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허니문 단계인 것 같아요,
라고 답하곤 했었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면 어때요? 살만해요? 가나 지금까지 어때요? 등등의 복잡한 대답을 할 수 있는 질문을 굉장히 많이 받곤 했는데, 그 때마다 이 '허니문'이라는 말이 나의 가나에 대한 태도를 요약해주는 단어였다. 새로운 삶의 단계를 시작하면서 길거리의 잡상판까지도 신기해서 항상 쳐다보고 다니는, 나와는 다른 삶의 태도와 방식에 놀라고 적응하고 그 자체가 즐거운, 그런 단계.
그리고 지난 1-2주 동안 아마도 나는 이 '허니문 단계'를 지난게 아닌가 싶다.
끝없이 늘어진 길거리의 차들에, 포장과 비포장이 어지럽게 어울러진 도로에서 또 끝없이 울려대는 경적에, 하루에 몇 번 씩은 듣는 - 이제는 모닝커피처럼 그냥 일상의 한 부분이 되버린 - 헤이 차이나, 헤이 차이니즈, 곤니찌와, 쟈뽕, 간헐적으로 찾아오는 회의감과 나태, 복잡하게 생각하는 사람들과 사실은 복잡하게 살 수 밖에 없는 어떤 삶의 환경들 ...
드디어 꿀을 다 퍼먹고, 바닥이 드러난 꿀병을 두고 두리번 거리다 보니
나를 '힘들고' 혹은 '압박'하는 그런 것들이 보이기 시작하는 가보다.
달콤한 허니문이 지나면, 필연적으로, 당연히, 아주 자연스럽게 인생의 쓴 맛 또한 존재한다는 것을 깨닫는,
그렇게 삶은 꿀단지 같은 것. 삶은 달걀만이 아닌 것이다, 결국은.
- 6월 중순, 201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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