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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 나눔

JPO 합격수기: 2. 시험 당일

by 주말의늦잠 2015. 7. 7.


시험 첫 번째 날: Essay writing and group debate


  2015년 JPO 시험 전형은 6월 초에 3일간 치뤄졌다. 제 2외국어를 선택하지 않으면 2일간 치루게 된다. 첫째 날이 사실 가장 압박이 크다. 아침에는 Essay writing 후 점심 먹고 그룹 Debate를 한다. 심지어 아침 일찍 양재 (국립외교원) 까지 가야하기 때문에, 설마.. 늦잠 자는 거 아니겠지, 하는 엄한 두려움까지-_-... 거의 몇 년만에 느껴보는 수능스러운 압박감이랄까. 암튼 요지는 첫째 날이 제일 압박이라는 점이다.


  첫 날 아침. 약 50명의 지원자들이 아침에 속속들이 도착하는 모습. 나는 시험 당일날 간편하게 보려고 ppt에 요점을 정리해갔는데, 당최 머리에 들어오질 않고 어떤 지원자들이 도착했는지 더 신경이 쓰였다. 같이 스터디를 했는지 반갑게 인사하며 같이 앉아 있는 사람들이 부러웠다. 그런데 혼자 있었던 사람들도 많아서 내심 안심했다. 나한테만 집중하려 하지만, 아무래도 공개경쟁의 형태이다 보니 잠재적 경쟁자인 다른 분들에게 신경이 쏠리는게 사실이다. 아마 다른 사람들도 같은 마음이었을 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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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년은 아무래도 시험 문제를 예측하기가 더 쉬웠지 않나, 생각한다. 내가 이 전 글에서 상술한 주제들에서 무리없이 출제되었다. MDG의 만료 시기이도 하고, 그래서 SDGs 나 기후협약에 관련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2015년에는 NPT 5년 리뷰를 하는 년도였는데, 딱 그 부분도 출제되었다. 에세이 시험 출제에 관해서는 중론이 옳은 듯 하다. UN이 주도적으로 끌어가는 논의와 더불어 한국 정부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주제들이 섞여서 출제된다.


  2015년 출제된 주제들은 다음과 같다. 공통문제 하나와 나머지 항목에서 선택문제 2개를 고르면 된다. 문제가 8개였던 것 같은데 하나를 내가 까먹은 듯 하다. (혹시 기억나시는 분이 있다면..^^; 답글 부탁드립니다.) 시험 문제는 4~5줄 짜리 문단 정도로 길고, 아래에 적은 것은 각 문제의 주제만 뽑아서 기억해놓은 것이니.. 참고로만 사용하시면 될 듯 하다.


1. (Common) The role of the UN to strengthen its response to global challenges, in relation to regional and sub-regional organizations in the context of the UN Charter 8

2. Green Growth application

3. Aid effectiveness HLF Busan result

4. NPT, Review conference 2015 result

5. Violence against women, how has it been dealt with in the UN

6. Terrorism, response of the UN and others, limitations, and way forward

7. Climate change negotiations, COP 21, discuss and prospects


  그리고 시간이 매우 부족하다. 한 문제당 시간을 배정해서 다 못 써도 빨리 결론을 맺고 다음 문제로 넘어가야 다 써낼 수 있는 시간이다. 나는 이 사실을 알고 갔는데도 마지막에 시간이 많이 부족해서 공부한 거 다 못 쓰고 나왔다. 욕심내기 보다는 논리적으로 완성된 글을 구성해가는 것이 중요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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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점심은 국립외교원 구내 식당에서 먹을 수 있다. 주변에 물을 사먹을 수 없는 곳이 없으니 물을 사가면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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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번째는 그룹 토의. 지난 년도부터 그룹토의 전형이 완전 바뀐 듯 하다. 2013년까지 개인별로 토론하는 형식이었다면, 이제 한 주제를 놓고 2개의 편으로 나뉘어 함께 토론한다. 토론이 시작되기 전에 주제가 적힌 종이를 나누어주고, 3~4명 정도가 랜덤으로 한 편이 된다. 5분간 대기실에서 준비할 시간을 준다. 처음 본 사람끼리 얘기 꺼내기가 힘들지만, 5분 밖에 안 되는 시간이고 토론 주제도 길게 나오기 때문에, 이 시간을 잘 활용해야 할 듯 하다. 

  먼저 주제는 다음과 같았다. 물론 1:1 조응은 아니고 핵심만 메모해 놓은 것이다.

<Financing for Development: Developed and developing country stances>
- Developing: ODA 0.7% Commitment; more financing for the developing countries
- Developed: Governance and transparency issue should be tackled first

  2015년 7월에 열리는 아디스 아바바 FfD 회의를 시뮬레이션 해놓은 것 같다. FfD는 열심히 공부하진 않았지만, 관련 논의와 아티클을 많이 읽었기 때문에 천만다행이었다. 그룹 Debate의 참관인은 4명 정도로, 외국분 2명과 한국분 2명이다. 4분 모두 지친 기색이 역력했고 웃으시질 않으셔서 처음에 시작할 때 얼음장 같은 분위기에서 시작되었다. 그래서 우리 팀 뿐 아니라 상대 팀분들도 목소리가 떨리는 게 느껴졌고, 전체적으로 편하게 자기 의견을 이야기했다기 보다는.. 뭐랄까, 모두가 긴장된 상태에서 공격하고 방어하는 debate 였다. 나는 상대편 논리를 계속 이해하고, 받아들이면서도 반박 및 반증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다른 후기에서 많이 나오듯이, 상대편 말을 듣지 않고 공격만 하거나, 자기 논리만 펴는 것은 토론 전체 분위기 뿐 아니라 자기 점수도 깎는 듯 하다.


  처음에 조곤조곤하게 토의를 시작하셨던 상대편 분과, 우리편에서 마무리 해주셨던 분이 잘하신다는 생각을 했다. 그룹 토의에서 절대적으로 유리하고 불리한 포지션은 없다. 처음에 토의를 시작하는 사람, 주요 논리를 펴는 사람, 반증하는 사람, 조용하게 토의를 제 궤도로 돌려놓는 사람, 균형추를 맞추는 사람, 분위기를 부드럽게 다듬는 사람, 결론을 맺는 사람.. 등등 그때 그때 토론의 목적을 생각하며 알맞는 역할을 맡는게 중요하다. 그리고 명확한 논리와 함께 그를 뒷받침할 fact가 있다면 더 인상적인 것 같다. 나도 처음이라, 완벽하겐 하진 못했지만 돌이켜 보니 이런 생각이 든다. 이 맥락에서, 특히 스터디를 꾸려 토론 연습을 하는게 큰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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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 두 번째 날: 한국어 면접


 JPO 후기들을 보니 한국어 면접이 인성+기술 면접인 듯 했다. 그래서 면접관이라고 생각하고 나의 CV와 자기소개서를 보고 5~6개의 질문을 만들어 짧은 모범답안을 만들었다. 주로 자기소개 및 동기, 가고싶은 UN기구, 지금까지의 경험이 UN근무에 어떤 도움이 될지, 내 이력서 상 강한 부분과 부족한 부분, 실패 사례와 극복 경험 등등.. 나의 근무 경력에 관한 사항도 정리했다. 주로 어떤 업무를 했고, 성취한 부분은 무엇인지..그리고 한국어 면접이라 북핵이나 북한 인권, 한국과 유엔, GCF 등등 한국이 관심있어 할만한 기술면접 주제도 5~6개도 만들어보았다. 결론적으로 면접에서는 주로 내 이력서와 자기소개서에서 다 질문이 나왔다. 남자분 3명과 여자분 1명이 약 15~20분 정도 여러가지 질문을 하시는데, 많이 웃어주시고 전 날 그룹토의 보다는 훨씬 편안한 분위기였다. 내가 생각한 것 보다 나의 이력서와 경력 등등에서 자세한 질문을 많이 하셨다.


  한국어 면접은 시험 전형에서 배점이 30정도로 제일 크다. 그러므로 기술적인 시험 공부를 하는 동시에, '나'와 '나의 미래'에 대한 공부와 사색도 많이 해가야 면접에서 자신있게 대답할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이런 부분은 단기에 준비한다기 보다는, 오랜 기간동안 쌓인 경험과 사색에서 나오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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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 세 번째 날: 제 2외국어 speaking


  제2외국어 시험은 서울대학교 TEPS 센터에서 치루어진다. 외교부에서 서울대에 의뢰하여 치루는 특별 시험의 형태다. 20분간이라 짧은 시간이고, 제2외국어 실력이 좀 있으신 분들에게는 쉬운 수준이라 느껴졌다. 시험 유형은 TEPS 홈페이지에 나와있는 i-TEPS 말하기 시험과 거의 동일하다. 개인적으로 느낀 것은, 실제 말하는 시간이 꽤 길게 주어지기 때문에 긴장을 풀고 느리게 또박또박 말해도 된다.. 나는 그것도 모르고 엄청 빨리 말해서 시간이 많이 남았다. 


참고로, 말하기 시험 유형은 다음과 같다.

1. 짧은 질문을 듣고 대답하기 (연습, 채점되지 않음)

2. 짧은 단락 읽기

3. 그림/만화보고 설명하기 

4. 그래프 보고 발표하기 

5. 주제에 대해 자기 생각 말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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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험이 끝나고 나서 딱 한 달 후 최종 발표가 난다. 아쉽게도 이번 해에는 5명이 줄어들어 10명만 뽑아 많은 이의 탄식을 자아낸 듯 하다. 나는 JPO를 합격했다고 해서 와, 이제 성공이다, 다 됬다, 하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이제 겨우 시작이다. 처음 최종 발표에 마술처럼 내 이름이 있는 걸 보고 정말 기뻤지만, 결국 지나서 생각해보면 이제.. 겨우 시작인 것이다. 


  그래도 설렌다. 앞으로 어떤 일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더 많은 것을 나눌 수 있다면 좋을텐데... 하며 글을 마친다. 



- 7월, 2015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