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꽤 오래된 얘기지만, 몇 주전 동생이 계단에서 굴러떨어져 응급실에 실려갔었다. 새벽에 거의 닿아있던 그 시각. 응급실에는 잠에서 막 깨서 달려온 듯한 초췌하고 걱정스러운 얼굴들이 여기저기 보였다. 다들 가만히 몸을 놔두지 못했다. 다리를 떨고, 앞뒤로 걸어다니고, 병원 의자를 손으로 툭툭 치고, 자신들을 응급실으로 오게 만든 그 병실의 문만 하릴없이 바라볼 뿐. 폭발적으로 뜨거운 눈물이 흐른다. 나와 피로 연결된 존재가 피로 뒤덮인 모습을 볼 때. 그 피와, 눈을 감은 옆모습과, 그리고 추워서인지 충격인지 몰라 덜덜 떠는 손가락을 보고 주체할 수 없이 눈물이 흘렀다. 머릿 속에서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그려지고, 아 설마 그건 아니겠지, 그렇게 까지는 아닐꺼야, 하는 무언의 실랑이가 시작된다.
마치 응급실에서는 삶의 단면을 보는 것 같다. 평온했던 일상 속에, 그 누구나 문지방을 넘을 수 있다. 그런 카타스트로프는 현대 서울에서 정상적으로 사는 인간이면, 절대로 준비하거나 상상할 수 없는 일련의 일이다. 일상에 매몰되면 일상의 deviation은 티비에서나 나오는 환상이 된다. 하지만 그 일상을 깨뜨리는 피범벅의 이미지가 내 앞에 펼쳐지는 순간, 마치 삶의 단면은 동맥과 정맥, 생명이 펑펑 쏟아져 나오는, 그런 모습으로 뒷통수를 후려친다. 죽음이 어른거리는 그림자를 본 듯도 한 그 순간에, 비로소 내 몸에 피가 돈다는 사실이 다시 각인된다. 적어도 오늘 내가 저 문지방을 넘을 수도 있었는데, 아니면 내 옆에 있는 가까운 사람이, 지인이, 지인의 지인이, 그럴 수도 있었는데, 오늘 하루는 무사히 넘어간거야.
다행히 내 동생도 괜찮다. 무사히 넘어가지 못한 이를 곁에 둔 누군가의 밤은 괜찮지 않을 것이다.
- 3월, 201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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