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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 나눔

JPO와 더 현실적인 이야기

by 주말의늦잠 2015. 12. 9.





1.


  요즘 블로그가 뜸해졌는데, admin에 들어가보니 놀랍게도 방문자는 꾸준히 늘었다. 그 이유로는 JPO에 관련한 포스팅 후 관련 검색어로 많이 들어오시기 때문인 듯. 많은 분들이 (심지어 고등학생 분들이나, 그 분들의 부모님까지!) JPO 관련한 질문을 주셨다. 그 질문들에 답을 하면서 느낀 점이 있었다. 보통 JPO를 취업을 위한 하나의 시험으로 생각하시는 듯 하고, 그렇기 때문에 '어떻게 공부해야 하나요?', '어떤 책으로 공부해야 하나요?', '기출 문제는 뭔가요?'. '영어 얼만큼 잘해야 하나요?' ,'~~학과,~~전공이 괜찮을까요?' 등등, 되게 대답하기 힘든 질문이 많이 들어온다고 본다. 


  그런데 JPO는 한국 맥락에서의 정규직 취업을 위한 시험이 아니다. 그 이유라면, JPO는 결국 대한민국 정부가 국제기구에 기여를 하는 큰 부분에서 '인력'을 대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JPO에 합격해서 자신이 원하는 UN 기구에서 일하게 되었다고 해도, 정식 UN 직원이라고 볼 수는 없다. 외부 도너 펀딩을 통해 특정 포지션에서 정식 직원과 '같은 처우/조건'으로 2년을 일하게 되는 프로그램이라고 보면 된다. 특히 한국의 경우, JPO를 한국 정부가 먼저 뽑아서 특정 기구에 배정하기 때문에, 많은 UN 기구들이 JPO를 Internal candidate으로 고려해 주지 않는다. 

  

  반면, 국제기구에게 JPO 선택 권한을 주는 나라들의 경우에는 UN 기구가 JPO를 뽑았기 때문에 Internal candidate이 될 수 있다고 들었다. 쉽게 말하면, 한국 JPO는 2년 끝나고 직원 채용이나 그 다음 근무에 대한 확실한 보장이 없다는 얘기다. 그리고 많은 이들이 '이제 UN에 평생 직장은 없다'고 단언하기도 한다. 한국에서 흔히 이야기 하는 '평생 정직원'을 목표로 UN을 바라보고 있다면 다른 방향으로 돌리시라고 조언하고 싶다. 아니면 YPP같은 UN의 '공채'를 준비하시거나... 왜냐? UN에서 일하면 국제공무원으로서 항상 전 세계 (hardship duty station을 포함하여)를 돌아다녀야 할 뿐 아니라 (나는 이 부분이 가장 마음에 들지만, 돌아다니며 일하는 삶의 불안정성을 못 견디실 분도 많을 것이다), UN 시스템 내에서 끝없이 자기를 계발하고, 능력을 배양하면서 계약을 갱신해야 한다. UN에서는 모두가 계약직이다. 한 국가 사무소의 Representative도 계약직이고, 사무총장님도 계약직이다. Permanent contract? 좋은 시절 얘기라고 들었다.. 그나마 Fixed Term 계약이 안정성이 있는 정도.. 지금은 세계 경제침체의 여파로 UN에의 분담금/기여금이 빠듯해져 가고, UN의 모든 기구들이 funding 문제로 허리띠를 졸라매는 상황이다. :( (한 유엔 기구는 2015년도에 전 세계 staff의 10%를 구조조정하라는 HQ의 방침이 있었다고도 한다)


  


2.


  그러므로. JPO를 준비하시는 분들은 목표를 JPO가 아니라 더 멀리 보시고, 더 깊숙한 자아 성찰이 필요한 것 같다. 실제로 나는 JPO Vacancies를 보고, 파견 희망직위 수요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고민이 더 많아졌다. 내가 애초에 왜 개발이나 인도주의 업무를 하고 싶었는지, 왜 UN에서 일 하고 싶었는지, 나의 흥미는 무엇이고, 내가 일하고 싶은 분야는 무엇인지, 나의 전공과 경력을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기구는 어디일지.. 타국의 JPO들은 JPO를 3-4년까지 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한국 JPO들은 그 2년 후 시스템에서 살아남기 위해 더 치열하게 전략을 짜야한다. Retention의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우리는 다문화 국가가 아니라 언어를 여러개 하는 것은 특별한 일이지만, 세상에는 2-3개 국어는 디폴트로 가진 이들도 수두룩 하다. 내가 별 생각없이 말했었는데, JPO는 정말 '시작'인 것이다. JPO로 시작하여 어떻게 나아가고, 이뤄갈 것인지는 오롯이 나에게 달려있다. 




3.


  내가 이렇게 약간 현실적으로 쓰는 이유는 (사실 내가 들었던 이야기들에 비해서는 아주 순화된 편이다), 내가 그랬던 만큼이나 아직도 많은 분들이 국제기구나 유엔에 대해 '환상'을 가지고 접근하고, 그런 접근에서 나오는 질문에 대답할 때 여러 번 말문이 막혔기 때문이다. 또 나 스스로도 요즘 땅에 발을 딱 붙이고 선 '현실주의자'가 되가고 있는 것 같아서.. 




4.


  하지만 JPO는 UN에 입성하고 싶은 한국인에게 최고의 기회임은 부인할 수 없다. JPO로서 배우고 성취하고 해낼 수 있는 것들도 커리어에 큰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한다. 나 스스로는 아직 꼬꼬마라고 생각하지만.. 많은 분들이 질문하시고, 상담을 요청하시는 걸 보면서 소소하게 적어 보았다. 조언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내가 새롭게 알게 된 것들을 기록하고 또 나누는 글이라고 봐 주시면 좋겠다. 



5.


  마지막으로 또 소소하고 (당연한) 이야기 하나. 자기 분야 전문성과 함께 generalist로서의 소양을 함께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내 전 상사가 나한테 말하길 UN staff에게는 'T-ness'가 중요하다고 했다. T의 가로라인은 Generalist로서의 소양을 의미한다. 인권의식, 국제적 사안에 대한 민감성/반응성, 분석력, 언어능력 (영어 + 다른 유엔 공용어), 커뮤니케이션 (특히 writing), 다문화 적응성, 네트워킹 능력.. 이런 것들? T의 세로라인은 Specialist로서의 전문성, technical expertise에 대한 것이다. 업무별 공통 지원 업무인 재무, 인사, 총무, 공보, IT, 법률 뿐 아니라 전문 지식의 측면에서 교육학, 정치학, 경제학, 통계학, 법학, 인권관련 (Human rights studies), 국제정치학, 보건학, 행정학, 안보학, 정책학, 물류학, 경영학, 수학, 공학, 환경/생태학, 등등등... 방대한 분야의 인재를 원하는 듯 하다. 한 position이 요구하는 필수요건(Qualifications)은 전문 분야에서 학력 뿐 아니라 경력까지 세부적으로 명시된다. 예를 들어 JPO의 직급인 P2는 보통 '학사+경력 4년' 혹은 '석사+경력 2-3년' 정도의 Entry professional로 분류된다.


 뒤집어 말하면 UN 기구나 공통 업무의 성격에 따라 모든 분야의 사람들이 UN에서 일할 수 있다! 그리고 자기 전문 분야와 적성/흥미가 비교적 뚜렷해야 UN내에서 실제로 일할 때 더 큰 성취감과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래서 요즘 고민이긴 하지만^^;) 


  내가 만약 고등학생이나, 대학생이라면 '내가 어떤 분야의 전문가로 성장하고 싶은지'를 다시 생각해 볼 듯 하다. Social sciences도 너무 넓다. 인턴도 하고, 여러 가지 경험도 하면서, 그 경험을 스펙 쌓기용이 아니라 '나'에 대해 고민하고 생각하는 통로로. 그리고 외국어는 기본이다. 나도 원어민이 아니라 영어 proficiency를 높여야 겠다는 생각을 항상 한다. 특히 writing! 프랑스어도 앞으로 꾸준히 하려고 계획하고 있다. C1/C2 수준은 되야 불어를 요구하는 업무를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또 경력을 만빵(!)으로 채우고 JPO에 지원하면 '제일'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경력 3년 정도가 있는 상태에서 JPO 2년을 마치면 P3 지원 기준을 맞출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