에 다짐했다. 매달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기로. 특히 요즘 내가 관심을 가지게 된 생물학과 물리학, 심리학 책들, 그리고 영화/예술 책도. 이렇게 분야를 넓히고 서점을 돌아보니 세상에! 읽을 것이 천지다! 맙소사. 내가 미물처럼 내 삶을 꾸물꾸물 영위하는 중에도, 어떤 이들은 자기가 좋아하거나 전문인 분야를 주제로 몇백권씩 새 책을 출판시장에 쏟아내고 있었다. 물론 그 중에는 결국 쓰레기장 행으로 향하는 책들이 대부분일 것이지만, 그것조차 폄하해서는 안 된다. 그렇게 비판하는 당신에게, 책 한권 쓸 용기나 능력이 있는가?라고 묻는다면 자신있는 이들은 소수다. 


  정합성 있게 글을 쓰고, 그것도 책 한권짜리 분량을 써내고, 자신의 말을 빼도박도 못하는 종이에 인쇄해 이 세상 사람들에게 내놓는다는 것은 분명 무섭고 매력있는 일이다. 그래서 출판시장의 불황해도 여전히 사람들은 글을 쓰고 책을 낸다. 나는 읽는 것을 좋아해서 뭐든지 열심히 읽긴 한다. 화장품의 성분표시 스티커, 지하철의 한 모퉁이의 전단지 조각, 역 앞의 현수막, 인터넷 포털의 헤드라인, 화장실의 '오늘은 한 마디' 등등. 읽을 것은 어쨋든 산재해있다. 혹자는 이 현상이 심해지면 '활자중독'이라는 증세를 앓게 된다고 한다. 나는 그런 증세까지는 가지 않았다. 어쨋든 주의 깊게 읽는 버릇은 있다. 그래서 내가 굉장히 당연하게 알고있던 말이나 지식 조각들을 말하면, 그런건 어디서 알았냐고 놀라는 반응도 가끔 접한다. 그런데 읽는 것을 좋아하는 만큼 독서는 많이 하지 않게 되었다. 사회적 흐름이긴 하다. 워낙 영상매체의 힘이 뛰어나다. 스토리-텔링에 있어서도 활자보다 영상이나 오디오가 더 훌륭할 때가 많다. 그래도 난 종이로 읽는 이야기가 좋다. 이런 점에서는 언제나 아날로그적인 종족으로 남고 싶다.


  내년에 파견되면. 또 다시 한국어로 씌여진 책이 그리워질 것이다. 이번에는 아마 이북을 많이 이용하지 않을까? 종이책만큼의 만족은 얻지 못하겠지만. 책장을 그득하게 채우고 음흠하게 바라보는 (-_-?) 일은 할 수 없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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