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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적인 생각

아프리카에 대한 흔한 편견

by 주말의늦잠 2016. 3. 23.



    아프리카에 와보거나 몇 년 일해본 사람들이라면 아마 우리나라 사람들이 흔히 가지고 있는 아프리카에 대한 편견에 대해 익숙할 것이다. 원시적이고, 동물들이 뛰놀고, 몸에 중요 부분만 가린 원시 부족들, 초원, 문명이 닿지 않은 곳... 그리고 아이들이 배고파 굶어 죽어가고, 전쟁과 내전과 폭력으로 얼룩진 장소. 가족들이나 친구들이 가지고 있는 아프리카에 대한 이미지란 이렇게 원시적이거나 부정적이다. 만약 당신이 탄자니아에 와서, 혹은 아프리카의 어느 나라에 와서, 그 나라 사람들이 '아, 한국. 북한, 핵, 자살 많이 하는 곳?'이라고 논평한다면 어떻겠는가 (실제로 가나 동료와 겪은 일이다)? 북한, 핵, 높은 자살률은 우리 나라를 설명할 수 있는 수 많은 퍼즐 중 소수에 불과하다. 그 외에도 얼마나 무궁무진하게 설명할 것들이 많은가. 역사, 문화, 음식, 사람들의 성격, 국민성, 지리, 경제 기타 등등. 그렇다면 이 아프리카라는 거대한 대륙에는 얼마나 설명할 요인이 많을까? 


  심지어 사람들은 아프리카를 한 나라처럼 치부한다. 마치 아프리카에는 다 피부가 검은 사람만 살고, 다 부족 언어를 쓰고, 살고 있는 집 옆에는 얼룩말이 뛰놀고 있을 것처럼. 그런데 아프리카는 무시무시하게 큰 대륙이다. See below a self-explanatory picture. 그러므로 우리가 가진 아프리카에 대한 몇몇 이미지들은 우리가 여전히 미디어 프레임에 갖혀있음을 보여준다. 아크라에서, 다레살람에서, 아프리카의 그 어느 대도시에서도 '원시'라는 이미지는 찾아볼 수가 없다. 외부의 관광객들이 여전히 '원시의 아프리카'를 보길 원하므로 국립 공원이나 보호 구역에서 관광객을 위한 쇼로 원시의 이미지를 '인공적'으로 재현해 놓기도 한다. 왜 우리는 아프리카가 '원시적'이길 원하는가? 다레살람에 와서 어떤 케냐 동료와 이야기를 하면서 대한항공이 아프리카 루트 홍보 문구로 'Primitive energy'라는 단어를 썼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 곳은 원시적이지 않다. 이 곳의 사람들은 모두 자신의 나라와 대륙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고, 그 누구도 자신이 후진적이거나 원시적이라는 외부의 레이블링을 당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아직 외부의 '도움'을 받아야만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이 보이지만, 실상은 외부가 아프리카의 '도움'이 필요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도시들이 아프리카에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인구도 매우 젊다. 도로에 아스팔트가 깔리고, 수도 시스템이 개선되고, 민주주의가 정착되고, 최빈국 지위에서 벗어나고, 어린이들이 건강하게 교육받고 건강한 시민으로 자라나고 있다. 물론 문제는 도처에 산재해있다. 하지만 우리 자신을 돌아보자. 우리 스스로의 사회는, 서구 사회에는 문제가 없던 적이 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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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끔은 아프리카에 대한 너무 단편적 이미지를 가지고 걱정하거나, 집에 온수는 나오냐고, 사람들은 위험하지 않냐고 물어보는 목소리를 들으면 어디서부터 설명을 해야할지 모르겠다. 더 많은 이들이 이 곳에 와봤으면 좋겠다. 좁은 한국땅에서 나고 자라 그렇게 좁은 잣대로 세상을 보다보면 언제나 판단은 제한적이다. 하지만 그 편안함 속을 조금만 벗어나보면, 우리의 기준이 보편이 아니라는 점을 자연스럽게 깨닫게 된다. 물론 서구의 기준도 보편이 아니다. 그저 보편적인 것에 '이상적으로 가깝다'고 간주될 뿐이지.. 판단 기준은 시간이 지나면서 변화하기도 하고, 장소와 상황에 따라 상대적이라는 점을 알게 된다. 내가 극단적 상대주의를 옹호하는 것은 아니다.  '보편' 타당하고 생각하는 기준 역시 가치 판단이 개입되었을 가능성이 크므로, 언제나 상대의/타인의 기준과 의견을 이해하고 자신의 판단 지평을 넓히는 기회로 삼으면 좋겠다는 거다. 


  아프리카라서 다 원시적으로 느껴진다고, 누가 카톡에서 그러는 바람에 갑자기 이런 생각이 머릿 속에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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