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적인 생각/가나, 가나?

아프리카 가나의 월드컵 열기!

by 주말의늦잠 2014. 6. 30.


가나사람들의 축구 사랑, 월드컵 열기.



처음 이 도에 넘치는 사랑을 알게 된 것은, 한 로컬 바에서 프리미어 리그 결승전을 시청했던 작년의 어느 날.


독일의 어떤 팀과 기억으로, 스페인의 어떤 팀이 붙은 경기였는데 가나 인들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각 팀을 응원하는 사람들끼리 앉아 흥미진진하게 축구를 시청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점점 분위기는 달아올라, 서로 막 손가락질을 하면서 소리를 질렀고 어느 순간 두 사람이 시비까지 붙어, 막 멱살을 붙여 올리고..


가나 사람들은 자칭, 타칭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라 멱살정도에서 해프닝은 끝났다.

그리고 웃긴 것은 그 주변에서 경기를 시청하던 가나인들은 이런 일은 아무것도 아니라든 듯 아주 열심히 티비를 뚫어지듯 쳐다보고 있었던 광경이다. 그 순간, 아 .. 가나사람들은 축구를 정말 사랑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이래저래 시간은 지나 가나에서 월드컵을 보게 되었다. 아쉽게도 가나가 속한 조는 흔히 우리가 말하는 '죽음의 조', 포르투갈, 독일, 미국 그리고 가나. 그러나 그 의견을 물어보는 사람들마다, 가나의 16강 진출은 아주 당연한 기정 사실이었다. 아주 자신 있게, 'Black Stars (가나 축구대표팀의 애칭)'를 믿는 분위기. 미국과 경기를 하던 날, 오수 (아크라에서 가장 번화한 거리) 거리의 응원현장에서는 저런 팻말을 발견할 수 있었다. 'Obama, we are sorry'




가나사람들이 또 하나 좋아하는 것은 국기. 자기 나라의 국기 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의 국기들도 상점이나, 차에 달고 다니기도 하고, 스티커도 많이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아주 당연한 과정으로, 월드컵의 시작 전 아크라의 도로 여기저기에는 각종 국기와 특히 크고 작은 가나 국기를 파는 상인들로 넘쳐났다. 가나 경기가 있는 날이면, 지나가든 차들마다 대문짝만한 가나 국기를 차에 내걸고, 시원하게 바람에 휘날리는 가나 국기를 자랑하며 우승을 자신하는 느낌이었다.






웃지못할 가나인들의 축구사랑은 지난 주, 오후 4시에 가나- 포르투갈 경기가 있었던 날 다시 한번 증명된다. 뭐랄까, 다들 그 날 아침부터 이 경기를 보아야 하는데.. 하는 이상한 전운이 오피스에 감돌고 있었다. 그리고 아주 우연스럽게도 .. 오후 4시 전후에 오피스의 인터넷이 작동되지 않는 '사건'이 일어났다. 다들 IT가 의도적으로 한 일이라 투덜투덜 대면서 다들 못 이기는 척 가방을 싸서 일찍 오피스를 떠나는. 이 귀엽고 웃지못할 해프닝!






In hindsight, 가나는 조 꼴찌로 탈락하고 말았다. 참 공교롭게도 한국팀의 탈락이 정해진 그 날, 바로 가나도 포르투갈에게 패하고 탈락이 결정되었다. 오피스에서 그렇게 한국의 잇다른 패배를 놀리며, 가나의 우승에 자신만만하던 가나 동료들 및 security guard 들은 뭔가 조용해진 느낌이었다. 서로 응원하자면서 가나국기와 한국국기를 택시에 걸어놓고 다니던 내 택시운전기사 친구 Appiah 역시도 목소리에 힘이 없어진 느낌.  (내 반응은.. 너희 나라 잃었니? -_-)



수단이었나 콩고에서는, 정부가 월드컵 시청을 위해서 다른 전자 기기를 꺼놓으라는 공지를 내보냈다고 한다. 당연히 전력 수급이 불안하거나 부족한 나라에서는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월드컵 시청을 위해 전력을 조정하고, 월드컵 16강 진출 실패의 이유를 알아보기 위해 무슨 위원회를 세우고... 이게 바로 아프리카의 축구사랑이구나! 


참 가나에 있으면서 가나가 16강도 진출했으면 했고, 즐거운 응원하고 싶었는데. 4경기 다 엄청 잘 뛰어 놓고도 탈락할 수 밖에 없는 가나팀의 마음. 애석하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