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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적인 생각

1년만의 한국

by 주말의늦잠 2014. 3. 13.



에피소드 #1


어제는 1년만에 목욕탕에 갔다. 평일 오전의 어드밴티지를 노리고 갔으나, 아주머니들이 꽤 많아서 놀랐다! 

더 놀라운 것은 한증막 사우나 실 안에서 였다. 삼삼오오 모인 그 모임 (?) 에서 어떤 분은 분홍색 모래시계에 커다란 보온통에 식혜와 얼음을 띄어 들이키시기도 하고. 물론 한증막실 여기저기에는 물 및 음료수 반입 금지 팻말이 붙어있었으나 기분탓이겠지....?

어제 한증막 토론회의 주제는 호박곡 마였다. 한 분이 저, 여기 전라도분 있어요? 내가 호박고구마가 지 혼자 바닥을 뚫고 자란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그게 진짜에요? 하시자, 여기 전라도 사람 없는데,, 하는 대답과 함께 토론회은 약 3개의 카테고리로 분산화되어 진행되기 시작했다. 1조의 주제는 호박고구마의 성장 패턴과 가격상수 관계에 대한 것이었고, 2조는 호박고구마의 연별 맛의 편차에 관한 것이었으며 3조의 토론 주제는 호박고구마와 전라도 맛의 기원이었다. 

나는 왠지 외톨이가 된 기분으로 .. 토론회를 의연한듯 흥미진진하게 지캬보았다. 다행히 시청자 의견을 묻는 섹션은 없는 모양으로, 나는 호박고구마에 대해 더 깊은 이해를 한 후 사우나를 빠져나왔다.

그리고 집에 왔더니, 엄마가 호박고구마를 삶아놓고 계셨다.




에피소드 #2


1년간 아프리카 생활 후, 3주간의 한국 휴가를 받았다. 그리고 곧 다시 한국을 떠난다. 그러므로 나의 체류상태는 서울에 사는 한국인이긴 하나, 마치 잠시 해외에 여행온 듯한 관광객이기도 하고 방문객인 듯한 감이 있다.

1년만에 뭐가 그렇게 많이 변했을까마는, 알고 있었지만 놀란 것이 2가지 있다. 

첫번째는 사람들의 근무시간이 너무 길다는 것. 보통 8-9시 퇴근에 야근이 9시부터 시작하는 것이 일상다반사라는 회사 이야기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고, 그것이 업계(?) 전반의 노동문화라는 것에 정말 깜짝놀랐다. 일년 연차는 최소 3일에서 최대 10일로 다 다르지만, OECD 평균을 들먹일 것도 없이 정말 박한 근무환경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개인의 삶은 어디있는가? 회사가, 팀의 영업목표가, 혹은 부서의 존속이 개인의 행복과 삶의 질과 비례를 이루기라도 한다는 것인가.. 열심히 필요할 땐 초과근무해야 한다. 당연하다. 그러나 초과근무와 저녁없는 삶이 아주 당연한 삶의 표본처럼 여겨지는 문화는 한국의 경제사회 발전 수준에 비해 아주 후진적인 것이라 느낀다.

두번째는, 각 시, 구, 동의 공적 영역에 펄럭이는 새마을 운동 깃발들이다. 심지어 아프리카 시골마을에서도 그 깃발을 아주 많이 보았다. 나는 대학원 시절에 한국경제발전사 등을 공부했기 때문에 일반인보다는 새마을 운동을 쪼끔 더 잘 알고 있다. 지하철이 다니고, 최신 아파트가 지어지고, 사람들이 무심하게 자전거를 타고 조깅하는 뒷편으로 펄럭이는 새마을 운동 깃발은 아무래도 참 이질적이다.. 뭐 시군구 행정에 새마을 운동 주류화라도 벌어지는 것인가? 정말 솔직히 말하면 이전 대통령 시절ㅋㅋ의 '녹색화' 어젠다와의 차별화일까. 뭐 새마을 운동 깃발이 녹색이긴 한데.. 저희 집앞 안양천 육교에 휘날리는 15여개의 새마을 운동 깃대를 지나며 지하철 타러가는 길은 아무래도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한다.


-3월, 201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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