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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적인 생각/가나, 가나?

공예품과 바구니로 유명한 마을, 볼가탕가 (Bolga)

by 주말의늦잠 2013. 6. 25.

5월 12일, 2013년



새벽에 길을 나선다. 어둠이 착 가라앉은 새벽이다.
새벽이라고 불을 밝히는 가로등이나, 불빛이 적기 때문에 아주 어두운 새벽이다.
하싼에게 줄 게스트비를 침대에 고이 놓아두고 밖을 나서니
길 여기저기에 염소들이 둘둘씩 짝을 맞추어 잠을 자고 있다.
아주 평화로운 풍경이었다.
홀로 불켜진 가게 앞 의자에 앉아 새벽 4시 버스를 기다리는데, 시간이 지나도록 오지 않아서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려는 찰나 부웅- 하고 메트로 버스 소리가 들린다.
반가운 마음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는데, 꼭 버스가 그냥 떠나는 것만 같다.
옆에서 치히로는 Here!! Here!! 하면서 달려가고 나도 혹시 우리를 버리고 떠날까 싶어 소리를 질러본다.




하지만, 그 어둠 속에서 버스를 타려는 사람들이 어느새 평온하게 걸어와서 버스를 타려고 줄을 선다.
버스는 어딜 가려는 게 아니라 사람을 태우려고 제대로 주차할 곳을 찾았던 것이다.
왠지 소리를 지르며 버스를 향해 달려갔던 우리가 부끄러워지는 순간이다.

버스 안은 몰레에서 버스를 타고 온 듯한 외국인들 무리와 현지인들이 섞여 앉아있다.
우리도 자리에 앉아 바로 잠을 청한다. 새벽이라 그런지 버스 안이 춥기까지 한 기분.
우연히 하싼의 쌍둥이 동생도 만나서, 하싼인줄 알고 왜 여기있냐고 물었던 기억도 나고.
그렇게 병든 닭처럼 꼬박꼬박 졸면서 새벽을 달려 드디어 타말레 도착.




타말레 버스정류장에서도 또 다시 볼가탕가행 버스를 기다린다.
9시에 출발한다던 버스는 결국 우리가 꾸역꾸역 줄을 서서 타고도 1시간 반 가량을 기다려서야
출발한다. 좌석을 가득 채우고서도 버스 복도에 사람들이 가득 차 있다.
그리고 무슨 버스 요금이랑 사람수가 계산이 안 맞는지 계속 출발 안하고 서있으니,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우리 내일 출발하냐!?' 하면서 소리지른다.



그렇게 출발한 메트로 버스 여정은 참으로 힘들었다.
무엇보다도 중간에 사람들이 화장실을 가느라 (a.k.a. 덤불 뒤에 숨어 방광과 괄약근을 해방시키느라)
여러번 멈추기도 했고... 무엇보다도 버스 안에 사람이 너무 많았다.
중간에 뭐가 고장나서 멈춰선 메트로 버스 한 대 옆에 서더니 이미 사람을 가득 채운 버스에
사람을 더 채운다. 이제는 사람들이 가득 차있을 뿐 아니라, 
몇몇 사람들은 두 발만 바닥에 대고 서있는 형국이다. 길도 험해서 몸이 참 피곤했다.




그렇게 고생고생을 해서 볼가탕가에 도착해서 예약해둔 Sand Gardens Hotel에 드디어 도착.
화사하고 좋은 가든과는 별개로 방은 어두컴컴하고 낡은 기분.
그래도 너무나 좋았다. 
그렇게 길고 긴 여정 끝에 내 몸하나 뉘일 곳이 있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 볼가탕가 시장 잡화 모습. 그냥 일반 시장과 다를 바 없다.




▲  시장을 나오면서.




좀 쉬다가 가볍게 치킨케밥을 먹고, 시장과 공예품 마켓을 둘러보았다.
볼가탕가에서도 있는 시간이 그리 길지 않아, 가방이랑 기념품들을 좀 샀다.
상인들은 뭔가를 파는 것에 닳아 빠져서, 자꾸만 물건을 사게 만들었다.. 
그래도, 그 아프리카스러운 조각품과 가방, 팔찌, 목걸이, 그 모든 것에 혼이 나간듯
쇼핑을 했던 또 하나의 즐거운 시간이었다=




▲ 공예마을 (Craft Village)의 간판




▲  학교 운동장 만한 공터에 주욱 늘어서 있는 공예 상점들. 다들 장사수완이 보통이 아니다!





▲ '볼가'하면 떠오르는 바구니들. 우리는 곧 바구니를 짜는 마을에 방문 예정이라, 

볼가에서 바구니를 구입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참 사고싶은 마음이 드는 색감과 모양이 아닐 수 없다.....><






▲ 일요일이라 한산해서 좋을 줄 알았는데, 들어가는 상점마다 사라고 꼬시고 난리났다.

마지막으로 방문한 상점 아저씨는 계속 결혼하자고 -_-;

참고로 가나사람들은 '하얀' 여자들 (Obruni라고 부르는데)에게 곧잘

사귀자, 만나자, 결혼하자 잘도 대쉬를 해온다.







▲  아프리카의 느낌이 물씬 난다. 특히 저 기린 조각상은 참 색깔도 예쁘고 마음에 들었었는데 ..





▲ 열쇠고리도 몇 개 사고, 소가죽 냄새가 흥건하게 배인 지갑도 사고, ...





▲ 각 상점마다 조금씩 다른 잡화와 다른 물건들을 팔고있지만 많은 것들이 동일한 제품들인 듯했다.

아마 각 공예마을에서 공수해 오는 포인트가 비슷한가보다.





▲ 이곳은 볼가탕가 마을의 도서관이다. 

론리 플래닛에 건축 양식이 멋지다고 하여 따로 시간 내서 방문했는데... 결론적으로

그냥 서울 동네 도서관 같다. 물론 주관적인 관점이겠지만.





▲ 평범한 외부보다 더 평범한 내부, 그리고 도서관 치고는 참 어두웠다.






▲ 책들도 다 서방에서 중고서적과 버린 서적들을 가져온 것인 듯 낡고 먼지가 쌓인 상태였다.

그리고 정치섹션에서 내가 발견한 이 책들... 스탈린, 김일성.

어딜가도 한국의 조각을 빠지지 않고 발견한다, 가나에서는.






 저녁은 Comme si Comme ca라는 호텔겸 레스토랑에서 먹었다.

한국에서 봉사활동 했다는 가나사람도 우연히 만나서 '반갑습니다' 인사도 하고 (세상은 참 좁다!)
아, 참으로 모험과 고난이 가득한 여정길이 아닐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