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학년 때 신께 빌었던 세가지 소원
오늘 아침 책정리를 했다. 지구과학 시간에 배웠던 지층 단면도 처럼, 석사시절, 런던 교환학생, 대학교, 수능, 고등학교 및 중학교 시절까지 지층을 파내며 지구의 기원을 탐구하는 기쁨으로 나의 기원을 하나하나 꺼내보있다. 그리고 국민학교 6학년 당시 썻던 나의 산문운문집 "글은 마음의 양식"을 발견했다. 어리지만 대견했던, 유치하지만 어른스럽고 싶었던 그 6학년의 마음이 이제 20대 후반의 나를 즐겁게 해주었다.
제일 웃긴 글은 "신께 쓰는 편지"로, 당시의 내가 신께 비는 세가지 소원이 오롯이 담겨있다. 첫번째 소원은 공부를 잘 하게 해주셔서 훌륭한 의사가 되게 해주세요. 두번째는 대일문고 세계명작 100권 세트를 사주세요. 세번째는 우리나라를 강대국으로 만들어 주세요. 푸핫, 웃음이 나는데, 한편으로 생각하면.. 나는 강대국에 살고, 세계명작을 통독한 훌륭한 의사로 살 수도 있었던 것이다. ㅋㅋㅋ
지금의 나는, 지금의 6학년들은 어떤 꿈을 꾸는가. 더 이상은 치기어리고 나이브한 6학년은 될 수 없을 것이고, 치기어리고 나이브한 꿈을 꾸는 것 조차 허락되지 않는 이 나이가 되었음이 새삼 놀랍고 벙찐다. 이제는 싫든 좋든 어른인 것이다.
- 3월 8일, 2014년, 서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