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김중혁 작가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약 2년 전부터 애청한 빨간책방 덕분이다.
처음에 방송을 듣기 시작한 것이 해외, 아프리카였기 때문에 그의 작품이 궁금해도 읽어볼 기회가 없었다.
그리고 한국에 이제 들어와서도 1개월이 지나고 좀 숨을 돌리고 나자, 읽어볼 여유가 생겼다.
일층, 지하일층은 중고서점에서 우연히 발견해서 샀고, 악기들의 도서관은 도서정가제 시행 전에
부랴부랴 장바구니에 넣었던 소설이다.
둘 다 단편소설집으로서 어딘가 향하는 지하철 안이나, 딱히 해야할 일이 없는 붕뜬 시간에
이야기 하나씩 읽기 좋은 분량이다.
-
개인적으로 일층, 지하 일층보다는 악기들의 도서관이 더 마음에 든다. 지극히 개인적인 선호.
왜냐하면, 악기들의 도서관에서는 뭐랄까, 은은한 음악이 들리는 것 같기도 하고
또 음악과 그 음악의 매개체들 (LP, CD, 악기 등등)에 대한 물감이 느껴지는 듯 하여
이야기 하나하나가 참 재미있게 읽혔기 때문이다.
일층, 지하 일층에도 내 마음에 든 단편들이 3-4개 정도 있으나
나 자체가 '도시'에 대한 애정이 많은 사그라든 시점이라 그랬을까, 크게 다가오지 않았다.
-
김중혁 작가를 검색해보면, 흔히 붙는 형용사가 '재주 많은', '재미있는' 그리고 '기발한 상상력'.. 이런 것들이다.
그의 소설은 이 형용사가 잘 어울린다.
도시 어느 골목을 방황하고, 구석에 쳐박힌 LP와 시간 감각이 현재 사람들 같지 않은 사람들이
사는 세상이 바로 김중혁의 세상인 듯 하다.
현실이라는 진창에 빠져 허우적 대면서도 '열심히 살아라는' 명제에 복종하는 인간들의 세상이 아니라,
진창위에 살짝 걸쳐진 나무버팀목에 깨금발을 들고 진창을 바라보는 그런 인간들의 세상.
치열하게 땀흘리며 살기보다는 가볍고 재미있게 살아가는 세상.
나는 그의 세상이 맘에 든다.
기댈 곳 없이는 스러져버리는 반항이 아니라,
굳은 자신의 세계관에 기대어 이 현실에 보내는 은은한 저항같이 느껴져서다.
그의 소설과 함께라면, 왠지 그냥 이 시간을 허투루 써도
그게 허투가 아닐 것 같아서.
그의 세계 속에서는, 왠지 그냥 이 나날들을 몽상으로 보내도
그게 몽상이 아니라 재미있을 것 같아서.
'문학 속을 걷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음사전 - 김소연 (0) | 2015.01.14 |
---|---|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 - 파트릭 모디아노 (0) | 2015.01.14 |
농담 - 밀란 쿤데라 (0) | 2015.01.08 |
철학자와 늑대 - 마크 롤랜즈 (0) | 2014.12.06 |
자기 앞의 생,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 로맹 가리 (0) | 2014.12.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