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세치 혀가 진실로 누군가에게는 마음을 갈퀴는 송곳이 되고 칼이 되는 것임을 다들 명심할 수는 없을까.. 모니터 앞에 앉아서 자판으로 논의하고, 따지고, 토론하고, 트집잡고, 댓글달고, 쓰고 말하고 말하고 또 말하고. 아무것도 달라지는 건 없다. 울분과 황망함과 어이없음이 다각도로 섞인 말의 홍수에 질식해버릴 것 같다. 언론의 선정성이, 당국의 무능력과 무책임성이, 못난 혀들의 향연이 눈사태처럼 뇌리를 짓누르는 것 같다...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로 502명이 사망하고 937명이 부상당했다. 2003년 대구 지하철 화재사고로 192명이 사망하고 151명이 부상당했다. 그리고 2014년. 행동하고, 그리고 오롯이 기억할 것. 다시는 눈 앞에서 이런 참사가, 인재가 일어나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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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담하다.
바다 끝에 빼꼼하게 남고 나머지 선체는 침몰해 버린 배를 바라보며
그 안에 갇힌 아이들, 그 안에 갇힌 '사람들'이라고 할 때보다 '아이들'이라고 할 때
그 황망함의 정도는 높아진다.
살아있는지, 죽었는지 알 수 없는 273명의 생사불명 상태는
온 나라를 그리고 어쩌면 또 여러가지 사건사고로 가족을 잃은 이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뒤흔들고 가늠할 수 없는 절망의 심연으로 이끈다.
선장이 잘못인가, 선원들이 잘못인가, 학교가 잘못인가, 해운회사가 잘못인가,
구조방지대책을 잘 세우지 못한 지역 혹은 국가정부가 잘못인가,
이게 누구의 잘못인가를... 우리는 은연중에 무의식적으로 찾는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비극은 누군가를 혹은 무엇인가를 향해
내지르고 처벌하고 손가락질 해야하는 감정의 분출을 필요로 하는 것 같다.
그리고 온 나라를 뒤흔드는 이 사건를 보도하는 언론의 행태.
그 와중에 정치놀이, 색깔론으로 얼룩진 온라인 커뮤니티들.
절망과 희망의 사다리 위에서 곤두박질 치게 하는 사건 관련 허위신고 및 정보들.
정말 이 인간이라는 종의 악한 특성, 즉 종특을 그대로 반영하는 것 같아
그냥 고개를 돌리고 싶어지는 광경이다.
그러나 그 상황에서도 구명조끼를 양보하고, 다른 이들을 먼저 구조하고
죽어간 이들의 이야기는 우리가 그렇게도 쉽게 논하는 '인간성악설'을 얼마나 무색하게 만드는가?
당신이라면 먼저 탈출했겠는가, 혹은 다른 이에게 먼저 손을 뻗었겠는가?
당신이 어둠과 추움과 조난의 망망함 속에 갇혀 있다면 어떻겠는가?
일개 인간이 이런 큰 대비극에서 인간일 수 있는 방법은
공감하고 아파하는 것, 아파하고 그래서 기도해주는 것...
그리고 잊지 않는 것, 불망.
잊지 않고 절대로 눈 앞에서 어린 생명을 실종하는 사건이 일어나지 않도록..
그렇게 마음 먹는 것 밖에 없을 뿐.
- 4월 2014, 아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