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동안 주변 사람들 혹은 대중매체 혹은 우연히 만난 이들의 말에서 참 모순되는 의식구조를 발견할 때가 많았다. 이런 생각을 가진지는 한 3달이 넘었는데, 오늘에서야 이렇게 살짝 글을 쓰게 되었다. 임계점인 모양이다.
그동안 대표적으로 이 모순되는 의식구조의 발현을 목격했던 3가지 일화와 나의 코멘트.
1.
한 40대 초반 (미혼) 남자분과 이야기를 하게 되었는데, 굉장히 말도 빠르시고 말에도 두서가 없었다. 그래서 그냥 한 귀로 듣고 흘리면서 듣고 있었는데, 이 분이 계속 한국인에 대해 폄하를 하셨다. "우리 나라 사람들은 그래야되~ 이래야 되지 뭐 선진적으로 하면 안되~" 이런식. 뭐 자기 얼굴에 자기가 침 뱉겠다는 데 내가 말릴 이유는 없다. 그런데 결정적으로 내 심기를 건드린 부분은, 유럽의 국가들을 '좋은 나라'라고 지칭하며 이상화 하는 태도였다.
과연, 유럽 국가들이 좋은 나라들일까? 아마 유럽 열강들의 식민지 역사와 그 처참한 약탈의 역사를 알고 있다면, 절대 '좋은' 나라라고는 얘기할 수 없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이중잣대와 선진 자본의 약탈구조, 비대칭적 조약과 불평등한 국제기관들.. 당연히 자기 국익에 따라 말 바꾸기도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이다. 더 잘산다는 것이 더 도덕적이라거나 더 좋은 것과는 전혀 다른 것임을..
서구의 '선진국'들이 더 발전된 정치체제와 경제성장을 이룬 건 사실이다. 그래서 유럽에 사는 모든 사람들이 다 천국에서처럼 행복하고, 즐겁고, 여유를 부리고 사는 줄 아는 모양이다. 모든 사회에는 살펴보면 어디엔가 곪아 터진 곳이 있다. 유럽의 뇌관은 식민지 열강으로서의 태도와 이민, 공공재정 및 유로존 위기. 나는 마치 유럽에 가서 살면 잡지에 나오는 유러피안 처럼 살 수 있다고 믿는 것 같은 그에게 일침을 내리고 싶었다. 당신 거기 가봤자, 수많은 이방인 이민자 중에 1명일 뿐이라고.
2.
왜 한국은 우리의 발전 경험을 신성시하고, 이상화 할까? 한강의 기적, 기적을 이룬 나라, 가장 단기에 민주화와 경제번영을 이룬 나라 (갑자기 2002 월드컵이 생각나는 건 기분 탓이겠지). 맞다. 한국, 세계사에 다시 없을 발전사를 걸어온 나라 맞다. 그래서 우리 세대도 그 전 세대보다는 더 좋은 환경과 경제적 번영 위에 살고 있다. 이건 사실이다. 팩트. 적어도 다들 대학나와서 안 굶어죽고 살지 않는가. 전쟁 없고, 유혈 사태 없고, 먹을 것 많고. 이제 안으로 썩어가서 문제긴 하지만..
그런데 이 민족주의적 태도가 요즘 대외정책, 외교 및 원조정책에도 자리잡고 있는 것 같아 불편하다. 제일 웃긴게 새마을운동이다. 왜 윗 사람들은 우리 경험을 전수해주지 못해서 안달인가?-_- 현재 한국 빼고는 이 세상의 그 어느 나라도 자기가 이렇게 이렇게 발전했으니, 이대로 전수하겠다, 발전 경험을 전파하겠다,고 대놓고 정책 안 세운다. 모두가 One size fits for all을 믿을 시기가 있었지만, 그래서 서구식 민주주의, 경제발전, 시장경제의 도입을 위해 구조조정을 하고 대규모 원조를 퍼부을 때가 있었지만 모두 실패로 판명났다 (뭐 소수의 자잘한 성공사례는 있겠다).
새마을운동은 그 특정한 시기에 한국의 특수하게 경험하고 성공한 운동이다. 어떻게 이 특수한 경험을 타국에 전파하겠다는 것인가? 탁상공론에, 대표적인 Group thinking이다. 정권 바뀌면 순식간에 사그라들 이 붐에 다같이 편승하는 행태가, 나도 이 물에 몸담고 있는 사람이다만, 가끔 웃긴다... 물론 다 먹고살려고 하는 일이다. 안다. 요즘 시절이 하수상하고, 또 나도 먹고 살아야하니 새마을운동에 대한 이야기는 그만. 자 우리도 다시 한 번 잘 살아보세~
3.
새천년개발목표의 2015 기한이 끝나가는 지금, 인천 송도에서 유네스코가 주최하는 교육 포럼이 진행되고 있다. Education For All (EFA)의 아젠다는 유네스코 뿐 아니라 교육개발에 힘쓰는 수많은 UN 기관 및 공여기관, NGO, CSO들의 것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포럼에서 아니나 다를까, 한국 공무원들이 90분 내내 한국 교육을 '찬양'하는 발표를 했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일화 1의 남자분이 지 얼굴에 침 뱉는 격이라면, 여기는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려는 격이다.
어떤 시스템이 90분동안 찬양 일색일 정도로 완벽할 수 있을까? 우리 교육의 공도 많다. 장점은 더 많'았'다. 그런데 식민시 시대의 잔재와 주입 및 암기 위주의 교육은 앞으로 100년을 살아갈 아이들에게는 맞지 않음은 자명한 사실 아닌가? 자명하지 않다면, 심각하게 생각 안 해본게 분명하다. 요즘 FACT 중요하게 생각하니까, 한 번 보자. 우리나라는 해외 이민률 세계 최고 수준이다. 자살율 1위. 학생 행복지수 OECD 꼴찌. 사교육 비중 1위. 비정규직 비중 1위. 최장기간 최저출산율국. OECD가서 통계 확인하면 나온다. 원래 이렇지는 않았다. 그런데 요즘 추세가 이렇다. 그런데 이 모든 사회이슈와 문제의 바탕을 깔고 있는 한국 교육을 2015년에 와서 찬양만 하면 도대체 건설적인 대화가 가능한가? 공과 과는 구분해서, 그것을 바탕으로 어떻게 흐름에 변화해야 할지 장기적으로 생각해야지.
-
그래서 나는 생각했다. 우리나라는 단군 이래 처음으로 전 세계의 이목과 관심, 부러움을 사고 있다 (혹은 사고 있다고 몽상을 즐기고 있다). 그래서 열심히 자기 PR하고 홍보하고 하는 건 좋은데, 가끔 지나쳐서 "우리나라 최고, 우리 민족 최고, 우리꺼 너희도 다 해봐, 우리꺼 전파하고 수출하자," 하는 걸 볼때마다.. 낯뜨겁다-_-; 그런데도 정작 한국인인 친구들이나 인터넷의 여론은 '대한민국에서 못 살겠다. 나가자' 분위기다. 자살률은 언제나 높았지만 (슬프다 ㅠㅠ), 요즘은 국적 이탈률이 높다고 한다. 한국 국적 포기하고 다른 정체성을 찾아 나가는 거다. 물론 침몰하는 배에서 빨리 출구 전략을 찾는 현명한 사람들일 수도 있겠으나.. 어쨋든 씁쓸하다.
씁쓸한 이유는, 사회 분위기 자체가 정말 침몰하는 배의 상황 같기 때문이다. 어떤 위기 (예를 들어 IMF 사태)가 왔을 때 다같이 힘내서 이겨내자! 하는 목소리는 이제 없다. 뭐든지 어떻게 Framing하느냐에 따라 문제해결 혹은 극복이 방안이 있을 텐데. 이제 다 견디자, 참자, 혹은 나가버리자, 이런 태도다. 세계인들이 각지에서 케이팝을 부르고, '잘 살아보세'를 외치고, 뭐 하나 부족하지 않은 물질적 풍족함 속에서, 2015년 젊은이들의 자화상은 참 처연한 행색이다....
'일상적인 생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카프카 (0) | 2015.05.27 |
---|---|
순수한 집중 (0) | 2015.05.24 |
방문자 통계와 검색엔진 (0) | 2015.05.16 |
우리 강아지에 대한 생각 (0) | 2015.05.09 |
뉴스의 단면성 (0) | 2015.04.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