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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적인 생각

또 하나의 약속

by 주말의늦잠 2014. 3. 13.


해외에서 공부하고 일하고 거주하는 모든 한국인들에게 '삼성'이라는 브랜드는 마치 '한국'과 동등한 임팩트로 다가오는 시대일 것이다. 주위의 대다수의 '외국' 동료들이나 사람들은 십중팔구 '나 한국인이야,' 했을때 '어, 나 삼성/현대/엘지' 알아, 아, '나 Kim 알아' 혹은 '아, 나 싸이 알아', 혹은 아,' 나 김치 알아' 라고 하지 절대로 '아, 나 아리랑 알아' 혹은 '아, 나 너네 유구한 오천년 역사 알아' 뭐 그러진 않는다. 

국가의 영역에 한정지어 세계지도는 그려지지만, 그 세계지도를 지배하는 현재시대의 힘 - 돈 혹은 자본 혹은 자본주의, 그리고 소프트 파워 - 에 의해 타인은 나를 규정하고, 나의 행동양식을 기대하는 것이다. 마치 해외에서 삼성제품 안 쓰면 매국노 취급하는 세태라지만, 나는 삼성은 절대로 나의 '한국인'이라는 정체성과 등가성을 가질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게 삼성이든 정부든 그 어떤 힘과 권력을 가진 entity이든 나의 정체성을 대변할 수는 없다. 

한국인으로서 한국기업의 급속한 성장을 자랑스러워 하는 것은 아주 당연한 감정이라 느껴진다. 그러나 '자랑스러워 할 수 없는 것', 혹은 '자랑스러워 하면 안되는 것'에 대해 자랑스러워 하지 않는 것은 '한국인'으로서가 아니라 인간으로서 당연한 감정이라고도 또 느껴지는 것이다. 삼성뿐만이 아니다, 애플이라는 기업이 미국에겐 그런 것이고. 화웨이라는 기업이 중국에겐 그렇게 될 것이다, 아주 곧. 돈과 자본과 힘의 논리에 한 개인의 삶이 박살나는 것은 자본주의 내에서 흔히 일어나는 일일것이나, 흔하다고 하여 당연하고 여기는 것 또한 이상한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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