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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속을 걷다80

심판 - 프란츠 카프카 사실 많이 알려진 작가들이 덜 읽힌다는 것은 과장이 아니다. 누구나 카프카는 들어봤겠지만, 그의 작품을 완독한 이들은 그리 많지 않을 것 같다. 물론 일반적인 사람들 중에서 말이다. 나는 카프카의 작품은 그 유명한 '변신'만 읽어봤는데, 리디북스에서 deal로 구입한 문예출판사 세계문학전집에 카프카 작품이 많이 보여 이번 기회에 몇 권 더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사실 그의 작품은 대부분이 미완성이다. (심판도 마찬가지로 미완성. 책의 마지막에 '미완성인 장(章)들'이 첨부되어 있다) 카프카는 결핵으로 사망하기 전에 자신의 미완성 작품을 포함한 모든 서류를 불태울 것을 유언으로 남겼다고 하는데.. 그의 친구 막스 브로트가 그 유언에 반해 모든 작품을 출판한다. 문학사에 유명한 장면이다. 심판의 원제는 D.. 2016. 1. 26.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 올리버 색스 정신병, 질환, 마비, 결손, ~증 등의 단어를 들으면 흔히 우리는 부정적인 느낌을 가진다. '정상'이라는 범주에 있는 '대부분'의 인간들과 그 범주를 벗어난 '이상'하고 '비정상'적인 사람들. 현대의학은 그들을 환자로 규정해왔고, 우리 역시 뭔가가 모자라거나 고쳐야 할 부분이 있는 사람들, 부족하고 같이 살기엔 어려움이 많은 사람들이라는 느낌을 가지게 되었다. 나는 정신질환을 가진 사람이 주위에 없기도 하고, 평소에 심리학에는 관심이 있지만 이런 병리학적인 접근은 접해보지 않아서 그런지 올리버 색스의 시각이 참신하게 다가왔다. 그리고 정말 뇌와 신경 쪽의 부분적인 이상으로 부인을 모자로 착각하거나, 얼굴을 전혀 인지하지 못 하거나, 혹은 자신의 한 부분이 없어졌다고 느끼는, 말하자면 완벽한 인지 오류가.. 2016. 1. 19.
페스트 - 알베르 카뮈 까뮈의 '페스트'는 기록물처럼 읽힌다. 실제로 까뮈도 페스트가 소설보다는 '기록'으로 분류되길 선호했다고 한다. 알제의 '오랑'이라는 도시에 어느 날 갑자기 페스트라는 전염병이 확산되고, 도시를 참극으로 몰아갈 때 그 고립된 도시의 생활 양상이 어떠할 것인가, 그 속의 인간들은, 그 인간들의 총합인 사회는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에 대한 까뮈의 상상실험 같기도 하다. 지나온지 얼마 되지 않은 2015년에, 나는 '에볼라'나 '메르스'와 같은 급성 전염병에 대해 직간접적인 공포를 느꼈었다. 에볼라 바이러스가 기니에서 발생해 시에라리온, 라이베리아 이 3국을 집어 삼키고 있을 때, 나는 같은 서아프리카 지역인 가나에 거주하고 있었다. 그리고 한국으로 돌아와서 얼마 되지 않아 '메르스 사태'도 경험했다. 그리고.. 2016. 1. 17.
개인주의자 선언 - 문유석 이 책의 띠지에서 손석희 앵커는 말한다. "그의 성향의 상당 부분이 나와 겹친다는 데에 경이로움까지 느끼면서 이 책을 읽었다"고. 나는 안도감을 느끼며 읽었다. 소위 '높은 분'이 된 사람 중에도 이렇게 합리적 개인주의로 무장한 분이 계시는구나.. 하면서 말이다. 이 책의 제목인 '개인주의자 선언'은 또 '공산당 선언'을 비튼 제목이라, 센스있는 제목에 이 책을 든 이도 적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나처럼 손석희 앵커님의 감식안을 믿고 집어든 이가 더 많았으리라. 책에서 가장 공감이 갔던 부분은 우리 사회의 '집단주의' 문화가 우리 스스로를 더 불행하게 만드는 전근대적인 양상으로 몰아가고 있고, 이 부분에서 우리에게 부족한 것은 '근대적 의미의 개인주의'라는 주장이다. 물론 판사님이 밝히신 것 처럼 이 .. 2015. 12. 6.
라면을 끓이며 - 김훈 김훈 선생님의 산문, 라면을 끓이며. 드디어 다 읽었다. 한 편의 산문마다 참 깊어서 읽기 어려운 책은 아니나, 빨리 읽어내는 책도 또한 아니다. 역시 김훈 선생님은 아날로그적인 사람인 듯 하다. 아직도 원고지에 글을 쓴다는 것이나, 실제로 산문 중에 도구로서의 연필에 대한 사색도 담겨져 있다. 또한 김훈 선생님은 땅에 발을 붙이고 살아가는 사람 같다. 그럴듯한 이론이나 -이즘,보다는 목수의 연장을, 자신의 손에 쥔 연필을, 그리고 길거리를 돌아다니는 연인들의 웃음소리에 더 큰 믿음을 가지신 것 같다. 그러면서도 '먹고 산다는 것'의 굴레를 진 인간을 비애로서 바라보는 전반적인 분위기가 산문에 녹아있다. 돈을 벌어 쌀을 사서 밥을 해 입으로 넘겨야 한다는 것. 그 입이 여러 개라면 더 많은 돈을 벌어와야.. 2015. 11. 22.
염소의 축제1 -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염소의 축제. 1저자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지음출판사문학동네 | 2010-10-27 출간카테고리소설책소개2010년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백년의... 도미니카 공화국.이 소설은 이름도 생소한 중미의 작은 섬 국가의 독재 정권 시절의 이야기다.안타깝게도 독재는 우리에게 먼 역사는 아니다. 어쩌면 여전히 그 그림자 그늘에서 살고있는지도.공화국의 아버지라 불리는 '트루히요'라는 철권 통치와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독재자,그리고 독재자의 가족, 그 주위의 정치적 인물들, 정치적 희생양과 그들의 가족이 주요 등장인물이다. 챕터가 바뀔 때마다 서술자의 시점이 바뀌는데, 그 시점 중 하나는 바로 트루히요 자신이다.그리고 물론 독재정권의 몰락 후 과거를 회상하며 과거를 찾아헤매는 우라니아도 주.. 2015. 10. 18.
김 박사는 누구인가? - 이기호 김 박사는 누구인가저자이기호 지음출판사문학과지성사 | 2013-04-15 출간카테고리소설책소개이 세상 모든 이야기들이 태어나는 자리 기억과 기억 사이의 공백... 이기호의 단편 소설집이다. 총 8개의 단편이 실려있다. 이 작가의 소설은 처음 읽어보았는데, 박민규 스러운 개그 코드도 보이는 반면, 이야기를 풀어가거나 맺는 방식은 독창적인 것 같다. 소설을 읽으면서 계속 독자인 나에게 물어보고, 제시하고, 질문하는 그런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는데, 이건 작가가 의도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읽으면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메마르게 끝을 맺는 것 같으면서도 마음이 황망해져버리는 결말들. 여기 실린 8개 이야기의 결말 말이다. 결말이면서도 사실 결말이라고 말할 수가 없다. 이야기의 중심에서 툭 끊겨버리거나, .. 2015. 10. 9.
百의 그림자 - 황정은 백의 그림자저자황정은 지음출판사민음사 | 2010-06-25 출간카테고리소설책소개폭력적인 이 세계에서 그림자를 지니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쓸쓸하고... 숲가마와 가마와 가마는 아닌 것입을 먹는 입정전오무사항성과 마뜨료슈까섬 - .. 총 7개의 장으로 이루어진 장편 소설, 하지만 총 200페이지도 되지 않는 경장편.그림자가 일어서는 세계. 그 곳에서는 존재가 위태로울 때, 살아갈 이유가 희미해질 때,힘들고 힘이 들어 그림자마저 옅어질 것 같은 사람들의 이야기.사실 사람들만의 이야기는 아니다.이 소설은 연애소설의 구조를 가지고 있으나, 나에게는 오히려 세계에 대한 조용한 반항으로 느껴진다.특히 작고 오래되고 소중하면 소중할수록 때려 부수는 것이 미덕으로 생각되는 이 도시, 서울에 대한, 반항. - 숲에서 길을.. 2015. 10. 7.
맛 - 로알드 달 맛저자로알드 달 지음출판사강 | 2005-06-01 출간카테고리소설책소개이야기의 귀재, 로알드 달“로알드 달은 철두철미한 프로다. 그에... 이야기꾼, 재간둥이 로알드 달의 재미있는 단편집 모음.인간의 심리와 다양한 사건의 실을 꼬는 능력이 대단한 것 같다. 사실 김영하 작가님이 팟캐스트에서 두 편 정도 낭독하는 걸 들으면서 '재밌다, 한 번 읽어봐야지' 했었는데....얼마 전 듣기 시작한 성우 윤소라님이 또 두 편 정도 낭독하는 걸 듣게 되었다 (팟캐스트 '소라소리')그래서 책을 집어 들고 목차를 보는데, 단편 10편 중 4편을 벌써 귀로 들은 셈이 되어 못내 아쉬워 하며 읽기 시작했다. - 나의 주관적인 짧은 평. 1. 목사의 기쁨: 우직하게 갑시다. 잔꾀쓰지 말고..........2. 손님: 이야기.. 2015. 9.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