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 재정착기 1: 어제는 정전이 되었다. 오랫만에 만난 정전이라 반가운 친구를 다시 만난 듯 하여 피식 웃었다. 그러나 방 전반을 지배하는 후끈한 열기에 땀이 복날의 아이스크림처럼 녹아내리는 듯 하여 결국 가만히 멍하니 어둠속에서 불이 들어오기만을 기다렸다. 음악을 들었고, 팟캐스트를 들었다. 그리고 나와 내 가족과 내 주변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일들을 생각하고, 다양한 감정이 되새김질되어 나왔다.
아크라에서 인근 도시를 잇는 고속도로의 다리가 붕괴되 사람들이 출퇴근 하는데 최대 5-6시간을 쓴다는 뉴스를 들었다. 그리고 이 붕괴가 복귀되는데에는 5주가 걸릴 것이라는 뉴스도 들었다. 정상이 아니다, 라고 생각하는 내가 정상이 아닌 것이다. 이 세상에는 '정상'이라는 것은 없다. '정상'을 세워놓고, '정상'을 고집하고, '정상'이 아니면 후드려 패서라도 '정상'을 만드느라 이 세계를 살아가는 우리는 생즉고에 고 하나를 더 해 생즉고고로 고고씽 하나보다.
한국에 다녀와서 왠지 자꾸 멜랑꼴리 해지는 까닭은. 생즉고인줄 알면서도 결국 생을 살아야 하고, 고의 언덕을 수 십번, 수 백번 넘어야 하는 그 어쩔수 없는 인간의 생리가 갑자기 확 머릿속에 박힌 까닭이다. 절망의 팡세, 우울의 긍정적 되새김질.
어렵고 고단할 수록 왠지 나는 어디선가 새어나오는 빛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렇다는 건 아니고, 그냥 그런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 3월, 아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