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의 일상에 젖어들었다.
사실 아주 오랫만에 나가본 거리도 낯설지 않고, 사람들의 무표정한 모습도 놀랍지않다. 하지만, 서울의 그 낯선 느낌은 내가 여기서 나고 자랐는데도 친근해지질 않는다. 지하철을 타고 가는 내내 이상하게 불안했다. 내 주변 사람들에게는 이 지하철이, 무덤덤한 시간의 흐름이 일상이겠지만, 나에게는 참 낯설었다. 내가 마치 서울의 이방인이 된 느낌. 친구들과 만나고 나서 집에 걸어오는 길도 두려웠다. 어디선가 말로만 듣던 괴한이 습격하지 않을까? 과연 그런 일이 일어나면 날 구해줄 사람은 있기나 할까? 집에 이르러서야 마음이 놓였다. 이 36평 아파트, 우리 가족이 17년을 살아온 이 곳에 들어와서야 마음이 놓였다.
서울은 많은 사람들이 왁자지껄 살면서도, 휑한 도시이다. 다른 것에 대해, 남에 대해 평하기를 좋아하고, 평함으로서 자신의 존재를 찾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지하철에서도 어제 드라마에서 누가 어쨋고,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누가 떨어졌고, 어쩌고. 누구는 어디에 취직했고, 누구는 아직도 구직중이고. 누구는 그런 차를 샀고, 또 다른 누구는 이런 차를 샀고. 친구의 친구가 누군가의 친구와 결혼했고, 어떤 문제가 있었고. 그렇게도 평할 것이 많다.
오늘 심지어 나는 평론에 허망함을 느끼기 까지 했다. 창작자가 만들어낸 생산품, 예술품에 대하여 말을 덧붙이는게 어떤 가치가 있단 말인가? 말의 쓰레기장, 냄새나는 공론. 나는 이런 것이 너무 싫다. 하나의 인간으로서, 사람으로서 계급장 떼고, 자신에게 부과된 지위를 벗어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열등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가장 잔인하게 남들을 깔아뭉개고 무시한다.
- 10월,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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