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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적인 생각/서아프리카 *

토고 로메에서의 첫 날, 께름신기(?)한 부두(Voodoo) 마켓

by 주말의늦잠 2013. 8. 22.


Togo 탐방(이라 하고 미식여행이라 읽는다)  

(라마단 휴일을 낀 주말: Aug 8 - 11,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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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엄마한테 토고를 간다고 했더니,  '어, 월드컵에서 본 이름이네. 익숙하구나'라고 하셨다.

그리고 친구 2명한테 토고를 간다고 또 말했더니, '어 월드컵 예선 B조 어딘가에서 본 이름이야' 하는 

드립을 시전해주었다... 어째 그러고 보니 나도 월드컵 경기표 어디에선가 토고를 본 것 같기도 했다.



이 에피소드는 토고라는 나라에 대해 얼마나 무지했던가를 보여준다.

뭐 물론, 가나 사람들도 한국에 대해서 매우 무지하다.


'너 어디사람이야?' 

'응 나 한국사람이야' 

'아.. 그거 (?) 유럽에 있는 거야?'

'..............!?!?!?!!??.......(정신을 추스리고) 아 중국 옆에'

'오 좋은데'


여기에서 토고사람들도 한국에 대해 잘 모를 거라고 소급적용할 수 있다. 그러므로 좀 무지했던 것은 괜찮다. 

[오늘따라 이상하게 여행기가 여햏기 혹은 드립시전의 장이 될 것 같은 느낌은 왜일까]





나는 나름 석사가 있기 때문에 토고라는 나라를 위키피디아에서 공부했다 (응???!)

먼저 토고는 가나와 베닌(Benin)이라는 나라 사이에 샌드위치 속의 햄처럼 끼어있다.

기니만 해변을 달리다가 30분 정도 졸면 아마 가나에서 베닌에 있을지도 모른다ㅋㅋ


서아프리카의 여느 나라들 처럼 역시 프랑스 식민지였고, 1960년에 독립했다.

현재 공화국이긴 한데, 군부를 뒤에 업은 대통령에 부정선거 등등의 문제가 있는 것 같다.

....GDP pc랑 인구, 면적, 기후, 종교 등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우리는 가나 아크라의 투두 트로트로 역에서 출발했다.

거기서는 트로트로 (1인당 8-10 Ghc)나, 혹은 가격을 협상하여 공유택시를 탈 수 있기도 한데

처음 출발 인원이 5명이라 6인승 택시를 협상하여 국경까지 가기로 했다 (1인당 20-25 Ghc)

에어컨도 빵빵하고 자리도 넓고 푹신푹신한데다가

택시 운전사가 아주 성령이 충만하셔서 달리는 2시간 반 내내 holy music을 틀어줬다.

덕분에 드문드문 잠을 자고 깬 다음에는 뭔가 새로 태어난 느낌(?)까지 들었다

그만큼 쾌적했던 출발이라는 뜻으로 이해하면 되겠다.





가나 측의 국경도시 아플라오 (Aflao)에서 가나 이민국에서 도장 받고

토고 이민국에서 바로 10,000 CFA에 방문비자를 받을 수 있다.

코트디부아르 여행비자 받느라 110유로 낸 것 생각해보면, 매우 적절하다..







국경을 넘어 바로 찾아간 호텔 주변의 풍경.

로메의 많은 특징들은 아크라와 비교/대조선 상에서 파악되었던 것 같다-

아크라보다 덜 도시스럽고, 또 아크라보다 더 유려한 감각의 도시라는 인상.









하지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차이점은,  해변을 끼고 펼쳐진 수도라는 점이다.

그래서 우리끼리 농담하기를, 여기 가나-토고 국경의 이민국은

아프리카에서 제일 아름다운 이민국 중 하나일 거라고 했었다^,^



그리고 그 다음으로 눈에 띄는 차이점은, 아크라에서는 잘 찾을 수 없는 오토바이의 행렬.

이로서 적어도 토고가 가나보다는 좀 더 - 경제적으로 - 못 살거라는 걸 유추할 수도 있겠다. 

(실제로도 약 2배 차이가 난다: 일인당 국민소득 수준으로 토고는 1200불, 가나는 2600불 가량)









앞서 아크라보다 더 유려한 감각이 느껴진다는 말을 했는데,

실제로 로메에서는 미적으로 아름다운 장면을 구석구석에서 발견할 수 있다.

메뉴판을 장식하는 방식, 테이블을 세팅하는 매너에서 부터

아크라보다는 더 만족스럽다.


물론 언제나 일반화는 무리수이긴 하나,

여섯 중에 여섯이, 다섯 중에 다섯이 그렇게 말한다면

어느정도의 성급한 일반화는 맥락에 맞는 것일지도 !










그리고 여행의 백미, 로컬 맥주 맛보기!

이번 여행에서는 3 가지의 맥주를 맛 볼 수 있었다.

꽤나 유명한 La belle vue 호텔의 Belle epoque 별관 레스토랑에서 맛본

EKO 맥주. 역시나 시원하다! 

국내 도입이 시급합니다!









로메를 여행자로서 돌아다닐 때 선택할 수 있는 교통수단은

승용차 택시와 오토바이 택시, 그리고 간혹 보이는 트로트로 버스 등이 있다.

로메 자체가 돌아다니기 그리 크지 않은 도시이기 때문에,

여기저기에서 오토바이 택시를 타고 다니는 광경을 볼 수 있다.


(그러고보니...

내 친구는 한국 인터넷 어디선가 자기 얼굴이 떠돌아 다니는 것도 모르겠지....)


어쨋든,

해변을 낀 도로를 오토바이 뒤에서 바람을 정면으로 맞으며 달려보는 것도

토고 여행에서 절대 빠질 수 없는 즐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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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리플래닛이나 각종 여행 웹사이트에서 '로메 여행'을 키워드로 겁색하면

항상 먼저 나오는 곳이 Voodoo market이다. Fetish market이라고도 불린다.


Voodoo라는 것은 가나에서 나이지리아에 까지 이르는 서아프리카의 토속/무속신앙같은 것인데,

쉽게 말하면 이 세상과 자연에 Voodoo spirit이 깃들어 있다는 세계관을 견지한다.

공식적으로/ 비공식적으로 약 40-50%의 토고 사람들이

토속신앙을 믿는다고 하니, Voodoo 역시 그 영향력이 아직 건재함을 유추할 수 있겠다.

죽은 생명체의 시신을 숭배하는 것이 특징이다.... 으스스한데




Voodoo market에 가면 그 으스스한 전조와는 안 어울리게 쾌활한 아저씨가

모나미 모나미 (Mon ami, 내 친구) 하면서 괜히 입장료 등등을 뜯어내려고 한다.

잘 설득하고 타일러서 대충 가격 협상하고 둘러보면 된다.ㅎㅎ

그리고 그 아저씨는 앞으로 모나미 아저씨가 되었다

나중에 다시 오면 공짜란다~ 아주 상술이 대단하시다





생각보다는 그 크기가 작고, 관광지 같은 Voodoo market의 모습.








그리고 조금만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각종 죽은 동물들이 차곡차곡 (?) 쌓여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모나미 아저씨가 Voodoo에서는

절대로 동물을 죽여서 이렇게 만들지 않는다고...

자기네들은 이미 죽은 동물만 취급한다고 하면서

'뜨악'한 표정의 우리를 보고 하얀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카멜레온!

모나미 아저씨는 저 죽은 것들을 잘도 들어서 사진을 찍으라고 재촉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포유류의 형상을 한 뼈들.....

저 뒷줄에 정렬되어 있는 해골바가지들은 원숭이라고 믿자.


실제로 원숭이의 시신 조각 (!)들을 많이 발견할 수 있었다.









[안녕! 크고 아름다운 오후!]라고 외치는 듯한

크고 아름다운 물소뼈 섹션.








오기 전에는 이렇게 죽은 동물을 어떤 화학처리를 해서건

아니면 주술을 써서건ㅋㅋㅋ 보존하는 것이기 때문에

냄새가 지독할 것이라 예상했는데,...


생각보다 냄새는 참을만 했다.










아크라에서 로메로 오는 내내 내가 장난으로

'나 고릴라 손 살꺼야~' 하면서 진담이 전혀 섞이지 않은 농을 던졌는데..


진짜 원숭이 손을 발견해서 거기에 마른 옥수수를 쥐어주었다.

원숭이 손을 절대 사고싶진 않았기 때문에, 뭐라도 쥐어주고 싶었던

측은지심이랄까....................








드디어 부두맨 (Voodoo man)의 거처로!

부두 아저씨가 진열해 놓은 각종 페티쉬 진열대.


어떤 것은 여행에서의 안전,

또 다른 것은 이성을 유혹하는 파워(!),

Man power (!), 남성과 여성의 사랑,

기억력 증진 (mc스퀘어 아님), 등


각종 효능을 자랑하는 페티쉬들이다. 


그러하다.









부두 아저씨는 불어를 못해서

모나미 아저씨가 이것저것 설명하고 부두 아저씨는 고개만 끄덕끄덕.


그래도 부두아저씨한테 사진 같이 찍자고 했더니

혼쾌히 허락해주셨다. 관대하다. 옷 입는 센스도 있으시고^,^








부두 마켓 구경을 끝내고

페티쉬가 아닌 그냥 소장용 인형 한 쌍을 샀다.

그리고 내가 부엌에서 한 두 번정도 불에 관련한 불상사가 있었기 때문에

앞으로 부엌에서의 번영과 안전을 위하여 부엌에 그들을 모셔두었다.


모나미 아저씨가 말해주기를,

부두는 믿는 사람에게만 통한다고 한다.


죽은 동물의 시신을 보관한다고 해서,

뭔가 수상쩍고 께름칙하고 신기 (=께름신기)하다고 해서,

외부인이 그 토속신앙을 깔봐서는 안 될 일이다.


믿는 자에게 복이 있는 것이니, 너무 과격하거나 무리하게 행하지만 않는다면

누군가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사랑을 위해, 기억력 증진(ㅋㅋ)을 위해

토고 사람들이 부두를 믿는 것도 이상하거나 배척해야 할 일은 아닌 것 같다.








부두 인형 등등을 구경하고 있는 나에게 다가와서

환하게 웃었던 아이.






To be continued -