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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적인 생각/남프랑스 - Sud de France

빠리 - 오페라광장, 튤레리 공원에서 쁘띠 빨레까지

by 주말의늦잠 2015. 2. 23.


[빠리 대충 돌아보기 시작 -!]


내가 빠리에 갔던게 2009년이던가, 2010년이던가.. 어쨋든 몇 년 전이다.

그 때만 해도 유럽에 처음 갔었기 때문에 목숨걸고(ㅋㅋㅋ) 관광했었던 것 같다.

미술관이라는 미술관은 다 보러다니고, 랜드마크도 다 찍으러 다니고...


그런데 나이가 좀 들어보니 (=_ㅠ) 프랑스는 뭐 보러다니는 것보다는

먹고 쉬러다니는 게 진리라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역사 덕후가 아닌 이상, 역사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어떤 곳에 가본다고 해서

나에게 큰 깨달음이나 감동이 올리 만무하다.


그러므로 내가 여행에서 중시하는 것, 예를 들어 미식이나 시장, 그리고 현대미술..

뭐 이 정도로 테마를 잡아서 딱 가고싶은 곳 2-3개만 둘러보고 나머지는

사람들 구경하고 가만히 쉬는 게 더 좋다.

그래서 이 날도 빠리 대충 구경할 요령으로 길을 나섰다.




메트로를 타고 대충 시내에서 제일 유명한 어떤 곳으로 나가자고 했는데

그게 오페라 극장이었다. 19세기 유명한 건축가 가르니에가 지어서

오페라 가르니에라고도 불리는 곳.

프랑스답게 일요일이라 그런지 상점 문 연곳은 별로 없다..






이제 센 강변쪽으로 걸어가보자... 해서 걸어간다.

자전거를 빌리고 싶은데 어디서 빌리는지도 모르겠다 =_=;







유후, 그래도 빠리는 관광지 내에서는 걸어다닐 수 있기 때문에

저런 표지판 보고 찾아다니면 된다.

센 강변 간다고 했는데, 갑자기 튤레리 정원이 보여서 거기로 다시 목적지 변경ㅎ


빠리에서는 네번째 일요일인가는 거의 모든 미술관/박물관 입장이 무료다.

그래서 이 날 딱 운 좋게 걸려서 미술관 하나만 가기로 했는데,

항상 가고싶었던 오랑쥬리를 가기로 함. 






정원쪽으로 향하다 보니 콩코드 광장이 나온다.

처음에는 몰랐는데 표지판 보고 알았다. 옛날에 부루마불할 때 콩코드기 카드가 생각난다.

이 광장은 이렇게 평온하긴 하지만, 사실 혁명과 피의 상징이라고도 볼 수 있다.

여기서 루이 16세와 그의 악명높은 부인 마리 앙뚜아네뜨가 참수당했다.

그러므로 프랑스 혁명의 뚜렷한 상징일 수도..


하지만 그 후 화합 (concorde; 콩코드)하자는 의미로 콩코드 광장이 되었다.

그런데 보니까 화합은 잘 된 것 같다. 관광객들 화합...








튤레리 공원 올라가는 계단에 있었던 조각상.

생각해보니까 나는 고전주의 그리스 로마 인물상들 보다는 이런 거에 더 끌린다.

이런 거,라 하면 저렇게 사람 몸을 머릿 속에서 해체해서 다시 조합하고

둥글게 굴려 못 알아보게 만들어놓은 느낌?







그리고 오랑쥬리에는 서울 홍대 맛집 줄 못지않은 엄청난 대기줄이 있다.

그래서 오랑쥬리는 다음에 가기로.....

이렇게 기다림으로 빠리에서의 일요일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물론 수련을 보고싶긴 하지만... 이 날 날씨도 정말 청명하고 좋아서

튤레리 공원에서 쉬기로 했다.







오랑쥬리 바로 앞쪽으로 가보니 콩코드광장이 훤히 보이고 그 뒤로는

관광버스와 에펠탑이 보인다.

흔히 말하는 포스트카드 이미지!








콩코드 광장 한 가운데의 오벨리스크. 이집트에서 가져온건데

자세히 보면 이런저런 상형문자도 보이고, 콩코드 광장에서 부조화를 이룬다.

물론 부조화는 저 인력거들이긴 하지만.


나는 이번 빠리 방문으로 확실하게 빠리는 별로라고 생각했다.

사람도 많이 없고, 지중해성 날씨에 포도밭과 와이너리가 널린 남쪽에서 와서 그랬나?

가는 곳마다 이방인 (나를 포함해)의 사진 셔터가 눌리고, 겉으로 자아내는 탄성으로 가득한 공간들.

물론 아름다운 수도이긴 하지만... 바쁘고 복잡한거 싫어하는 사람들은

빠리가 아니라 다른 지방을 선택해야 한다고 느꼈다.

(물론 미식탐험을 한다면 반드시 빠리는 들러야 한다!)







공원을 나와 센강 쪽으로 걸어나오면 그랑 빨레, 쁘띠 빨레가 서로 마주보고 있는

길을 지나게 된다. 왠일인지 경찰선이 있어서 길을 함부로 건널 수 없다.






사람이 없어 보이는 쁘띠 빨레에 들어가보기로 했다.

여기도 미술작품과 다양한 조각품 등등이 전시되어 있다.






음. 문이 마음에 듬.

역시 4번째 일요일이라 무료로 입장! 아싸!





간만에 이런 미술품들 보니까 몸과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

까지는 아니고, 예술이 이렇게 가까이 있는 기분을 오랫만에 느껴보았다.

사실 이 당시 아프리카 가나에 거주중이라 서구 현대미술은 거의 접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교과서에서 봤던 유명한 그림 하나만 찍어왔다.

모네의 석양.







난 역시 정원이 더 마음에 들어~

궁전이 둥그런 모양이므로 중간의 공간에 풀을 무성하게 심어놓고 

그 주위에 앉아 쉬는 사람들이 서로 볼 수 없게 한 구조.







피리부는 소년들~ (소녀들?)








쁘띠빨레를 나와 다시 센 강으로 향하는 길 목에는 다양한 전쟁영웅과 '위대한' 정치인들의 상이 놓여있다.

물론 프랑스의 위인들로 인해 프랑스와 서구가 이 정도의 지위와 부를 획득했고,

그 상당부분은 그 당시 '3세계 (한국 포함)'의 착취와 희생이 바탕인 셈이다.

드물긴 하지만 유럽을 여행하다보면 위대한 위인상 아래에

고통받고 신음하는 아시아인들과 아프리카인들을 딛고 선 형상을 관찰할 수 있다.


그래서 유럽을 여행할 때는 그 아름다움을 찬양하고, 선진 문화를 배우는 동시에

그렇게 발전하고 성장해온 배경을 생각해보는 것도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쉽게 문화사대주의에 빠질 수 있다.



이들이 만들어놓은 프레임에 갖혀 

나 자신과 나의 문화, 나의 세계를 과소평가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