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지에서의 삶이란 이런 것이다.
새벽까지 술을 마시고, 그 다음 날 12시까지 잠을 자도 아무도 신경 쓰는 사람이 없고.
내 방에서 볼륨을 최대로 높이고 음악을 듣고, 샤워를 하고 옷도 입지 않은 상태로 누워있어도
아무 거리낌이 없고. 느지막이 샌드위치를 먹고, 장을 보고 돌아와 이미 오후 5시가 되었어도
아무렇지도 않은 그런 생활.
모두가 자신의 방에서 자신의 뿌리, 고향 그리고 가장 익숙한 것들과 가장 멀리 떨어져
자신을 가장 가깝게 느끼는 시간들.
이 나라에서 저 나라로, 이 도시에서 저 도시로,
얼마나 많은 인구가 이런 방랑의 - 노마드 [?] - 의 삶을 살고 있단 말인가.
그 삶에서 모든 인간에게 기대되는 익숙한 절차 (즉, 연애, 구직, 결혼 그리고 육아 등)를 밟아나간다는 것은
무엇일까?
이 낯선 땅에서 익숙한 풍경을 마주하고 나는 생각한다.
그 익숙한 풍경이란, 시원하게 에어컨이 설치된 모던 쇼핑몰을 돌아다니는 토요일 오후의 가족들..쯤이 될 것같다. 오늘은.
그리고 그 풍경 앞에서 내가 생각하는 것은,
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 삶의 방식이 존재하는지, 그런 질문이다.
흑인과, 백인, 중동 - 대부분 레바논 사람들 - 인도, 중국, 그리고 그 중간 지대에 선
뚜렷하게 출신이 정의되지 않는 수 많은 그 사람들이 함께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낳고
그 아이들이 아크라라는 낯선 땅에서 뛰노는 모습을 본다.
그 아이들이 세상에 나오기 전까지 몇 번의 대범한 결정을 누군가가 했을 것이고,
또 얼마나 많은 우연과 인연, 혹은 특이한 필연이 반복되었을까.
- 5월, 201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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