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MTN (통신회사)에 살 것이 있어서 거리로 나섰다.
소위 옥스포드 스트릿라고 하는 한국의 명동 equivalent로 생각하면 되는 거리.
음, 물론 런던의 옥스포드 스트릿이나 서울의 명동에 비교하면 여기는 '시골장터'다.
언제나 상대적인 의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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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설하고, 어쨋든 일요일에는 1시부터 영업을 한다는 것을 알고
돌아서려는 데 아니나 다를까, 무한한 호의와 웃음으로 무장한 장사치들이 다가온다.
그 중 자신이 아티스트라고 주장하는 한 사나이에게
어쩌다가 우리는 걸려들었던 것 같다.
처음엔, 뭐 언제나 첫 손님은 잘 해줘야 된다면서, 너희가 나의 첫 한국손님이다.
좋은게 좋은거다. 이 그림들을 나한테 용기를 북돋는 차원에서 봐주기만 해달라...
블라블라.. 하면서
참 아티스트와 장사꾼을 넘나드는 언변으로 우리를 꾀는 것이다.
그리고 놀랍게도 몇 분 후에 나는 그에게 팔찌 하나를 10 cedi (약 5,000원)
주고 산 셈이 됬다.
순진하게도 그 녀석이 그림은 그냥 너 가지고, 팔찌만 사라길래 속는셈 치고 샀는데,
나중에 말을 싹 바꾸고 그림은 내가 가지고 있을테니 다음에 흥정하러 오라는 것이다.
나는 참 순진했고, 아직 장사꾼의 생리를 잘 몰랐고
그 녀석은 가나 거리에서 몇 년 굴러먹은 아티스트 (a.k.a. 장사꾼)이었으니
결과는 뻔하지 않은가. 나의 패배ㅋ올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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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심 속으로 분하고, 이 녀석이 날 갖고 논것 같아서
계속 따지고 윽박질러서 팔찌 하나를 더 가져왔다.
흠, 그렇게 씩씩대며 집으로 돌아오는데 ...
왠지 미안한 마음이 드는 건 내가 아직도 순진하다는 증거였을까?
저렇게 속이고 거짓말하고 등쳐먹고, 그래서라도 살아가려는 사람들에게
모진 말을 하고 얼마 되지 않는 돈에 기분 나빠한 그 상황 자체가
미안하고, 내가 아직 모자라구나 -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렇게 가나사람과의 첫 말다툼은,
나에게 영광의 팔찌 2개와 약간의 교훈을 남겨주었다.
그래. 가나에 대해 더 알아가고 있는 것이다..
* 전리품일까 영광의 상처일까.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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