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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렬한 오후/영화, 매체

[영화] 타인의 취향 (원제 Le goût des autres)

by 주말의늦잠 2015. 2. 1.



타인의 취향 (2009)

The Taste of Others 
8.6
감독
아녜스 자우이
출연
안느 알바로, 장-피에르 바크리, 아녜스 자우이, 알랭 샤바, 앤 르 니
정보
코미디, 드라마 | 프랑스 | 112 분 | 2009-01-22



차이와 수용에 대하여.


  요즘만큼 '다름'과 '다른 취향'에 대해 인정해달라고 부르짖는 시대가 있었던가. 영화가 하나 개봉해서 참 재미있게 봤는데, 평소에 괘씸하게 생각했던 평론가가 영화를 신랄하게 비판했다면? 그 비판에 대해 다시 비판할 것인가? 욕을 퍼부을 것인가? 깨끗하게 무시할 것인가?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하고 넘어갈까? 


  나는 우리 시대가 타인의 취향에 대해 비판에 비판을 거듭하고, 욕을 퍼붓는 경향이 강해졌다고 느낀다. 나의 취향에 대한 권리의식이 높아진 만큼, 남의 취향에 대한 수용도는 그에 반비례해서 낮아졌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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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각자가 생각하는 취향이라는 것도 가만히 들여다봐야할 시기가 되었다. 음식, 영화, 책, 옷, 음료, 휴대폰, 사진, 뉴스, 매일 내가 소비하는 것들. 나의 소비에 나의 취향이 얼마나 반영되었을까? 어떤 광고가 나의 취향을 형성한 건 아닐까? 다른 걸 사고 싶어도 판매대에 놓인 종류가 별로 없진 않았나? 매체를 통해, 활자를 통해, 교육을 통해, 이 사회가 좋다고 여겨지는 가치를 내 취향으로 믿고 있는 것은 아닌가? 도대체 개인이라는 나의 취향이 가능하기나 한 것인가?


  적어도 나는 이러한 결론에 이른다. 내 취향은 전적으로 나의 것도 아니고, 전적으로 타인의 것도 아니며, 전적으로 사회의 것도 아니다.취향의 철학적인 고찰보다는, 취향을 쿨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 쿨함, 그것이 이 영화의 전반을 지배하고 마지막을 장식한다.


  영화 중간중간에 프랭크는 플룻을 연습한다. 뭔가 알 수 없는 '도도도~' 하는 음절이다. 그가 뭔가를 연습하는 데 잘 안되는 건지, 아니면 연습을 시작하려고 워밍업을 하는 건지 관객은 알 수 없다. 그리고 영화의 마지막, 프랭크의 그 오갈데 없는 '도도도~'는 타인들과 함께 연주하는 소 오케스트라의 다양한 악기소리와 어우러져 에디트 피아프의 'Non, je ne regrette rien'은 선율로 울려퍼진다.뜬금없었던 그의 플룻소리가 타인이 연주하는 다양한 악기와 어울려 아름다운 음색을 만들어낸 것 처럼, 다양한 취향이 모여 풍부한 문화층을 이루는 것 처럼, 다양성은 중요하다. 다양성은 획일성보다는 우월하다,를 깨달았다.




p.s. 영화 배경지식이 없어 극 중의 '마니'가 영화 감독인 아녜스 자우이라는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랐다. 게다가 극 중의 카스텔라, 이 콧수염난 아저씨와 부부관계가 아닌가? 필모그래피를 보니 같이 영화활동을 자주 하는 듯 하다. 부부가 이렇게 사랑스러운 영화를 만들고 주연하고, 조연하는 모습. 이 역시 부러움에 가득 찬 나의 미소를 끌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