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랫만에 순수하게 집중하고 있다. 여기서 순수하다는 말은, 집중하는 대상이 순수하다는 말이 아니라, 집중하는 대상에 100% 몸과 마음을 구겨넣고 있다는 의미다. 시간 가는 줄 모를 때도 있고, 시간이 너무 안 가는데도 다른 일을 할 여유가 나지 않아 넋 놓고 있을 때도 있다. 마치 대학생 때의 시험기간의 마음가짐을 방불케 한다. 저녁에는 산책을 나간다. 해가 길어져 저녁 무렵에 나가서 30분에서 1시간 정도의 가벼운 운동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도 해가 뉘엿뉘엿 지는 꽁무니를 본다. 저녁에 조금 더 집중을 하고, 침대에 누워 신형철님의 산문을 읽거나 오디오북을 들으며 잠이 든다.
2015년엔 안 좋은 일들이 많았다. 인생지사 새옹지마라지만, 안 좋은 일들이 좋은 일로 둔갑하기 전의 괴로움은 어쩔 수 없이 견뎌야 한다. 2013년과 2014년은 정말 행복했다. 지금까지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2년이었다고 주저없이 말한다. 행복을 미리 끌어다써서, 2015년은 다시 재충전하는 시간인가 보다, 생각하기로 한다. 그렇게 진짜 생각되는 건 아니지만, 그렇게 믿어보기로 한다..
그리고 더 의연해지기로. 겉에서 보면 별것도 아닌게 아무리 내리치고 넘어뜨려도 다시 돌아오는 오뚝이 인형마냥, 굳은 중심 균형추를 장착하는 시간으로. 내면의 근육을 단련하는 시간으로. 그러고보니 사실 2015년 왜 이리 개같냐고 울부짖는 나날도 있었지만, 각 순간 속에서 내 삶의 모든 부분이 나를 도와주었다는 느낌으로 충만할 때도 있었다. 죽음의 언저리도 갔던 적이 있지 않았던가. 그 때는 그냥 살아있음으로 해서 감사했는데, 얼마나 지났다고 땡깡이다. 내일이 석가탄신일이다. 나의 삶과, 생과, 생활에 더 굳건하고 의연해지는 반환점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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