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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적인 생각/현재, 다레살람

시간

by 주말의늦잠 2016. 12. 6.


  시간은 참 잘 간다. 


  얼마 전에 친구랑 얘기하면서, 시간이 정말 가속페달을 밟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일정한 속도의 등속도 운동이 아니라, 시간은 마치 가속도 운동을 하는 모양새다. 2013년의 가나에서의 6개월이 마치 2016년 탄자니아에서의 1년 같다. 하루하루를 응축해 경험하는 것인지, 경험의 양이 쌓여 새로울 것도 없는 나날이 더 많아지는 건지..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아득하기도 하다. 


  몇 달 전에 고민하고, 머리를 싸매고, 불평하던 것들이 별 것 아닌 것으로 판명됨은 필히 시간이 장기를 부린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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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해는 내가 기록을 남기는 데에 매우 게을렀다. 시간이 없었던 것은 아니고. 글쓰기에의 관성이 옅어진 한 해였다고 해두자. 이상하게도 글쓰기는 내 마음의 짐과 같다. 한 달에 일기를 몇 번 썼는지, 책 한 권을 읽고 글 한 편을 남겼는지 가끔 생각하면서, 왜 더 자주 글을 안 쓰냐고 스스로에게 묻는다. 그런 나도 이상하다. 내가 전문 글쟁이도 아닌데, 내가 마음이 가면 쓰는 것이고, 안 쓰면 그럴 이유가 있다고 why don't I just let it go? 


  하루를 경영함에 있어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 지금보다 더 젊었을 때는 효율성을 위해 살았다. 되도록 많은 경험, 같은 시간이라도 더 깊은 체험을 하길 원했다. 하지만 효율적으로 사는 것이 가장 '좋은 삶'은 아니다. 누군가에게는 그렇다. 하지만 내 삶의 행복 공식에서 efficiency coefficient는 점점 작아지고 있다. 행복이라는 단어도 얼마나 낡아 빠진 단어인가. 얼마나 많은 멘토들과 자기 계발서에서 행복이라는 단어를 남발하여, 이제는 행복에 대해 논의하는 것 조차 겸연쩍다.



  나는 지금 내가 선 자리에서 만족한다. 미래에는 덜 만족스럽거나 혹은 더 만족스러울 것이다. 그저 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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