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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속을 걷다

에브리맨 - 필립 로스

by 주말의늦잠 2014. 11. 22.



에브리맨

저자
필립 로스 지음
출판사
문학동네 | 2009-10-15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전에는 결코 해본 적이 없는 말을 이 책을 위해 써야겠다.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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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첫 필립로스.


아주 유명한 작가, 뛰어난 소설을 쓰는 작가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이제 와서야 첫 소설을 읽어보았다.


200페이지도 안 되는 경장편이지만, 그 속의 울림이 참 깊었다.

에브리맨, 죽음,

여름의 매일매일 살아있는 바다에서 타오르던 그 빛, 삶,

예술, 영감, 노인, 인생, 그리고 죽음, 죽음...


우리 모두 언젠가는 죽는다는, 이 일상같고도 대학살만큼 끔찍한 진리를

이 소설은 너무나 담담하게 한 화자의 목소리로 말하고 있다.


눈물이 펑펑나는 감동이라기 보다는,


마지막 문장을 읽고, 가슴 한 켠이 아주 아리고 마음이 허-해지지만,

어디선가 희망의 빛도 보이는 듯한, 그런 감동이었다.



p. 164

자신이 없애버린 것, 이렇다 할 이유도 없는 것 같은데 스스로 없애버린 모든 것, 더 심각한 일이지만, 자신의 모든 의도와는 반대로, 자신의 의지와는 반대로 없애버린 모든 것을 깨닫자, 자신에게 한 번도 가혹하지 않았던, 늘 그를 위로해주고 도와주었던 형에게 가혹했던 것을 깨닫자, 자신이 가족을 버린 것이 자식들에게 주었을 영향을 깨닫자, 자신이 이제 단지 신체적으로만 전에 원치 않았던 모습으로 쪼그라든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수치스럽게 깨닫자, 그는 주먹으로 가슴을 치기 시작했다.


p. 175 

인생에서 가장 혼란스럽고 강렬한 일이 죽음이기 때문입니다. 죽음은 정말 부당하기 때문입니다. 사람이 일단 삶을 맛보고나면 죽음은 전혀 자연스러워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나는 삶이 끝없이 계속된다고 생각해왔지요. 내심 그렇게 확신했습니다.


p.188

거친 바다 저 멀리 100미터나 나간 곳에서 대서양의 큰 파도를 타고 해변까지 단숨에 들어오던, 늘씬한 작은 어뢰처럼 상처하나 없는 몸을 지닌 그 소년의 활력은 어떤 것으로도 꺼버릴 수 없었다. 아, 그 거침없음이여, 짠물과 살을 태우는 태양의 냄새여! 모든 곳을 뚫고 들어가던 한 낮의 빛이여. 그는 생각했다. 여름의 매일매일 살아있는 바다에서 타오르는 빛이여. 그것은 눈에 담을 수 있는, 엄청나게 크고 귀중한 보물이었다.



- 10월, 201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