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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적인 생각

시간이 내려앉은 6월의 첫 장

by 주말의늦잠 2013. 6.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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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오지 않을 것 같던 2013년도 벌써 반을 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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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하자면, 요즘 생활에는 짜증이나 불만, 좌절이 끼어들 틈이 없다. 온전한 나의 생을 살아가느라 바쁘기 때문이다. 그 와중에도 삶이란 무엇인지 계속 생각하게 된다. 내 삶에서 일이란 무엇일까, 하는 공식적인 문제로부터 삶에 조금 더 달달한 연애가 있을 수 있을까, 하는 아주 사적인 물음까지. 하지만 그 광활한 질문과 문제의 숲을 뒤덮고 있는 하나의 주제는 역시 '행복'이 아닐까 한다. 무엇이 나를 더 행복하게 해줄까, 난 뭘 할 때 가장 행복할까, 누구와 있을 때 더 즐거운가, 어떤 사람과 인생을 함께하고 싶을까. 

물론 답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특히 이 문제들은 요즘 내가 오피스에서 하는 일에 완전한 만족감을 얻지 못해서 스멀스멀 기어 나오는 듯하다. 조정 업무라는 것이 유엔 시스템에서는 어떻게 보면 '럭셔리'로 느껴지고 있으나 마나 한 것으로 느껴질 때가 있다. 과연 내가 하는 일이 궁극적인 목표 - 가나의 성장과 개발이라 해두자 - 에 add value 하고 있는가? 그렇다면 또 나오는 질문은 무슨 일을 하던지 항상 궁극적인 목표에 기여해야만 하는가? 나는 아마도 '가치'와 '공공의 선'에 많은 가치를 두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또 알고 보니 일에 있어서도 나의 개인적 '성취'와 '기여도'를 중요시 하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내가 하는 일이 어떤 직접적인 성취가 보이지 않고, 또 전반의 시스템에 기여하는 것도 실제로 가늠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이 일에서 흥미가 조금씩 떨어지는 것 같다. 

그러나 합리적으로 생각한다면, 내가 이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이 있다. 할 수 없는 것은, 일의 성격이 다른 곳으로 옮겨가거나, 그만두거나, 새로운 일을 찾거나 하는 일련의 일이다. 이미 내가 있는 자리에서 1년을 지내기로 했으니, 그건 그렇게 가는 것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렇다면, 지금 있는 이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또 최선을 얻어내는 것이다. 그리고 현재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이 다음 기회에서는 내가 원하는 이상적인 방향으로 한 걸음 더 갈 수 있는 '준비'를 해나가는 것이다. 이미 알고 있는 것이지만 이렇게 글로 적으면 더 명확해진다. 생각을 글로 옮겨보는 것은 생각보다 더 많은 정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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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드가 켜진 만큼의 밝음만 존재하는 이 새벽의, 나만의 방을 아주 좋아한다. 음악과, 내 멋대로 늘어놓는 단어들, 문장들. 아무것도 꺼릴 것이 없는 이 시간. 그리울 것 같다.



- 6월의 첫 날, 201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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