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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렬한 오후/영화, 매체

[미드] 왕좌의 게임

by 주말의늦잠 2016. 2. 1.


  


*시즌5 스포일러 포함. 아직 안 보신 분은 읽지 마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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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BO에서 2011년부터 방영 시작한 드라마인데, 사실 나는 2015년에야 이 애증(-_-)의 드라마 시청을 시작했다. 우선 내가 중세 환타지물을 그리 좋아하지 않기도 하고, 잔인한 걸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는 비위가 매우 약한 인간이므로. 왕좌의 게임에 대한 무수한 소문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으나 그냥, 시작할 생각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천운의 도움으로 내 인생에 뜨는 시간이 좀 생겨 하드 드라이브에 있던 왕좌의 게임 시즌1 첫번째 에피소드를 시작해버리고 말았던 것이었다... 이 드라마의 흡입력은 흔히 '문명하셨습니다'의 수준인 것 같다. 왕좌를 놓고 벌이는 다양한 가문의 전략, 책략, 음모, 복수, 피와 눈물, 반전에 반전을 거듭해서 시즌이 끝나면 정신을 망연히 놓게 만들어버리는 전개.



  이 드라마에서 가장 놀라운 것은, 무엇보다도 '이 세상에 다이하드는 없다'는 것이다. 보통 영화를 보면 주인공은 죽지 않는다. 다이하드에서 브루스 윌리스는, 아이언맨에서 아이언맨은, 레버런트에서 디카프리오는 절대 죽지 않는다. 그리고 그들이 죽지 않을 것이라는 암묵의 동의 하에 우리는 그 스릴을 즐긴다. 죽을 듯 말듯 결국 해내고 마는 이야기. 즉, '죽을 고비를 여러번 넘기고 성공하는 이야기'에 우리는 전율과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그러나 이 드라마에서는 주인공이 없다. 그 말은 다시 들여다보면, 내가 주인공이라 생각했던 인물도, 혹은 중심 가문이라 생각했던 가문도 죽거나 몰락해버린다. 가끔은 저렇게 철저하게 죽이고 파괴시켜야 했을까.. 생각까지 들 정도로. 나에게 충격과 공포와 깽깽이(!)를 선사했던 피의 결혼식과 스타크 가문을 일으키리라 모두가 염원했던 존 스노우의 허망한 죽음 (물론 그의 부활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추측이 나왔고 얼마전 HBO의 시즌 6 포스터에서 피눈물을 흘리는 존 스노우가 등장하면서 모두의 마음에 스러졌던 불길이 다시 살아났다! 그러나 HBO놈들을 믿지말자. 낚시질 해놓고 덥썩 떡밥을 물면 바로 내팽겨쳐버리는 놈들이다-_-; 글로벌 밀당의 고수들.)



  그래서 시즌5까지 다 보고나면 그 유명한 Valar Morghulis라는 구가 이 드라마의 부제인 것 같기도 하다. High Valyrian 언어로 'All men must die'를 의미하는 이 인용구는 특히 Ayra가 어쌔씬의 길을 향하는 여정에서 여러번 등장한다. 발라 무굴리스. 기독교 성경의 It, too, shall pass away(이 또한 지나가리라)나 불교의 제행무상이 떠오른다. 왕좌의 게임에서 '무상'의 경지를 논하는 것은 억지일 수 있겠으나.. 어쨋든 매우 훌륭한 드라마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한 시즌에 천문학적인 제작비를 쏟아붓는 만큼 웅장한 영상미와 세계관 고증력만으로도 이미 10점 만점에 기본 9점은 깐다. 






  시즌6에서는 시즌5에서 등장하지 않았던 브랜과 잘못된 사람의 목숨을 앗아간 이유로 눈이 멀어버린 아야, 미친 새디스트 남편(진정한 미친놈. 이 구역의 진짜 미친놈ㅋㅋㅋ)에게서 도망친 산사를 주축으로 스타크 가문이 일어서는 양상을 보이지 않을까 예상한다. 특히 HBO 홈페이지에 가보면, 스타크 가문의 늑대, 래니스터의 사자, 그리고 타가리옌의 용이 그려진 가문의 banner로 teaser 비디오와 포스터를 볼 수 있다. 스태니스가 죽으면서 바라티언의 사슴은 어디론가 사라져버리고, 이렇게 세 가문의 삼파전을 예고하는 것일까? 그리고 Winter is coming. 과연 겨울은 언제 올 것인가. White walkers들이 등장하면서 잠시 왕좌의 게임이 아니라 좀비 영화를 보는 듯 했는데. 이야기의 속도로 보면 시즌 7이나 8에 가야 타가리옌이 웨스터로스로 진격할 것으로 보이고, 겨울도 머지않아 올 것 같지는 않다. 물론 시즌1부터 Winter has been coming 모드이긴 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