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께 뭘 먹을까, 하고 부엌에 들어갔다가 깜짝 놀랐다.
날개의 결이 고스란히 보이는 것 같은 큰 바퀴벌레 한 마리가
싱크대 아래를 유유히 걸어가고 있는 광경.
정말 잠기운이 뇌에서 일시적으로 다 빠져나가는 느낌이었고,
그 짧은 순간에 저것을 어떻게 처치할 것인가에 대한 계획이 머릿속을 샤샤샥 지나갔다.
하지만 실제로는 얼어있었다 ㅋㅋㅋ
방으로 가서 내려칠만한 것을 찾아봤지만 없어서 다시 부엌으로 와보니
그 놈은 막 주방 코너를 도는 참이었다.
스토브나 냉장고 뒤로 들어가기 전에 처치해야겠다는 생각에,
옆에 있던 쓰레받이를 들고 잠시 기다렸다가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그리고 오늘 아침,
나는 또 목격했다. 한 무더기의 개미군단이 내 하수구와 싱크대부터 창의 틈까지
일렬종대로 부산하게 뭔가를 하는 모습을 ...
드디어 곤충의 습격인가,
하루하루 조금씩 더 '진짜' 생활에 가까워지고 있다.
그리고 진짜 생활에 가까워져 간다는 것은
내 눈을 덮고있던 환상이나 선입견, 감정의 레이어를 하나하나 벗어가는 것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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