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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렬한 오후/영화, 매체

[영화] The Lobster (2015)

by 주말의늦잠 2015. 11. 16.





  주말에 영화 한 편 봐야지, 하고 현재 상영작들 보다가 확 꽂혀서 보고 온 영화. 역시 느낌은 배신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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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적 설정이 아주 특별하다. 이 세계에서는 자신의 status에서 '중간'은 없다. 싱글 혹은 커플. Homosexuel or heterosexuel. 이쪽 아니면 저쪽. 이혼을 당하거나, 어떤 이유로 싱글이 되면 반드시 커플이 되어야 하는 호텔로 가게된다. 그리고 주어진 시간 내에 자신의 짝을 찾지 못하면 자신이 원하는 동물로 변하게 된다. 보는 내내 굉장히 '우화적'이라는 생각을 했다. 스크린 여기저기에 짝을 찾지 못해 동물로 변한 이들이 어슬렁거린다. 


  그렇게 짝을 찾던 호텔에서는 그렇게 어렵던 사랑 찾기가, 사랑을 찾으면 안 되고 뭐든지 혼자 해내야만 하는 'loner'들의 세계에서는 한 눈에 짝을 알아채는 아이러니도 재미있다. 감독은 우화적이거나 대놓고 작위적인 아이러니를 서슴지않고 해낸다. 그리고 아주 진중하고 시종일관 심각한 분위기 속의 깨알같은 블랙 코미디도 정말 볼만하다. 나 혼자 피식하며 몇 번을 웃었던 것 같다.


  영화의 압권은 가장 마지막 장면인 것 같다. 그녀를 위해 눈을 찌르거나, 찌르지 않거나. 이 세계에는 '중간 지점'은 존재하지 않으니까. 그래서 데이빗(콜린 파렐)은 거울 앞에서 망설인다. 그리고 그를 기다리는 맹인이 된 그녀. 그녀는 보이지 않는 자신만의 암흑 속에서 매우 불안해 보인다. 그가 올까, 오지 않을까.. 그녀 뒤 창문에는 공사현장이 보인다. 그녀의 마음이 가둘 곳 없이 황망한 것도 같다.. 공통점을 공유하는 것이 사랑의 기본이라고 여겨지는 이 세계에서. 그녀와 그는 '근시'라는 공통점을 가졌었다. 그러나 다른 한 쪽이 '맹인'이 된다면? 과연 그 사랑은 그대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인가, 혹은 남은 이 역시 눈을 찔러야만 하는 것인가.



  우리 역시도, 내가 당신을 A라는 이유로 사랑한다면. 그 A라는 특질이 사라지는 그 날, 우리는 여전히 사랑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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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이 영화는 호불호가 갈리나보다. 나는 정말 재미있게, 이 이야기 속의 상징과 다양한 장치들을 살펴보는 재미에 빠져있었는데. 중간에 한 5명이 나간 것 같다. 뭐 취향은 존중하라고 있는 거니까요. 나는 아직도 궁금하다. 싸이코 패스 여자가 어떤 동물로 변해서 숲을 어슬렁거리고 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