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
그 말만 들어도 얼마나 오지스럽고(?) 생소하고, 또한 모험스러운(?)가?
처음에 아프리카 가나에 1년 동안 간다고 했을 때, 사람들의 반응은 가지각색이었다.
하지만 그 다양한 반응을 관통하는 테마는 '동물의 왕국'과 '걸어서 세계속으로'가 짬뽕된
어떤 야생적이고 광활한 자연이 아닐까 한다.
엄마는 처음에 아프리카 간다고, 운동화를 많이 사주려고 하셨고,
(분명 우물을 파거나 표범 옆에서 아이들과 줄넘기를 하는 나를 상상하셨던 듯 하다..)
몇몇 친구들은 부시맨 처럼 새까매져서 오는 거 아니냐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고,
어떤 분은 '어이구 대단하네' 하시며 동정과 연민(!?)을 섞어 넌지시 웃으시기도 했다.
분명 아프리카로 간다는 여자아이를 보았을 때 많은 사람들은
'오지'로 혹은 '사지 (..)'로 고생하러 간다고 생각함이 분명하다.
왜냐하면,
나 역시도 그렇게 생각했으니까.
되도록이면 예쁜 옷은 다 옷장속에 개어놓았고 털털하게 입을 단순하고 편한 옷가지들을 챙겼고,
비즈가 박힌 예쁜 구두나, 하이힐 역시도 신발장 안에 고이 개어놓았었지.
복대를 챙겼고, 되도록 부자 Asian 티를 안 내려고 무진장 애를 쓰며 짐을 쌋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물론 내가 부자라는 것이 아니라, Asian과 Chinese와 Money는 필연적으로 얽혀서 날 대표하게 되어있다.)
하지만 지금 어떤가.
온 지 주로 치면 3주차가 되어가는 이 시점.
아프리카에 왔다는 신기함도, 투박하고 까만 가나사람들의 얼굴도,
택시의 끝없는 클락션, 그리고 출근하고 퇴근하고 쉬는 이 하루하루가 모여
다시 '일상'을 만들어가고 있다.
슈퍼마켓에 가면 -질은 낮고 가격은 비싸지만- 각종 식료품과 잡화를 살 수 있고..
개발붐이 일어서 여기저기 높고 모던한 건물들이 들어서고 있고..
이미 돈좀 꽤나 번 사람들은 대형몰에서 루이비똥을 매고 맥북을 들고 서로를 힐끔거리고 있는 것이다.
얼마전 읽은 박민규 님의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의 한 구절이 생각난다.
' [...] 아름다워지는 여자들.. 아름다워 <져야만>하는 여자들과... 학력을, 차를, 또 집을...말하자면 힘을 <가져야만>하는 남자들... 서로에 의해, 서로에 비해, 올라선 서로를 위해 구축하던프리미엄과... 올라서지 못한 서로에게 요구되던 또 그만큼의 스펙에 대해...[...]프리미엄만 늘어날 뿐인 이 삶에 대해... 하여 어떤 의미가 있는 걸까,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알 수 없었다.30년만 지나면 허물어야 할 한 채의 집을 위해, 실은 조건과 조건... 이윤과 프리미엄에의해 만난 서로에 의해... 하여, 실은 있지도 않았던 사랑에 내내 절망할 이 삶에 대해...그 <생활>에 대해... [...]그래서 실은 그 무엇도 남지 않을 이 삶에 대해 나는 아무것도 알 수 없는 기분이었다.'
왜 문득 아프리카와 연관성이 높아보이지도 않는 이 구절이 생각난 것일까?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시간과 공간이 다를 뿐
자본이 이끌어가는 이 세계에서는 서울이나 아크라나 일상의 원리는 같은 것이다.
그러므로 필연적인 일상으로의 회귀다.
치솟는 장바구니 물가, 성장과 개발, 선거와 부정의혹,
차들이 내뿜는 검은 연기, ...
끝없이 프리미엄을 창출하고 그 프리미엄을 위해
절대 만족하지 못할 부와 자본을 위해 사회의 평균을 높여가고,
'부러워하고 부끄러워하고',
결국 조금은 불행해질 수 밖에 없을 사람들.
이 세계에서 '성장'이라는 건 그런 것인가 보다..
" [....] 어머니를 생각한 것도, 나 자신의 앞날을 생각한 것도 아닌데참을 수 없을 정도로 가슴이 답답했었다.거대하고 더러운 벌레의 배 밑에 깔린 듯 나는 어둠 속에서 몸을 뒤척였었다.그것은세상이란 이름의 벌레였다."
p.s. 약 일주일 전에 적었던 글. 지금 읽어보니 왜이리 전체적으로 우중충하지ㅋㅋㅋ
혼자만의 방에서 소설을 읽고 감정선이 고조되었을 때 쓴 글은 가끔.. 내가 쓴게 아닌 것 같은 생각이 들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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